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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이어 시사매거진 2580 ‘죽이기’ 논란

최근 잇따른 아이템 통제… “최필립-이진숙 회동 후 간섭 심해졌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이 최근 들어 아이템 선정을 둘러싸고 취재기자들과  데스크 사이의 마찰이 심해지면서, 기자들은  ‘PD수첩에 이은 시사프로그램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담당데스크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자들은 최근 과거사 관련 아이템에 대해 정치적 이유를 들어 방송불가 지시를 받는가 하면, 삼성 관련 아이템은 핵심 내용이 빠지고, 방송 시간마저 축소된 채 방송됐다고 사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 김근태 영화 ‘남영동1985′ 장면 담으면 정치적 의도 명백?

MBC사측은 오는 11일 방송 예정이었던 80년대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을  다른  아이템을 인혁당 사건이 연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불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매거진 기자들에 따르면 지난 80년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허위 자백을 했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진실이 규명이 되고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린 아이템이 11일 방송될 예정이었다.

방송은 광주에 소재한 트라우마 센터 상담 치료 내용과 조작간첩사건의 피해자들을 돕는 모임인 재단법인 ‘진실의 힘’ 활동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하지만 시사매거진 2580 담당 데스크인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인혁당이 연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는 방송 내용이 80년대 조작사건 피해자여서 인혁당과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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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태 민주당 전 의원의 고문사건을 영화화한 남영동1985의 한 장면

특히 심원택 부장은 해당 아이템이 고 김근태 의원의 고문사건을 다룬  ‘남영동1985’의 장면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았다. 심원택 부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만약 우리 2580이 이것을 방송하게 되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분명한 아이템을 방송하게 되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심 부장은 ‘남영동1985’의 정지영 감독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미쳤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한 대목을 문제삼으며 “이렇게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아이템을 제작, 방송하겠다는 기자의 행동을 방치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해당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는 “1차적으로 고문 피해자들의 얘기를 전달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해당 영화 내용까지 빼겠다고 했으나, 아이템 시초 자체가 영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방송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단독으로 녹취 확보해놓고도 방송 안 보내

지난 28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의  ‘지대위(지역대책위원회)를 아십니까’라는 아이템은  당초 단독으로 삼성 노조 조합원들을 사찰했던 당사자의 증언 녹취록 내용을 확보,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었지만 담당 데스크의  반대로 제외됐다.

해당 아이템을 취재한 김혜성 기자에 따르면 김 기자는 두 달 전 삼성 노조 결성과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지대위에서 직접 사찰을 했다는 증언을 담은 녹취록을 확보했다.

김 기자는 지난 9월 확보한 녹취록 내용을 아이템으로 발제를 했지만  심원택 부장은  ‘왜 이런 아이템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방송 아이템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김 기자는 삼성 지대위의 사찰 의혹은 있었지만 삼성 쪽에서 부인해온 상황에서 최초로 사찰을 했다는 직원의 증언을 확보한 이상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심 부장을 설득했으나,  ‘너무 오래 전 얘기라서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김 기자는 이에 삼성 쪽 반론과 관계자들의 증언 내용을 보완,  다시 해당 아이템을 발제했지만 연성 아이템이 없다는 이유로 싸이 열풍과 저작권료 문제를 다룬 아이템으로 대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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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2580> 10월 28일 방송 화면

하지만 김 기자는 추가로 취재해 다시 발제했고, 결국 28일 방송 예정 날짜까지 잡혔다. 그러나  방송을 불과 며칠 앞두고 녹취록의 주인공이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와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심부장을 이를 이유로 녹취록 증언을 빼고 편집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지대위를 아십니까?> 는 시사매거진 2580의 다른 아이템에 비해 이례적으로 짧은 7분짜리 분량으로 편집되었으며, 녹취록 내용이 빠진 채 방송됐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녹취록 주인공이 미행을 했다고 증언한 사람을 취재해보니 미행을 하고 있는 사진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녹취록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온 녹취록의 주인공이 최근 삼성 협력사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며 “녹취록 주인공의 이런 의심스런 정황과 증거로 볼때 녹취록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최필립- 이진숙 회동 후 아이템 간섭 심해졌다”  

최근 시사매거진 2580 아이템 간섭이 심해진 것은 지난 7일 ‘창조컨설팅의 실체’와 ‘의혹의 내곡동 사저’ 아이템이 방송으로 나가고 이후 지난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회동을 갖고 시사매거진 2580 방송을 언급한 시점부터라는 것이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당시 회동 녹취록에는 최 이사장이 “어제(7일)도 또 쓸데없는 거 말이야, 2580 뭐하러 그딴 거 말도 안되는 거 끄집어내더라고”라고 하자 이진숙 본부장이 “저도 깜짝 놀랐는데 그쪽도 그런 아이템만 골라가지고”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의 한 기자는 “최근 아이템이 킬을 당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으로 연상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 같다”면서 “아이템 삭제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지만 토론조차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시사 고발성의 비판적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방송에 못 나가게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 의심될 정도”라면서 “MBC의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의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려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이같은 기자들의 비판에 대해 사내게시판을 통해 “자신은 정치적으로 기사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 오히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거나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 후배기자들을 나무라는 것은 데스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PD수첩 무력화 이어 2580 무력화 돌입 

MBC 노조에서는 회사측이 지난해 PD수첩을 무력화시킨데 이어 마지막 남은 시사고발성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을 무력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PD수첩 무력화 공식을 보면 아이템에 대한 끊임없는 통제에 반발해 구성원들이 저항을 하면 징계 조치로 이어지는 행태로 나타났는데, 시사매거진 2580은 현재 아이템 통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무력화 작업이 현재 아이템에 대한 철저한 통제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템 선정이 합리적인 토론 과정 없이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에 의해 결정되게 되면 기자들과 충돌이 일어나고 징계를 통해 반발하는 기자들을 방출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