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⑨ ] 중앙일보(5)-홍석현의 걸어온 길과 정치적 야망

미디어오늘 탐사기획팀 | media@mediatoday.co.kr

1985년 울면서 청와대를 떠났던 홍석현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코닝(부사장)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실질적인 중앙일보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된다.

중앙일보를 설립한 사람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였지만, 아버지 홍진기의 대를 이어 최대 재벌신문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홍석현은 중앙일보의 드러난 주주 중에서는 1대주주이자 최대주주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흐른 2004년 2월 14일 이제는 중앙일보 대표이사 회장직에 발행인과 인쇄인 자리까지 겸한 홍석현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무려 3시간 35분 동안 특별대담을 갖기에 이른다.

중앙일보는 자사의 회장인 홍석현에 대해 청와대가 ‘국가원수급 예우’를 했다고 자랑하듯 보도했고, 다른 언론은 이를 비웃고 꼬집었다.

박정희 유신통치 시대를 포함하여 족벌언론사(史)를 통틀어 좀처럼 유례를 찾기 어려운 ‘권력과 언론,’ ‘권력과 재벌’의 유착사례로 두고두고 기억되고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홍석현 회장과의 특별대담이 그 이후에 올 ‘엄청난 사건’의 예고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12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가 외교의전(protocol)마저 무시해 가며 홍석현 회장을 주미 대사에 내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홍석현이 무려 1,071개의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탈세를 저질러 대법원에서 실형(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에 벌금 30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거나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자를 주미 대사에 앉힌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망신과 조롱거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마음으로부터 지지하고 성원했던 많은 시민들은 노 대통령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그럴 수는 없다’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른 뒤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고백하듯 선언했다. 어떤 이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재벌에 대한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권력은 삼성에 넘어갔다”로 해석했다.

우리나라 정치사와 권력과 재벌의 관계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의 선언은 중대한 분수령이자 변곡점이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까지만 해도 재벌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에게 앞 다퉈 천문학적인 뇌물을 갖다 바치는 등 권력이 재벌(금력)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 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이런 정치 토양에서 홍석현 회장이 ‘정치적 야망’을 갖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뒤에는 누나와 매형 가족이 지배하는, ‘권력과 제도 위에 군림하는’ 삼성그룹이 있고, 최대의 복합미디어그룹이라는 ‘언론왕국’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 뿐인가.
혼맥으로 얽히고 설킨 엄청난 후원자와 권력 실세들까지 뒤를 봐주기 때문에 홍석현 입장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청와대 비서실장의 특별보좌관이라는 위인설관에도 고마워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고등고시를 거쳐 10년씩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고교와 대학 동기동창 보다 1-2직급을 더 높게 ‘특별승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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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부 불법도청과 X파일 사건에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검찰에 출석한 2005년 11월 16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가면을 쓴 민주노동당원들이 ‘홍석현을 구속하라’를 외치며 홍 전 대사를 붙잡고 있다. ⓒ 연합뉴스

홍석현의 장인은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

이제 홍석현이 재무장관의 비서관에 이어 청와대 비서실장 (특별)보좌관으로 특채와 특혜를 누릴 수 있었는지, 배후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따라가 본다.

우선 홍석현의 부친 홍진기씨는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과 인맥을 배경으로 공직에 진출한 아들들의 뒷바라지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석현의 장인은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한 직후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법률고문을 지내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내다 검찰총장 7년 6개월(1963.12-1971.06)에 이어 법무장관 2년 6개월(1971.06-1973.12), 그리고 중앙정보부장(3년: 1973.12-1976.12)까지 잇따라 지내면서 박정희의 유신헌법 제정과 철권통치에 앞장 선 신직수(1927-2001)씨다.

신직수씨가 세 개의 권력기관의 책임자로 있으면서 유신 독재의 앞잡이 노릇을 할 때 가장 총애했던 검사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김기춘씨로 알려져 있다.

홍석현 청와대 데리고 간 강경식 비서실장,
처 이모부가 ‘TK 대부’ 신현확 전 국무총리

막강한 배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현확(1920-2007) 전 국무총리는 명실상부한 ‘TK(대구-경북)의 대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가 창당한 공화당 의장을 지낸 ‘TK 원조대부’ 백남억(1914-2001: 경북고 15회; 영남대 전신 대구대 교수)씨가 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신현확씨는 TK의 대부로 불린 만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일제 때인 1943년 고급관리 등용문인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에 합격한 전력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한 때 친일인명사전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일제 말기 근무지를 이탈해 고등관으로 부임하지 않았다는 외아들 신철식(1954년생: 전 국무총리실 정책차장; 현 STX 부회장)씨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실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신현확씨는 해방이 되고 정부가 수립되자, 상공부의 전기, 광무, 공업국 국장 등을 거쳐, 외자청(외자 도입 담당부서) 청장, 부흥부(경제기획원과 보건복지부의 전신 격) 장관, 보사부장관, 국무총리, 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에다, 국회의원(9-10대)까지 지냈다.

공직에서 잠깐 떠나 있을 때는 쌍용양회 사장도 지내는 등 그야말로 대통령직 빼고, (정치)행정과 경제를 모두 주무른 인물이다.

그의 이런 화려한 이력 중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 중의 하나가 바로 삼성물산 회장 자리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죽자,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경제부총리(경제기획원장관 겸임)로 있던 신 씨가 국무총리로 올라간다. 1980년 5월 국무총리직에서 사임한 신 씨는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을 거쳐 1986년부터 5년 동안 삼성물산 회장으로 삼성그룹의 바람막이 노릇을 하게 된다.

신 씨는 경북고 20회 졸업생이다. 경북고 20회 동기생 중에서 삼성그룹에서 CEO를 지낸 사람이 세 사람인데 신 씨가 그중 한 명이고, 나머지 두 사람이 김준성 전 경제부총리(현 이수그룹 회장; 1987-1988년 삼성전자 회장)와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1968년 삼성물산 사장)이다.

신현확씨가 바로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홍석현을 청와대로 데리고 간 강경식 전 부총리의 처 이모부다. 신현확씨의 처형(妻兄) 김송배(1921-2009) 시조시인이 강 전 부총리의 장모다.

 

< 연재 순서 >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① ] 정·관·재계 ‘거미줄’ 같은 박근혜 친인척 혼맥 대해부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② ] ‘친박좌장’ 김무성 일가, 4대 재벌가 얽힌 혼맥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③ ] 조중동 사주와 박근혜 후보도 친인척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① ]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 혼외자식만 4남 2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② ] 조선일보, 사주 가족들 얽힌 사학재단만 8곳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③ ] 왜 ‘야당지’였던 동아일보는 변했을까?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④ ]‘삼성의 사보’ 역할에서 ‘홍석현의 왕국’으로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⑤ ] JTBC 보도, ‘이건희 회장 사후’를 대비 홍석현 회장의 야망을 드러낸 것인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⑥ ]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 ‘이병철 회장’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⑦ ] 홍석현,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다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⑧ ] 홍석현·방상훈·장재구, 족벌언론 2세들의 경쟁과 차이점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⑨ ] 주위에 온통 권력자들…노무현 대통령도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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