“죽게” 아니라 “뒤지게” MBC 서영교 발언 보도는 오보

항의 받고 리포트 재편집, 정정보도나 수정고지도 없어… 민실위 “오보정정 원칙, 토론 필요해”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MBC가 지난 3일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종료 소식을 전하면서 야당 의원 발언 관련 오보를 내고도 정정보도 없이 리포트를 재편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해당 리포트를 이틀 뒤 수정, 재편집해 올렸지만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MBC는 3일 ‘뉴스데스크’ “막말 공방 끝 회기 종료, 민생·경제법안 처리 무산”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9일간 국회를 마비시켰던 필리버스터 정국과 함께 2월 임시국회도 어젯밤 사실상 막을 내렸다”며 “이번 국회에는 또 고성과 막말로 마무리됐고 민생·경제활성화법은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또 192시간 넘게 이어진 필리버스터 종료 뒤 속개된 본회의 장면을 전하면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 수뇌부는 죽게 내버려둬”라고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야 할 국회가 고성과 막말에 욕설까지 하며 아수라장이 된 것을 야당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하지만 MBC 보도는 ‘오보’였음이 드러났다. 서영교 의원 측에 따르면 본회의장에서 발언한 “여당 수뇌부는 뒤지게 냅둬” 발언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계좌 추적과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국가정보원이 ‘뒤져’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MBC는 서 의원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보를 낸 것이다.

서 의원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3일 보도가 나간 후 모르고 있다가 5일 아침에서야 해당 리포트를 보고 오보가 나가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기사를 우선 내려달라고 부탁했다”며 “MBC 측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정정보도를 해야 맞지만 정정보도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해 본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해당 리포트는 MBC 홈페이지에서 지난 5일 오후 4시24분에 서 의원의 발언과 이에 대한 설명은 삭제된 채 최종 수정됐다. 하지만 MBC는 명백한 오보임을 인지하고도 현재까지 정정보도를 하기는커녕 인터넷 기사에도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정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호철 MBC 정치부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 의원 측이 얘기한 대로 (리포트를) 정정했다”면서도 왜 이에 대한 정정보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는 해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이날 민실위 보고서에서 지난 1월28일 뉴스데스크 “더민주, 중징계 ‘갑질’ 의원 신기남·노영민 구명 논란” 리포트도 오보를 냈지만 정정보도나 별도의 수정 고지 없이 재편집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2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민실위에 따르면 배현진 앵커는 이날 해당 리포트 앵커멘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본격 가동됐습니다. 그런데 혁신, 변화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갑질 논란을 일으켜 징계받은 의원들의 구명운동부터 시작하면서 첫날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본래 기자가 쓴 앵커멘트는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공식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순탄치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는데요, 당내에서는 갑질 논란으로 사흘 전 징계 받은 의원들 구명 운동부터 시작됐습니다”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구명운동을 한 것이 아닌데도 배 앵커가 기사 내용과 전혀 다른 맥락으로 고쳐진 앵커멘트를 읽은 것이다.
민실위 “방송 이후 인터넷 다시보기는 원래 기사대로 수정됐지만 이와 관련해 뉴스데스크는 방송에서 정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인터넷상에도 기사가 수정됐다는 별도의 고지는 없어 TV를 통해 뉴스를 본 시청자들은 오보를 접한 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보다 신중히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러나 총선과는 별개로 ‘오보를 어떻게 정정하는 것이 기본과 원칙인지’,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