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실패, 지휘라인 말단 현장 책임자만 처벌”

안전관리 부실책임자 다시 관리자로 복귀… “지휘라인은 오히려 현장구조 방해, 아무도 책임 안져”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470일째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는 가운데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9일 ‘세월호 인양·진상규명·안전사회 대안마련과 추모지원을 위한 82대 과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양 과제 3개, 진상규명 과제 33개, 안전사회 대책마련 과제 24개, 추모지원 과제 22개로 구성돼 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82대 과제를 밝히는 것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요구이면서 동시에 이 과제가 반드시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의 의지”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 과제를 발표한 박주민 변호사는 구조실패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던졌다. 참사 초기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장비와 인원이 부족했고 해경은 해군의 투입을 막고 미군이나 소방본부의 도움도 거절했다. 이런 결정은 현장책임자였던 123정 정장이 할 수 있던 범위를 넘어선다.

현재 세월호 구조 책임을 지고 재판을 받는 사람은 123정 정장 한명 뿐이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위기시 정보와 상황을 종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도 지휘라인에 대통령이 명시돼있다. 실제 현장과 접촉도 있었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20분부터 10시 40분부터 해경 상황실과 21회 통화도 했다. 하지만 이 중 6회는 현장 영상을 요구하는 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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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현장 수색 지휘라인. 이 중 구조책임을 지고 검찰에 기소된 사람은 123정 정장뿐이다. 자료=416연대 제공

박주민 변호사는 “청와대가 지시를 했더라도 그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123정 정장에 대한 2심 판결에서 형량이 줄었는데 이는 지휘라인에서 현장구조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 “서해지방해경 상황실 등에서 피고인(123정장)과 20여회 통신해 보고하게 하는 등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지휘라인의 최고위 인사는 해경차장인데 이는 구조에 대한 책임이 아닌 구난업체 ‘언딘’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변호사는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책임자였던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지난해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사임한 뒤 인천시장에 당선된 것, 해수부 장관도 문책받지 않은 것, 감사원에서 지적한 목포해경서장은 해임됐지만 곧 서해지방청으로 옮겼고, 강등된 서해지방청장은 정년퇴직했으며 해경청장은 징계받지 않고 퇴임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지휘라인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해지방해경청장은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광역구조본부장이지만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 현장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구조지휘를 하지 않았고, 목포해양경찰서장은 같은법에 따라 지역구조본부장으로 현장지휘 책임자임에도 사고발생 초기 아무런 지휘를 하지 않았다.

결국 권력의 핵심부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들과 희생자 가족에 대한 공격은 거세지고 있다.

416연대 이태호 상임운영위원은 “최근 몇몇 언론(채널A 등 종편)에서 미국 911테러 조사위보다 세월호 특조위 예산이 더 많다고(3~4배) 문제제기 하고 있는데 911테러는 미 상원과 하원이 각각 1년 넘게 조사를 했고 FBI에서도 조사를 한 뒤 911조사위를 만들었다”며 “세월호 사건은 국정조사는 시작도 못했고, 감사나 검찰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선체가 바다에 있어 증거조사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몰아가는 언론은 세월호 진실을 묻고 권력을 보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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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채널A보도 화면 갈무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 도둑’으로 몰아가는 식의 뉴스가 종편 등 일부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외친 이들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안전사회 과제를 발표한 416연대 최명선 안전사회위원회 위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제도적 정비와 선박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연안여객 안전운항 관리를 민간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맡겼고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관련법이 지난 1월 개정돼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관리 책임이 이전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운항관리자 35명 중 33명이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채용됐다. 해운조합 출신은 100% 합격시켰기 때문이다. 최 위원은 이에 대해 “정부가 운항관리 업무를 제대로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주장했다. 최 위원은 “매년 2300명의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하지만 그 어떤 기업경영자도 책임을 지지 않고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는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도 123정 정장만 책임지고 지휘라인에 있는 고위급 인사들은 처벌받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