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세력의 맨얼굴 ① ] 한국, 새로운 신분사회

미디어오늘 탐사기획팀 | media@mediatoday.co.kr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그야말로 옛말이 되고 있다. 우스개로 개천에서 나는 용은 ‘멸종동물’이 됐다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계층이동(social mobility)을 막는 각종 제도들이 늘어나고, 부와 권력의 세습도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회 균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제도부터 보자. 대표적인 것이 법학전문대학(로스쿨)이다. 전에는 대학 졸업 여부나 전공과 상관없이, 누구나 열심히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되는 길이 열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으면 법률가가 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특권으로 자리잡는다.

외교관 양성 기관인 외교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누구나 외무고시에 응시해 합격하면 외교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외교아카데미에 들어가려면 단순히 시험성적만 가지고는 안된다. 면접도 통과해야 한다. 면접관들이 누구인가? 한국의 지배세력이다. 자연히 인적 네트워크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이 유리하게 돼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제도 그렇다. 객관화된 자료인 수능 성적 외, 면접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객관화가 불가능한 사람의 감정과 판단이 개입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한 점수 차이가 당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각종 특목고, 외국어고, 자율형(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제도 등도 일종의 차별적 제도로 작용한다.
이대로 가면 이웃나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국회의원직과 장관직도 세습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사회다. 그러다 보니, 우동집 아들로 태어나면 신분 상승이나 계층 이동을 포기하고 몇 백년 동안 대를 이어온 우동집을 경영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고위직, 아버지 박정희와 인연 맺은 인사 많아

박근혜 대통령이 고위인사나 참모를 발탁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일했거나 신임이 두터웠던 사람과 자식들을 발탁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신임했던 사람 중의 한사람이 김정렴(1924년생) 전 비서실장이다. 김 씨는 1966년부터 재무부장관과 상공부장관을 차례로 지낸 뒤 1969년 10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무려 8년 3개월 동안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의 회고록(아, 박정희)을 보면, 비서실장을 지내는 동안 외부인사와 일절 식사자리나 술자리를 갖지 않고 지극 정성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보좌한 대목이 나온다.

부총리로 자리 옮긴 현오석 KDI 원장 후임에 김정렴 전 비서실장 3남

 

기재부 보고 받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령탑은 현오석(1950년생) 경제부총리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현 씨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다. 현 부총리가 맡고 있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직은 현재 김준경(1956년생)씨가 맡고 있는데, 김 원장이 바로 김정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셋째 아들이다.

그의 집안에는 금융인과 경제인들이 많다. 김정렴 비서실장의 부친 김교철씨는 조흥은행장과 국민은행장을 지낸 바 있고, 김정렴 씨의 큰형 김정호씨는 한일은행장을 지냈다. 김정호 전 한일은행장의 큰사위가 바로 김종인 전 국회의원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비서관과 보사부장관을 지낸 바 있는 김 전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뼈대를 만든 바 있다.

김종인 씨 친인척 중에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이 있다. ‘강만수 사단’의 일원으로 불리며,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지식경제부장관을 잇따라 지낸 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는 김종인 전 의원의 5촌조카 사위다.

한 번 마음먹은 경제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최틀러(최중경과 히틀러의 합성어)’라 불린 최중경 씨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할 때인 2010년 6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대사로 나간 사람이 권태균 전 조달청장인데 최중경씨와 4촌 동서다.

우리 정부의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씨의 손자인 김종인 씨의 친인척 중 박봉환 전 동자부장관이 매형이고,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윤영철씨, 노태우 정부 시절 건설부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진설 씨, 그리고 신민당 대변인을 지낸 이택돈 전 변호사 등이 4촌매부들이다.

 

< 연재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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