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황야’에 선 이상호 기자 앞날은?

길은 험하고 멀어도 진실은 끝내 승리한다

 

김종철(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news@mediatoday.co.kr

지난 3일 MBC 기자 이상호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회사를 떠난 ‘사건’은 그와 함께 자유언론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싸우던 동료 언론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3달 동안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던 MBC가 어제 사표를 제출하자 냉큼 ‘퇴직’ 발령을 냈군요. 21년간의 MBC 기자 생활. 잦은 징계와 좌천, 100번을 훌쩍 넘기는 소송 등으로 결국 차장 ‘대우’ 딱지도 떼지 못한 채 물러납니다.”
1995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이상호는 2000년대 들어 한국 언론계에서 그 누구 못지않게 ‘진실 찾기’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을 단독보도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를 받았는데 실질적으로는 무죄 판결이나 다름없었다. 이상호는 MBC 기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한직’으로 쫓겨 다니다가 2013년에 갑자기 해직을 당했다. 경영진이 내세운 ‘사유’는 “MBC가 그해 1월 15일 마카오에서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인터뷰를 추진했다는 사실을 발설했다”는 것과 “MBC 직원 신분으로 개인 팟캐스트방송을 운영했다”는 것이었다. 이상호는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끈질기게 법정 투쟁을 한 끝에 2015년 7월 1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상호는 물론 누가 보아도 부당한 처사는 MBC 경영진이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복직 1개월 뒤 똑같은 ‘사유’로 그에게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었다. 그는 5월 3일자 페이스북에 올린 다른 글에서 그동안 겪은 고통을 이렇게 토로했다.
“6개월 뒤 다시 회사에 돌아오자 또 다른 징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고와 정직기간을 거치는 동안 만든 <다이빙벨>과 <대통령의 7시간> 등의 다큐를 문제 삼았습니다. 2차례의 인사위원회를 거쳐 회사는 어제, 다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지난 4년여의 반복되는 징계과정을 거치며 저의 심신은 그야말로 피폐해졌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제가 스스로 MBC를 떠나는 것인 줄 잘 알았기에 굴욕스런 과정을 모두 견뎌냈습니다. 징계의 부당성에 대한 소송은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징계들이 공영방송의 회복을 주창하는 기자를 괴롭히기 위한 권리남용 행위가 분명하기에 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입니다.”
이상호는 “회사가 징계의 사유로 내세운 <대통령의 7시간> 제작도 이제 저 혼자가 아닌, 국민과 함께 힘 있게 완성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언론부재의 암울한 시대, 손바닥만한 매체지만 대안언론의 선봉을 지켜온 <고발뉴스> 기자로 돌아가 당당하게 현장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한직이나 낯선 근무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MBC 선후배들께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며 “밖에서 더 열심히 돕고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 지난달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MBC 모욕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난 이상호 기자. 사진=강성원 기자

MBC노조는 이상호가 낸 사직서를 경영진이 수리한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노동조합이 주목하는 것은 10개의 징계사유 속에 묻어놓은 ‘대통령의 7시간’ 다큐 제작”이라며 경영진을 이렇게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가 왜 보도국 기자 신분으로, 아니면 시사제작국 기자 신분으로 MBC의 지원을 받으며 ‘대통령의 7시간’을 제작하지 못하고, 왜 힘들게 고군분투해야 하는가? 왜 유능한 기자가 해고됐었고, 복귀하고서도 비보도부서에서 자신의 재능을 썩혔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가 터진 2014년 4월 16일 박근혜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해야 할 책임을 지닌 대통령이 그 시간에 청와대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볼일로 외출을 했는지 박근혜 자신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이 중대한 ‘사건’에 관해 같은 해 7월 18일자 조선일보의 ‘최보식 칼럼’(‘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은 박근혜의 행방에 관해 항간에 떠도는 풍문을 소개했다. 그러자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마쓰야는 8월 3일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의 극우단체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그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상호는 조선일보나 산케이신문과는 다른 관점에서 ‘대통령의 7시간’을 추적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 분명하다. 그는 ‘추론’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실제로 박근혜가 공적 업무시간에 개인적 일탈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가려낸 뒤 헌법에 어긋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주권자들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인의 의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호는 안해룡과 공동감독을 맡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큰 의혹을 일으킨 ‘다이빙벨의 구조작업 저지와 방해’를 소재로 한 영화 <다이빙벨>을 제작했다. 두 사람이 이 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한 것도 ‘대통령의 7시간’에 관한 진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대선 이전, 사장 김재철 퇴진을 요구하는 대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 등 6명이 해고당한 이래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이름과는 정반대 길로 치달았다.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체제’에서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 공개한 ‘2015년 방송채널 평가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MBC는 7개 평가 항목 평균치에서 KBS 1·2 TV 등 지상파 4개사와 종편 4개사 등 8개 방송사 중 7위로 나타났다. 특히 보도부문에 적용되는 지표인 공정성과 신뢰성에서는 종편 채널인 JTBC, MBN, 채널A 등에도 뒤졌다. 전국의 여러 연령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는 6위였다. 이상호처럼 진실 보도를 위해 개인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기자들, 그리고 피디저널리즘을 선도하던 사원들을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부서로 ‘유배’하지 않았다면 MBC가 이렇게 참혹하게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MBC 사원 자격을 당분간 포기한 이상호는 한국사회의 지배세력과 수구기득권층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파헤쳐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의 황야’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고발뉴스>는 거대한 MBC의 몇 천 또는 몇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매체이지만 진실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그에게 보내리라고 믿는다. 진실의 승리는 멀어 보이지만 끝내는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상호가 기자로서 지금 같은 사명감과 투지를 가지고 ‘진실과 거짓’을 밝혀내는 작업을 계속하기 바란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대로, ‘박근혜 정권 심판’의 열망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열매를 맺을 때 이상호가 MBC로 돌아가서 동료들을 뜨겁게 포옹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