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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 CCTV로 감시당하며 일한다?

보도국·시사제작국에 HD CCTV 16대 설치… 고화질 줌인 기능, 일거수일투족 감시 가능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MBC가 여의도 사옥 사무실 안에 고해상도의 CCTV를 설치하면서 기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도국 소속 기자들에 따르면 MBC는 지난 5월 파업 기간 중 HD급 CCTV 8대를 보도국 5층 사무실 천정에 설치했다. 이어 지난 7월 업무 복귀 전후로 해서 4대를 추가로 설치됐다. 한 사무실 안에 무려 12대의 CCTV가 설치된 것이다. PD수첩팀과 시사매거진2580 팀이 있는 시사제작국 6층 사무실에도 4대의 HD CCTV가 설치됐다.

MBC 노조는 고해상도 CCTV 설치는 ‘김재철 사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눈엣가시인 PD들과 기사들의 일상 생활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와 기자, PD들이 CCTV 설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설치된 CCTV의 기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MBC 노조가 노보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사진 프레임 안에 보도국 소속 한 기자가 책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이 가득차 있고 신문의 작은 글씨는 보이지 않지만 책상 옆에 영문 서류 제목이 보일 정도로 선명한 모습이다.

MBC 노조는 파업 이전 설치돼 있던 CCTV와 달리 이번에 설치된 HD급 CCTV는 비선형 편집을 통해 녹화된 피사체를 확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고 전했다. 특히 HD CCTV는 16배 줌인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MBC 사무실에 설치된 CCTV 역시 줌인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CCTV 업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화질은 쉽게 말해 HD TV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15~2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16배 줌인을 해서 차량 넘버를 HD TV 수준의 화질로 파악될 수 있다”며 선명도 기능을 자랑하기도 했다. CCTV 관리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컴퓨터에서 특정 피사체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16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MBC 노조는 “마음만 먹으면 신문의 어느 면 기사를 읽는지, 인터넷으로 뭘 검색하는 지까지도 포착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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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노조가 공개한 HD CCTV 화면

더구나 지난 5월달에 8대의 CCTV를 설치하면서 ‘사각지대’가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추가로 4대를 설치한 것은 보도국 소속 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MBC는 추가로 설치한 CCTV 이유에 대해 도난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자와 PD들은 일상을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보도국 소속 한 기자는 “워낙 선명도가 뛰어나니까 기자들이 불안에 한다. 자신을 늘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어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MBC는 조합원들을 징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HD CCTV를 활용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월요일마다 침묵 시위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확인해 세차례에 걸쳐 150여명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새롭게 설치한 CCTV는 법적 위반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CCTV 설치와 이용에 대한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MBC에 설치된 CCTV의 경우 특정 피사체에 대한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의 조작에 따른 법 위반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의 CCTV의 설치에 대해서도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 한정돼 있다. 설치를 할 경우 전문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를 설치할 경우 안내판을 설치해 공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MBC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MBC 노조는 이번 CCTV 설치는 ‘중대한 불법’에 해당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MBC 노조 법률 대리인인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MBC 노조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위반 사실이 명백하면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