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⑤ ] 중앙일보 (2)

미디어오늘 탐사기획팀 | media@mediatoday.co.kr

우리나라 족벌신문사와 사주들은 ‘권력 그 자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재벌과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는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하거나, 회사와 사주들의 이익(私益)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처럼 공격의 대상으로 지목되면 사소한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오보로 판결이 나도 좀처럼 지면을 통해 사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특징을 3가지만 꼽으라면, 거짓말, 뻔뻔함, 그리고 집요함을 든다.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이들에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엄청난 ‘방송 무기’까지 안겨주었다. 이제 신문과 방송 모두를 가진 족벌언론과 사주들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대법원에서 탈세 확정판결을 받아도 대통령이 사면해 준다. 대통령은 임기 5년이 끝나면 물러나지만, 족벌언론 사주들은 대물림으로 ‘족벌언론 왕국’을 영속적으로 지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한국의 지배세력이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들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혼맥으로 얽히고 설킨 지배세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족벌언론 사주들부터 살펴본다.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주>

 

‘중앙일보의 종편채널 JTBC’는 14일 9시 뉴스를 통해 삼성그룹의 ‘노조 무력화 전략’이 담긴 문건을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입수했다며 단독보도했다.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불법 비리를 보도할 때도 중앙일보만 언론이기를 포기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침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종편채널 JTBC가 상법상의 별도법인이라지만, 중앙일보그룹 즉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주력 계열사로 한 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JTBC가 다른 뉴스도 아니고, ‘삼성의 아킬레스건’의 하나라 볼 수 있는 무노조 고수를 위한 문건을 보도한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에서는 JTBC 사장이자 9시 뉴스 앵커인 손석희씨의 역할에 비중을 두기도 하지만, 이는 지극히 피상적인 분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진짜 이유와 배경은 뭘까? 진실은 시간이 가면 금방 드러나게 돼 있다. 우선 몇가지 가능성과 배경을 짚어볼 수 있다.

JTBC, 보여주기 위한 차별화 vs 진짜 차별화 

첫째, JTBC의 차별화 전략일 가능성이다. JTBC가 출발부터 채널 포화 내지 과잉상태의 방송(종합편성)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 즉 다른 족벌신문들이 소유·경영하는 종편채널 3개와의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도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진짜 차별화, 즉 진정성 있는 차별화이고 다른 하나는 ‘보여주기 위한 차별화’다.

▲ 지난 2013년 10월 14일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후자라면, 즉 이번 JTBC 보도가 진정성 있는 ‘진짜 차별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면, 생존경쟁이 더 치열하고 불투명한 신문 시장에서 중앙일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런 ‘단독보도’가 JTBC나 중앙일보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탐사보도로 나타났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매개와 중재로 심상정 의원이 JTBC와 손석희 사장에게 제보한 것이라면, 이는 차원이 달라진다.

그러나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기에는 JTBC의 이번 보도가 삼성그룹에 가할 타격이 너무 크거나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글자 그대로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보도는 손석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중앙일보그룹의 ‘독립선언’인가?

둘째, 이번 보도가 삼성그룹의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사가 몇차례의 ‘공언(空言)’ 끝에 1999년 상법상의 계열분리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삼성과 ‘특수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제 기업지배 구조에서 완벽하게 독립한 것을 선언한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상법상으로 계열분리했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양자 사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았거나 받고 있는 특혜나 ‘내부거래’를 적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중앙일보사의 주주들과 보유 지분 내역 등 기업지배구조만 놓고 봐도 여전히 석연찮거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구석이 있다. 한때 중앙일보의 주식을 20.3%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그룹의 계열사 혹은 관계자가 여전히 중앙일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가지고 있다면 얼마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공개된 바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 ‘삼성의 사보’ 역할에서 ‘홍석현의 왕국’으로]

삼성전자 법무팀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1999년 중앙일보가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할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1대주주 자격을 얻는데 필요한 지분 확보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중앙일보사 지분을 매입할 자금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작성해 두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즉 김용철 변호사 자신이 경리를 담당하던 김인주씨의 지시로 문제의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직접 써 준 바 있는데, 주식 소유 명의자는 홍석현으로 하되 의결권은 이건희 회장이 행사한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중앙일보 위장 분리’였다는게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의 계속되는 증언이다. “내가 공개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왜 만드는지 물어봤더니, 김인주가 그래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 계약서는 한 부만 만들었다. 삼성만 가지고 있다. 중앙일보와 삼성 사이에서 이뤄진 돈 거래는 위장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 원천이 비자금인지 여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계약서에 도장 찍은 것은 못 보았으나, 이건희의 인감은 김인주가 갖고 있었다.”

“그리고 8년쯤 지난 2007년, 양심고백을 통해 중앙일보 위장 분리에 대해 세상에 알렸다. 그러자 중앙일보 측은 즉각 반박했다. 내가 알린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 중앙일보가 삼성에서 계열 분리했다는 주장이었다. 삼성 역시 중앙일보 측 주장에 동조했다. 이로써 이익을 본 것은 홍석현이다. 홍석현은 이건희의 돈으로 중앙일보 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홍석현에게 명의만 빌려줬던 이건희는 억울하게 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참조

중앙일보의 계열분리가 완벽하게 이뤄지거나 기업지배구조가 이건희 회장에서 홍석현 회장 가문으로 명실상부하게 넘어왔다 하더라도, 중앙일보그룹 입장에서 삼성그룹의 물질적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여젼히 비현실적이다.

