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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실종자 가족 조급증이 잠수사 죽음 불렀다?

박상후 전국부장, “실종자 가족, 구조 더디다고 압박”…“MBC, 구난 요청해도 구해줄 시청자 잃었다”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MBC가 조선일보와 함께 광고주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민간잠수사 죽음의 원인으로 ‘일부 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을 꼽았다. MBC 내부에서조차 ‘사상 최악의 보도’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일 12번째 순서로 나온 데스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에서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과 다이빙벨 실패를 다뤘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이날 “잠수가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전했다.

박상후 부장은 이어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했다. 마치 이광욱씨 죽음이 ‘정부의 구조작업에 불만을 품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으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박 부장은 이어 중국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언급하며 “놀라운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면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비교했다. MBC는 다이빙벨 투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진단을 내렸다. 박 부장은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했다.

이는 다른 방송사에서 진단한 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KBS나 SBS 등은 ‘잠수사에 대한 의료·안전 지원이 매우 열악했고, 바지선 전문 의료진도 없었고, 범정부 대책본부가 사고 직후 뒤늦게 신변 안전 강화 방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주영 장관-실종자 가족 대화를 ‘감금’으로 리포트하라

박 부장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에 들러싸여 17시간 동안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 ‘이주영 장관이 감금됐다’는 리포트를 만들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MBC 현장 기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지만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은 지시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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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 7일자 데스크 리포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도 8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서 7일자 리포트를 정면비판하며 “실종자 가족이나 유족들의 분노와 주장, 의혹 제기가 늘 이성적일 수는 없다. 팩트(Fact·사실)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의혹 제기가 맞는지, 왜 분노하는지, 확인하고 취재해서 맞으면 맞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보도하는 것이 재난보도를 하는 언론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민실위원들도 “MBC가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와 재난 대응 체계 문제점에 대한 보도를 대폭 축소시키고, 실종자 가족들이 왜 분노하는지 제대로 취재-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 내지 비이성적인 태도가 잠수사들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죽음이 발생했다’는 식의 억지 논리를 전개하고 비약했다”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틀린 ‘팩트’와 관련성이 빈약한 사례를 동원해 현상을 심하게 왜곡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MBC의 보도량은 KBS와 SBS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실위에 따르면 MBC는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정부 재난 대응체계 결함과 해경 등 구조기관의 부실 초동 대처를 비판한 보도는 21건에 불과했으나 KBS는 56건, SBS는 55건이었다.

MBC 기자들도 보도국 게시판에 해당 리포트를 비판한 글을 올리고 있다.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에서 피해 가족들을 비난하는 보도는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보도’라는 반응이다.

보도국 게시판 “이런 엄격한 잣대는 정부, 해경에 들이대야”

“도저히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았다”는 A 기자는 “왜 가족들이 그토록 분노했는가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냉철히 따져보고 우리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자 하면서도 따져보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적하는 내용도 없다. 오로지 희생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분노 그리고 폭력성에 대한 질책, 또 다이빙벨 논란을 일으킨 특정인물에 대한 분노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B 기자는 “유족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에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에게 항의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 아닌가”라며 “잠수사의 사망을 유족들의 압박 탓인듯 조급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예의도, 정확한 분석도, 이후 대안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B 기자는 다이빙벨 논란을 다룬 MBC 보도 역시 비판하면서 “이런 식의 엄격한 잣대는 일개인이 아닌 정부, 해경의 구조시스템 등에 들이대는 것이 더 맞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

C 기자는 “유족과 국민들이 뭘 잘못했기에 이런 비극에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못하게 하고, 안타까운 잠수사 죽음의 가해자로 모는 건가”라며 “잘못된 위기관리에 대해 치열하게 지적하고,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 대한민국이 한 발짝이라도 나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이 기자는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다. 침몰하는 MBC는 구난요청을 해도 구해줄 시청자들을 잃었다”라고 질타했다.

김장겸 보도국장 “논란 될만한 보도 없었다” 

보도국 기자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간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뉴스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는 조문기 편집1부장은 “뉴스에 그간 전달된 그 많은 분노와 사고 원인 리포트들에 대한 의견 역시 여러 시각들이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온 국민이 분노에 빠져 대한민국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상태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 믿는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상후 부장에게 이런 내부 비판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거부했다. 박 부장은 통화에서 “미디어오늘?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미디어오늘과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민실위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달 23일 “이번 세월호 사고 관련 언론 보도는 칼럼, 논문 등 언론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MBC 보도는 타사에 비해 논란이 될 만한 건 없었다”고 자평했다. 안광한 사장도 지난달 25일 ‘사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MBC 보도에 대해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