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세력의 맨얼굴 ④ ] 정문헌 전 청와대 비서관

미디어오늘 탐사기획팀 | media@mediatoday.co.kr

국가정보원(약칭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댓글 공세를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은 ‘(SNS) 쿠데타’라 불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국정원 등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선거 개입이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전혀 본질이 아니다. 그런 시도나 모의 자체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로 규정해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지금 한국 사회와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면, 이는 바로 이런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부인하거나, 이미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은폐, 엄폐하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때문이다.

그래서 천주교 신부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열렸던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의 송년홍 주임신부는 “하야라는 단어도 현 상황에서는 너무 고상해서 붙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보도했다.

구속 수감 중인 원세훈을 비롯한 당시 국정원 수뇌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쿠데타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태를 은폐, 엄폐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집권세력이 2차로 일으킨 중대 범죄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유출 사건이다.

회의록 불법 유출 의혹의 중심이자 핵심 고리로 지목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정문헌(1966년생)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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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 검찰 소환이 예정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13년 11월 19일 오전 국회 본회 대정부질문 개회에 앞서 동료 의원들과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노컷뉴스

그는 지난 11월 20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며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NLL과 관련) ‘포기’라는 단어를 썼다는 말은 (정문헌 자신이)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내용상 (NLL) 포기가 맞다”고 끝까지 억지를 부렸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원래 족벌언론과 족벌언론 사주들의 특징 3가지가 ‘거짓말, 뻔뻔함, 집요함’인데, 이제 이런 범주를 수구세력 전체로 넓혀야 할 판이다. 수구세력의 기득권 지키기와 자리 탐욕은 끝간데를 모른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대를 이어 부녀 대통령 위해 헌신

정문헌 의원 가족의 혼맥을 훑어보면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부친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있는 정재철(1928년생) 전 정무장관이다.

동국대학교와 국방대학원을 졸업하고 보사부, 전매청, 재무부 등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이 죽기 5개월 전인 1979년 5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한일은행장을 지낸 정재철씨는 그 후 네 번의 국회의원과 정무장관을 지냈다. 국회 재무위원장에다 민자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중앙상무위 의장과 전당대회 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재철씨의 장인은 사회부장관을 지낸 전진한(錢鎭漢: 1901-1972)씨다. 경북 문경 출신의 전 씨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초대 사회부장관을 지냈고 국회의원(1-3, 5-6대)과 대한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전씨의 막내사위이자 정재철씨의 동서가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다.

정문헌 의원 매형은 김앤장 고문

정재철씨의 둘째사위가 남기선씨(1953년생; 뮤직소프트 사장)로 남덕우(1923-2013)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정재철씨의 맏사위는 재무부(현 재정경제원) 국고국장을 지낸 한택수씨로 현재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고문이다.

남덕우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4년 11개월)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4년 3개월)을 지내며 1970년대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는 ‘성장과 수출 중심’과 ‘선 성장 후 분배’ 등을 주창했던 ‘서강학파’의 대부다. 그와 함께 일했던 공무원 가운데 경제부총리 혹은 재무부장관에 오른 사람이 2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고 보좌하는 고위직 인사들이 많이 있는데, 남덕우씨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꿈을 꾸기 시작할 무렵인 2002년에 박근혜 의원 후원회장을 맡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는 박근혜 후보의 경제좌문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각별한 인연으로 남씨가 작고하기 두 달 전인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이른바 ‘국가원로’ 오찬 모임에서 남씨를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히는 등 각별히 예우했다고 한다.

정문헌, 청와대 통일비서관 지내며 남북정상 회의록 접근한 듯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유출 의혹과 관련, 검찰에 출두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11월 19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정문헌 의원으로 돌아가자. 정문헌은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아버지로부터 지역구(속초·양양·고성)을 물려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와 제2정책조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역을 지내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정 의원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도 잠시, 정 의원은 이듬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소속 통일비서관(1급)에 임명된다.

당시 통일부 등 관료 사회에서 정 의원의 청와대 통일비서관 임명은 화제 거리이자 가벼운 충격이었다. 배경 중의 하나는 “청와대 통일비서관(l급) 자리는 김영삼 정부 이후 줄곧 통일부 1급 공무원이 맡아왔는데 그 관례를 청와대가 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정치권이나 관료 사회에서는 정 의원의 부친 정재철씨가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리던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사실에 비추어 정 의원의 비서관 발탁 배경을 해석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임명되자, 대북 강경책이 예상되던 이명박 정부에서 그가 상당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럴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었다.

우선 정 의원은 지역구(속초·양양·고성)가 금강산 관광특구와 가까운데다, 17대 국회의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통일관광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민화협 집행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어,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 분야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으로 일하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 근무 중 습득한 것으로 보이는 남북정상 회의록을 불법으로 유출한 핵심 당사자의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정 의원의 이같은 행동은 정권 교체기에 ‘말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을 보이려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어찌됐건 정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촉발된 헌정 문란 사태를 덮으려고 남북정상 회의록 유출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태풍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것이 정 의원 입장에서 일종의 ‘훈장’이 될 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 연재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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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⑧ ] 홍석현·방상훈·장재구, 족벌언론 2세들의 경쟁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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