시도 때도 없이 삼성 돈 요구한 중앙일보의 자립 선언?

셋째, 중앙일보그룹과 홍석현 가문의 자금력과 부가 과거와 비교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축적돼 이제 삼성그룹의 ‘특혜’를 받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냐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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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다시 들어보자. “하지만 중앙일보가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심 고백 이후,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 특히 이건희 일가가 기분 나빠할 내용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 보도하는 중앙일보의 태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중앙일보가 계열분리를 선언한 뒤에도, 중앙일보 편집국 내부 정보보고 내용이 하루 두 번씩 삼성 구조본(구조조정본부: 현 미래전략실: 편집자 주)으로 전달됐다. 이걸 보며, 나는 ‘중앙일보는 언론이라기보다, 삼성을 위해 일하는 사설 정보기관이구나’ 싶었다.”

“이처럼 중앙일보가 삼성에 종속돼 있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걸핏하면 삼성에 돈을 요구했다. 1999년, 재미교포 박인회(윌리엄 박)가 전직 안기부 직원인 공운영에게 넘겨받은 도청파일을 중앙일보가 사려고 한 적이 있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이다. 박인회가 중앙일보에게 돈을 갈취하려 했다기보다는, 중앙일보가 도청파일 속 정보를 탐내서 구매하려고 했다는 게 사실에 더 가깝다. 당시 박인회가 부른 가격이 10~20억 원 정도였는데, 중앙일보는 이 돈도 삼성더러 내달라고 했다. 당시 이학수가 이런 요구를 거절했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중앙일보쯤 되는 회사가 고작 10~20억 원 때문에 손을 벌리나’라고 여긴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중앙일보는 수해 입은 지하주차장 수리비까지 삼성에 요구했다. 그래서 구조본 재무팀에 있는 중앙일보 담당자가 몹시 힘들어 했다. 김인주는 사무실 창밖에 내다보이는 중앙일보 건물 끝에 있는 ‘J’자를 가리키면서 ‘도둑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욕하면서도 삼성은 중앙일보가 손을 벌릴 때마다 대개는 돈을 쥐어줬다. 그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삼성을 생각한다’ 참조

매형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한 홍석현의 위상 과시?

넷째, 이번 보도의 배경을 이건희 회장과 처남인 홍석현 회장의 관계나 ‘위상 재정립’ 차원에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제3자가 모르는 복잡미묘한 사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홍석현 회장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제공하는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성 떡값을 정치인 등에 심부름하는 과정에서 상당액수를 가로채는 이른바 ‘배달 사고’를 낸 적도 있고, 홍 회장 형제가 소유·경영하는 보광휘닉스파크를 건설한 삼성물산이 건설비용을 과다계상한 후 나중에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홍 회장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보광그룹과 중앙일보의 탈세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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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더구나, 홍 회장은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되겠다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적이 있다. 그가 그런 정치적 꿈을 접었다는 흔적은 아직 발견하기 어렵다. 그의 야망이 세간에 드러난 사건이 바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홍석현 회장의 밀약설이다. 나중에 홍석현 회장이 일부 실토한대로 당시 중앙일보는 사실상 이회창 대선 캠프의 비밀 정보기관처럼 움직여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에 시달린 바 있다.

그 이후 홍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주미 한국 대사로 발탁돼 근무하다 국가정정보원이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홍 회장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이른바 ‘X-파일’ 보도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성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 6개월만에 주미 대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매형인 이건희 회장을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홍 회장은 또 시간이 자신의 편이며 지금이 그 적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승부나 결과를 점치기에는 이르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과 구축한 ‘왕국’과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그룹이 이번 JTBC 보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또한 JTBC와 중앙일보가 이번 보도의 연장선에서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에 관한 보도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지켜보면 진실은 바로 드러날 것이다.

 

< 연재 순서 >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① ] 정·관·재계 ‘거미줄’ 같은 박근혜 친인척 혼맥 대해부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② ] ‘친박좌장’ 김무성 일가, 4대 재벌가 얽힌 혼맥
[ 한국 지배층 대해부 ③ ] 조중동 사주와 박근혜 후보도 친인척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① ]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 혼외자식만 4남 2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② ] 조선일보, 사주 가족들 얽힌 사학재단만 8곳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③ ] 왜 ‘야당지’였던 동아일보는 변했을까?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④ ]‘삼성의 사보’ 역할에서 ‘홍석현의 왕국’으로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⑤ ] JTBC 보도, ‘이건희 회장 사후’를 대비 홍석현 회장의 야망을 드러낸 것인가?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⑥ ]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 ‘이병철 회장’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⑦ ] 홍석현, 울면서 청와대를 떠나다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⑧ ] 홍석현·방상훈·장재구, 족벌언론 2세들의 경쟁과 차이점
[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⑨ ] 주위에 온통 권력자들…노무현 대통령도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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