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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6차례 ‘국정원 대선개입 공판’ 모두 ‘모른척’

‘원세훈’ 공판 SBS 2차례, KBS 1차례 보도…‘김용판’ 공판, 방송3사 보도 안해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인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이하 국정원 의혹)의 진실을 규명할 공판이 지난달 말부터 열리고 있지만 방송3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MBC는 메인뉴스에서 6차례의 공판 소식을 단 한 차례에도 다루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에 관한 공판이 지난달 26일부터 9월 2일, 9일, 16일 등 총 4차례에 걸쳐 열렸다. 첫 공판에서는 국정원이 민간인 조력자에게 매달 300만원을 지급했고, 원 전 원장이 ‘신종 매카시즘’을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이 나왔다. 2번째 공판에서는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사이버 활동을 했고 대선 다음날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에게 “덕분에 선거결과를 편히 봤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전 국정원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3번째 공판에선 국정원 3차장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수사 상황을 물었고, 국정원 댓글 사건 당일에는 직접 만났다는 정황이 나왔다. 세 차례 모두 국정원 의혹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낸 공판이었다.
16일 열린 4번째 공판은 국정원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한 후 처음 열린 공판이었다. 채 총장의 사의 표명이 실체 규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나왔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신껏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국정원이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내용까지 보고서로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활동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를 보여줬다.
방송3사 가운데 SBS는 첫 공판(8월 26일자 2번째 리포트 ‘검찰 “신종 매카시즘” vs 원세훈 “고유 업무”’)과 세 번째 공판(9월 9일자 25번째 단신 ‘국정원 전 간부 “야당 비판 댓글 부적절”’)을 메인뉴스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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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8 뉴스> 9일자 25번째 단신
하지만 SBS는 방송3사 가운데 그나마 나은 편이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런 공판 내용을 단 한 차례도 다루지 않았다. 기사는 썼지만 <뉴스데스크>에 배치만 안 된 것일까. MBC 뉴스 홈페이지에서 ‘공판 관련 기사는 단 한 건만 검색된다. 첫 공판 기사가 공판 다음날인 27일 <뉴스투데이>(오전 6시)에 배치돼 있다. 나머지 공판은 취재했는데 보도국 간부들이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출고시키지 않았거나, 담당 기자가 취재도 하지 않은 것이다.
KBS는 <뉴스 9>에서 첫 공판을 3번째 꼭지(‘원세훈 前 원장 첫 재판…‘선거 개입’ 공방 치열‘)로 다뤘다. 하지만 나머지 공판 소식을 메인뉴스에 배치하지 않았다. 다만 4차례  공판을 전한 기사들은 모두 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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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뉴스 9> 8월26일자 3번째 리포트
김용판 전 청장에 관한 3차례 공판의 경우 방송3사 모두 외면했다. 지난달 23일 열렸던 첫 공판에서는 김 전 청장이 김하영씨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의 범위를 한정시켰다는 검찰 측 주장이 나왔고, 30일 2번째 공판에서는 김 전 차장이 김하영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았다고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이 증언했다. 이달 6일 열렸던 세 번째 공판 역시 김 전 청장이 증거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발표 날짜를 미리 정하는 등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의혹의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하기 위한 정황이 법정공방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방송3사는 메인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KBS의 경우 1·2번째 공판은 기사화했지만 MBC와 SBS 뉴스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50여일 동안 진행되는 동안 이를 축소·은폐 보도했던 전례를 방송사들이 계속 밟고 있다”면서 “법정에서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들이 제출됐으면 그 사실 자체를 전달해야 함에도 보도하지 않음으로서 방송사들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공판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은 MBC에 대해 “현재 MBC는 제2의 김재철 체제에 버금갈 만큼 경영진들이 보도를 통제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언론인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보도 양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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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