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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중 사상 첫 1년 계약직 기자 모집

사측 ‘초강수’에 기자들 황당… “노조 분열·정면대응 하겠다는 뜻”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공정방송 회복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 16일째를 맞아 MBC 경영진이 1년 계약직 전문기자 채용 공고라는 사상 초유의 파업대응을 하고 나서 노사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MBC는 14일 오전 MBC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를 통해 북한·보건복지·환경·노동·의학·기상 분야의 1년 계약직 전문기자 O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MBC에서 기자를 계약직으로 뽑은 일도 없고, 계약기간이 1년인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이 때문에 사측이 노조의 파업에 정면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밖에도 MBC는 13일 오전 <제대로 뉴스데스크> 1회를 제작한 취재기자 5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작 경위서를 14일까지 제출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지난 3일 명동 앞에서 “MBC를 안아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프리허그(껴안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인 여기자 3명과 카메라기자 등에 대해서도 임원회의를 통해 “사규위반”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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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2백여 명은 총파업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재철 사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을 방문해 김 사장을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붙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경영진은 13일 새벽엔 MBC 로비에 걸려있던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등이 적힌 노조의 현수막을 강제철거하기도 했다.

잇단 사측의 ‘강수’에 기자를 중심으로한 조합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면서도 더욱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재훈 MBC 노조 보도부문 민실위 간사는 14일 “경영진이 기자들에 위기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열받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기자들 대부분은 ‘정말로 계약직 기자 채용 공고까지 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지만, 사측이 노조와 정말 한판하자는 뜻이 분명해진 만큼 더욱 전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1년 계약직으로 뽑히는 사람도 불쌍하다”며 “그렇게 뽑힌 적도 없다. 순전히 파업국면을 넘겨보자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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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가 13일 김재철 사장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찾아가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도 이런 경영진의 태도를 “도발”로 규정하며 더욱 파업의 강도를 높인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주요 뉴스의 기능이 마비돼있는데, 뉴스의 중심도 아닌 전문기자를 채용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결국 구성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파업의 대오를 흔들고, 이간질하기 위한 기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MBC 뉴스는 <뉴스데스크> 20~25분, 아침 <뉴스투데이> 10분, 저녁뉴스 폐지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기자를 채용하면 3~4 꼭지를 더 방송할 수 있게 돼 뉴스시간이 30분 정도로 는다. 그러면 MBC가 ‘파업해도 절반의 뉴스정상화는 이뤄졌다’고 여론몰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노조는 내다봤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파업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뉴스의 정상화를 위한 채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