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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기발령자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교육?

“파업 참가했다고 보복”, 황당한 교육 명령… “인성교육 필요한 사람은 김재철 사장”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인성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김재철 사장 아닙니까?”

MBC가 정직과 대기발령을 받은 조합원 20명에 대해 ‘교육’ 명령을 내리면서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 내용이 직무와 관련 없는 교양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는 반면 교육 대상자들은 MBC 간판 PD와 기자, 아나운서들이여서 교육을 빙자해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격리 시키려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기자 9명, 카메라 기자 2명, 아나운서 2명, 카메라 감독 1명, 시사교양 PD 4명, 라디오 PD 2명 등 20명에 대해 3개월 동안 교육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20일부터 잠실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다.

교육대상자는 국장, 부장급을 포함해 7년차에서부터 20년차 사원이 포함돼 있다. 특히 퇴직을 1여년 앞둔 이우호 전 논설주간, 이정식 한국PD연합회 차기 회장, 임대근 전 방송기자연합회장, 박경추, 김완태 아나운서, 김연국, 왕종명, 김수진 기자, 임경식, 김동희, 서정문 전 PD수첩 PD 등이 포함돼 있다.

누리꾼들은 MBC의 간판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했던 이들에게 실효성도 없는 교육 명령을 내린 것은 파업 참가에 따른 보복일 뿐이고 MBC 복귀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이 받을 교육 과정을 보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만 하다. 직무 관련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부랴부랴 대학 교양 수준의 내용으로 채운 흔적이 역력하다.

교육 과정에는 서울대 박동규 명예교수의 <시와 철학>이라는 특강이 잡혀있고, <음반산업의 이해>라는 뜬금없는 내용도 보인다. 작편곡자로 유명한 ‘돈스파이크’씨를 초빙해 MBC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실용음악센터에서 음악 교육도 예정돼 있다.

또한 파워블로거와 트위터리안을 강사로 초빙해 <트위터 사용의 이해> <페이스북 운영 어떻게 하나> 등의 제목으로 강의도 준비돼 있다.

이외 <내가 만드는 브런치> <미디어의 이해> <애니메이션> <만화 산업 현재와 미래> <내가 변호사를 그만둔 이유(강지원 변호사)> 라는 제목의 강의와 철학수업, 고대 신화 관련 수업도 포함돼 있다. 상암동 MBC 신사옥 건설현장 방문도 이번 교육의 중요한 일정이다.

교육 대상자들은 이날 처음으로 교육을 받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참가자는 “황당할 뿐이다. 배움에 나이와 경력이 있느냐 따지고 들면 굳이 할 말은 없다”면서도 “이 시점에 와서 33년차부터 7년차까지 MBC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석 달 동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다”고 비난했다.

MBC 경영진은 파업 참가 인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 위한 기본 교육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업무에 복귀해도 큰 문제가 없는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징계와 대기발령에 이은 제2차 보복성 조치 성격이 짙다.

참가자는 “너희들은 여의도 MBC 근처에도 오지 말고 기존 사원들과도 어울리지 마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더 이상 대기발령 또는 징계를 할 순 없으니까 죄 없는 아카데미에 우리를 떠넘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탓인지 커리큘럼도 3주 정도 밖에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교육 내용이 좋더라도 격리 조치라는 점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서둘러 교육 과정을 개설하다 보니 인문, 철학, 문학 등의 과정이 포함돼 있는데 MBC 아카데미 측도 난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교육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MBC 아카데미에 강의를 나갈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