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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한마디에 ‘4대강’ MBC 보도 톱뉴스됐다”

오후 4시반까지 단신이었던 사안이 톱기사가 된 이유… 박승진 정치부장 “사실과 다르다”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0일 “4대강 사업 대운하 염두에 뒀다”는 내용을 톱기사로 전했다. 감사원이 “전임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으며, 대운하를 고려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발마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하자 이를 전한 기사였다.
하지만 톱기사 치고는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다. 사회적 주요 이슈를 톱기사로 전할 때는 사안에 대한 해설 및 정치권 반응 등을 담아 보통 두 개 이상이 리포트를 배치해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감사원의 발표와 청와대의 발표를 담아 리포트 한 꼭지로 이 소식을 전했다.
어색했던 MBC ‘4대강 보도’, 이유는…
이날 SBS <8뉴스>는 ‘감사원 “대운하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 설계”’를 톱으로 보도한데 이어 ‘청와대 “감사 결과 사실이라면 국민 속인 것”’이란 청와대 반응을 두 번째 리포트로 전했다. SBS는 11일에도 ‘대운하 아니다 4대강 사업 ‘수심’ 놓고 공방’, ‘매번 다른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코드 맞추기?’ 기사를 4, 5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22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서 ‘어색했던’ 4대강 보도의 전말을 밝혔다. 10일 감사원은 발표하기 전 오후 1시 쯤 출입기자들에게 관련 보도자료를 메일로 전했고 오후 2시 반 브리핑까지 엠바고를 걸었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MBC 보도국의 아침과 낮 편집회의에서도 4대강 관련 보고는 없었으며, 오후 4시23분 작성된 <뉴스데스크> 큐시트에서도 관련 내용은 잡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오후 5시5분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입장을 내자 기사 가치가 달라졌다고 MBC 본부는 지적했다. 민실위는 “정치부장은 오후 4시 반 회의에서 4대강 관련 감사원 발표는 단신으로 해도 좋고, 50초짜리 리포트로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면서 “청와대의 입장 발표가 나오자, 큐시트에 잡혀 있지도 않던, 단신으로 해도 좋다던 아이템이 갑자기 뉴스데스크 톱 뉴스로 배치됐다. 청와대의 한 마디에 기사의 가치가, 기사의 판단기준이 오락가락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국 구성원들은 “전 정권에 부담이 되는 4대강과 국정원은 현재 MBC 보도의 금칙어가 됐다”, “전 정권에 부담되는 뉴스를 유야무야 넘어가려다 청와대에서 한 마디 하니까 급히 톱뉴스에 추가됐다. 전 정권의 눈치보랴, 현 정권의 눈치보랴 수뇌부가 바쁘다”, “보도국 수뇌부의 뉴스 판단의 기준이 없거나, 그 기준이 정권의 한 마디라는 방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민실위 보고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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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 7월10일자 톱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박승진 정치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실위 보고서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박 승진 부장은 “감사원이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는 보고를 받은 후 발표 내용을 살펴보던 중 청와대 입장이 나오니 이를 반영했고 이에 따라 기사 분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톱기사로 배치된 이유를 묻자 “(기사 순서는) 부서에서 결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아침회의 때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감사원 감사 보고서가 두꺼워서 내용을 보고 판단하고 있었고, 기자들과 협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관련내용을 오후 2시30분 속보로 전한 바 있다.

원세훈 구속은 단신, 민주당 의원 실명은 공개 
MBC가 여권 인사와 관련된 구속 및 수사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전하면서, 야권 인사의 경우에는 조중동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MBC는 지난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소식을 26번째 단신으로 처리했다. SBS는 이 소식을 8번째 리포트로, KBS의 경우 16번째 리포트로 전했다. 앞서 지난 5일 부산지검이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체포하고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 한 사안에 대해서도 KBS는 9번째로, SBS가 15번째로 전했지만 MBC는 26번째 단신 처리했다.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동작구청장 압수수색 소식을 TV조선이 <뉴스판>에서 단독 보도하자, KBS는 다음날 10번째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했고, SBS는 이날 동작구청장이 후보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실세의원 보좌진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단독보도했다.
민실위는 “타사의 단독 보도에 대해 쫓아가지만 하던 MBC가 가장 먼저 보도한 내용도 있다. 바로 민주당 실세의원의 이름”이라고 지적했다. MBC 검찰팀이 지난 9일 민주당 실세 의원 보좌관이 체포된 소식을 전하면서 실세 의원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KBS와 SBS를 비롯한 조중동 등 신문들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실위는 타 언론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보좌관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혐의를 받던 보좌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민실위는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7월 10일 <뉴스투데이> 방송 내용은 IMNEWS(MBC 뉴스 홈페이지)에서 기사는 삭제됐고, 다시보기 서비스에서도 동영상이 삭제됐다”고 비판했다.

사건사고 기사 넘치는 MBC 뉴스, 달라진 게 없다

한편 민실위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뉴스데스크>의 상위 10개 아이템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나 항공시 사고와 장마·폭우 관련 뉴스가 총 109개로, 상위 10개 아이템 가운데 3분의 1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MBC 뉴스는 여전히 △4대강, 원세훈, 국정원 등 ‘금칙어 뉴스’에 대한 편향성을 드러냈으며 △법조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사회성 스트레이트 뉴스를 홀대하고 △자극적인 사건 사고 뉴스 비중이 높았고 △경제 뉴스를 주요 뉴스로 다루는 데 인색했으며 △동물 관련 뉴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5월23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뉴스데스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이슈가 사라지고 사건사건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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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와 SBS 상위 10개 아이템 비교 (MBC본부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