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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공정보도 요구 종결파업 돌입

기자들 전면 제작거부 “창피해 견딜 수 없었다… 국민들께 석고대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MBC가 사상 유례없는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노조 파업 동시 돌입이라는 내부 저항에 휩싸였다. 기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공정보도 회복하고 보도책임자 물러가라’를 외치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뒤이어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은 30일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12월, 2009년 2월 말, 7월 말(이상 미디어악법 저지파업),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4월 총파업에 이어 다섯 번째 파업이다. 이로써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두 번이나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에 직면하게 됐다.

MBC 노조는 이번 파업이 김재철 사장 퇴진 때까지 벌이는 ‘종결파업’이라고 규정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30일 파업 출정식에서 “공영방송 MBC가 ‘정권의 방송이 됐다’는 말은 입사 18년 만에 처음 들었다”며 “심지어 MBC는 ‘MB씨’의 MBC가 됐다. 김재철이 나가지 않는 한 이 멍에와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를 이렇게 망가뜨린 데 대해 국민에 석고대죄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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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국민앞에 석고대죄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이번 싸움이 끝을 보는 투쟁이고 퇴로가 없는 싸움”이라며 “이번 투쟁을 통해서 MBC를 반드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지난 25일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한 MBC 기자들은 그간의 불공정뉴스에 따른 시민·현장의 냉소로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하면서도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 대선 때 MBC가 정권재창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된 집단행동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MBC 구성원들은 이래서 방송을 멈추고, 시민들에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 현 정부 들어 같은 처지에 놓였던 ‘동료’ 공영방송 종사자들도 연대의 뜻을 표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언론노조 KBS본부장)은 31일 “MBC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데, MB의 공영방송 침탈에 맞선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도 같은 길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언론노조 YTN지부장)도 “이번 싸움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현 정권에서 망가뜨린 MBC를 회복시키고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싸움”이라며 “하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은 시대에 싸움이 어려울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하지만 승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 원로인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이라면 당연히 언론으로서 해야할 역할이 있는데 이를 사장 때문에 못한다면, 저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구성원들은 싸워야 하고, 시민들은 응원해줘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MBC의 이번 싸움을 보는 시민들도 각종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이번 파업에 대한 지지의견이 쏟아졌다.

시민들 지지의 이면엔 한때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MBC가 권력의 품에 안긴 방송사로 전락한 데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함께 담겨있다. 이런 일종의 ‘배신감’은 시청자·시민들로 하여금 MBC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한낱 거품이 아니었나 회의하게 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MBC에 쏟아진 냉소와 비아냥은 이에 따른 것이다.

MBC 기자들과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퇴로없는 싸움에 몸을 내맡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 다.

한편, 전면적인 제작거부와 총파업으로 MBC 뉴스와 프로그램은 연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은 담화문을 내어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특히 “최고 매출, 시청률 1위를 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불법 파업을 벌이는 것은 최고 방송사로서의 지위를 경쟁사에 스스로 갖다 바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의 파행을 부른 것은 오히려 제작 거부에 나선 기자들과 제작 현장을 떠난 사원들”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