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아직 29명이 있습니다… 진도로 갑니다”

장례 치르고 다시 진도로 향하는 유가족들…“실종자 가족 몹시 불안한 상태”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내가 용돈을 너무 많이 줬나봐요. 이 놈이 나올 생각을 안 하네. 매점에서 그거 다 쓰고 나올껀가봐. 거기 매점에 먹을 거 아직 많잖아요.” 지난 3일, 팽목항에서 단원고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쓸쓸하게 말했다. 그러던 그의 카카오톡 인사말이 지난 5일 바뀌어 있었다. “이제서야 왔네 우리 OO.” 사고 20일째였다.

안산 장례식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팽목항에서는 악으로 버텼는데 여기 오니 무너져버리네. 안 울려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악수하며 잡은 손이 꺼칠꺼칠했다. 그럼에도 그는 장례식을 끝내고 곧장 진도로 내려간다 했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팽목에 가서 끝까지 지켜볼 거에요.”

늦게까지 아이를 찾지 못했던 가족들이 다시 진도로 내려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사고 22일째 아이를 찾은 이아무개씨는 “다른 애들은 다 발견되고 나랑 OO아버지(다른 실종학생 가족) 둘이 남았는데 미치겠다”면서 “애가 발견됐을 때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 하겠더라니까. 차라리 우리 애가 늦게 나오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에요”라고 말했다. 그도 아이 삼우제를 끝내고 12일 진도로 향했다.

그는 “형수는 하루 종일 울기만 해요. 걱정이 돼서 내가 아주머니 한 분을 붙여주고 왔다니까요. 말 다했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형이 OO이 건져서 안산 가도 나는 진도에 있을거에요. 거기서 실종자 가족이 10% 남을 때까지 그날 수색 상황 딱딱 정리해서 알려주고. 그런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해요. 지금 실종자 가족들은 제정신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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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
12일 현재 진도에는 29명의 실종자 가족이 있다. 총 304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발 디딜틈 없던 진도체육관은 휑하다. 실종자 수가 줄면서 자원봉사자도 줄었다. 사고 이튿날부터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요즘은 실종자 가족들 신경이 더 날카롭다”며 “진도체육관에 봉사자가 10명도 되지 않는다. (새로운) 봉사자가 온다고 해도 하루 있다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만큼 실종자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동생이 실종된 선원인 양아무개씨는 “다른 선원은 다 살았는데 그 놈만 죽었어요”라며 “애들 구하러 간다고 죽은 건 괜찮아. 그런데 어떻게 나오는 것도 그 순서에 끼질 못 해. 내 동생은 내가 싫은가봐요”라고 말했다. 실종 선원 양씨는 세월호 침몰 직전 아내에게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양씨의 형은 12일 인터뷰에서 “다 없어졌어요. 식당도 없어지고 봉사자도 많이 없고. 썰렁해요. 장사가 안 되나봐”라며 웃었다. 농담도 곧잘 하는 그지만 속은 썩어 들어간다. 20일을 훌쩍 넘어가는 체육관 생활에 체력도 바닥을 쳤다. 양씨는 “오늘은 몸살이 나서 시내 병원에 가서 누워있다 왔어요”라며 “사실 쥐약 사러 갔다 왔어요. 여기 의료지원단에는 쥐약을 안 팔더라고”라고 농을 던졌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 일부가 자살을 시도하고, 자원봉사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그의 말은 위험하게 들렸다.

김현중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자문위원은 “장례를 치른 사람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고, 지금 다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모른다”며 “이럴 때 서로 함께 하면서 심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로 가족대책위는 12일을 시작으로 이번 주 내내 돌아가며 진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김 위원은 국민들에게도 “시간이 되시면 진도에 오셔서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인원이 적다보니 활동도 줄어들고 모두 철수하는 분위기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이 더 초조해하고 있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또 대책위는 진도 인근 일부 섬 주민들이 요구하는 팽목항 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사고 침몰 한 달째다. 그리고 물속에 아직 29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