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⑦ ] 중앙일보(4)-홍석현의 걸어온 길과 정치적 야망

미디어오늘 탐사기획팀 | media@mediatoday.co.kr

언론과 권력은 대립적이다. 본질적으로 대립적이어야 한다. 언론은 돈을 가진 금력, 즉 재벌은 말할 것도 없고, 입법·사법·행정부를 비롯한 정치권력을 감시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 차원에서 언론을 ‘제4부(The Fourth Estate)’라 부른다. 그런데 겉으로는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는 우리나라 언론, 특히 족벌언론과 사주들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이 되어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적 이익과 정략적 목표 추구에 혈안이 돼 있다. 이제는 종편채널이라는 방송까지 허가받은 언론족벌 사주가 이탈리아의 언론과 정치경제를 거덜 낸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수상처럼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거나 제4부가 아니라 ‘제1권력’이 되겠다고 설칠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베를루스코니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족벌언론 사주가 바로 홍석현 중앙일보미디어그룹 회장이다. 홍석현이 걸어온 길과 그의 정치적 야망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홍석현,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다

1985년 1월 어느 날.
홍석현은 울면서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생활 1년3개월만이었다. 청와대를 떠날 때 그의 직책은 ‘전두환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식의 (특별)보좌관’이었다.

현재 중앙일보미디어그룹 회장인 홍석현이 청와대를 떠날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에서 그것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의 비서실장의 보좌관이란 직책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언론도 그에게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석현의 입장에서, 만에 하나 당시부터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경력관리 즉 요샛말로 스펙 쌓기란 관점에서 볼 때 ‘구중궁궐’이나 다름없는 ‘권부의 핵’ 청와대를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전두환, 홍석현 특별승급 추진한 비서실장 강경식 해임

그렇다면 홍석현은 어떻게 청와대에 입성하고, 또 강경식 비서실장과 함께 사실상 ‘쫓겨나게’ 되었을까? 비밀과 열쇠는 역시 ‘사람과 혼맥’에 있다. 우선 홍석현의 경력부터 살펴본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홍석현은 1977년부터 세계은행(IBRD)에 근무하면서, 1978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 1980년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1983년 3월 세계은행 근무(economist)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게 된 직책이 강경식 재무부장관의 비서관이다. 강경식(1936년생)씨는 김영삼 정부 당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인 1997년 11월까지 경제부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출두

▲ 중앙일보·JTBC 회장. ⓒ 연합뉴스

재무장관 비서관에서 바로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지만,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2회 고등고시 행정과)를 통해 관계에 들어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주요 보직을 거친 강경식씨가 1983년 10월 재무장관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비서실장에 발탁되자, 강경식 재무장관의 비서관이던 홍석현씨도 ‘청와대 비서실장 특별보좌관’이라는 자리를 얻어 청와대로 옮긴다.

특정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특별보좌관’을 임명하는 경우는 더러 있으나, 청와대 비서실장의 ‘(특별)보좌관’을 임명하는 경우는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없다. 글자 그대로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 위인설관(爲人設官)이었던 셈이다.

홍석현씨가 청와대에서 ‘조용히’ 근무했으면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홍 씨는 자신을 위해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청와대 근무를 허용한 것에 감사하기는커녕, 행정고시 등을 통해 10년 정도 정부 각 부처에 근무하고 있던 자신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동창들과 비교해 1-2직급 더 높은 직급, 즉 ‘특별승급’을 요청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은 행정안전부에서 공무원들의 인사를 다루지만, 당시는 행정자치부로 통합되기 전 총무처에서 청와대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인사 문제를 다룰 때였다. 청와대 인사라 하더라도 총무처의 사전 심사와 절차를 거쳐야 했던 시절이다.

전두환 대통령, ‘재벌 X들은 왜 이 모양이야’ 진노

홍석현의 특별승급에 관한 총무처 인사 담당자의 문제 제기와 청와대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결재안’은 전두환 대통령 앞에 제출된다.

청와대 인사 실무자는 홍 씨의 특별승급에 관한 청와대 비서실과 총무처 등 관료사회 내부의 뒷말과 반발 분위기를 전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조심스럽게 결재안을 올리자, 이를 들은 전 대통령은 버럭 화를 내며, “재벌 X들은 왜 전부 이 모양이야”라고 소리치면서 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 대통령의 ‘진노’는 결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강경식 비서실장마저 해임하기에 이른다.

당시 홍석현씨의 부친 홍진기(1917-1986: 법무장관/내무장관 역임)씨는 중앙일보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낼 때이고, 홍석현의 누나인 홍라희(1945년생)씨가 이건희(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씨의 부인이고,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의 계열사였으므로, 전두환 대통령이 홍석현을 ‘재벌가’의 일원으로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30대 중반을 넘긴 홍석현씨는 결국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 3개월 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1년반 가량 근무한 홍 씨는 부친(홍진기)이 작고한 두 달 뒤인 1986년 9월 삼성코닝 전무로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주주이자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삼성코닝 부사장직을 끝으로 삼성코닝을 떠나, 1994년 3월 중앙일보사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사실상 중앙일보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된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4년 12월 17일 노무현 정부는 홍석현 중앙일보 대표이사 회장을 외교 의전(protocol)에 따른 미국 정부의 아그레망(대사 접수국의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미 대사 내정자로 발표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외교 의전도 무시하는 사실상의 ‘비 문명국가’임을 온 세계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청와대가 외교 의전절차도 무시하고 주미 대사 내정자를 발표한 것도 문제였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중앙일보가 자신의 대표이사 회장의 주미 대사 내정 사실을 아그레망이 날 때까지, 아니 최소한 정부 발표가 날 때까지 기다린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사 내정 사실을 발표하기도 전인, 그날 아침 신문에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사실이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재국인 미국 정부가 대사 내정에 대한 사전동의(아그레망)를 할 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중앙일보는 홍 씨의 다음 목표가 주미 대사직이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이며, 정부가 “홍 회장의 유엔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것이 족벌언론과 족벌언론 사주의 맨얼굴이다.

 

< 연재 순서 >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① ] 정·관·재계 ‘거미줄’ 같은 박근혜 친인척 혼맥 대해부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② ] ‘친박좌장’ 김무성 일가, 4대 재벌가 얽힌 혼맥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③ ] 조중동 사주와 박근혜 후보도 친인척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① ]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 혼외자식만 4남 2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② ] 조선일보, 사주 가족들 얽힌 사학재단만 8곳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③ ] 왜 ‘야당지’였던 동아일보는 변했을까?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④ ]‘삼성의 사보’ 역할에서 ‘홍석현의 왕국’으로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⑤ ] JTBC 보도, ‘이건희 회장 사후’를 대비 홍석현 회장의 야망을 드러낸 것인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⑥ ]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 ‘이병철 회장’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⑦ ] 홍석현,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다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⑧ ] 홍석현·방상훈·장재구, 족벌언론 2세들의 경쟁과 차이점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⑨ ] 주위에 온통 권력자들…노무현 대통령도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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