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유승민 숙청당하듯 내려와…기대했는데 아쉽다”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 1주년 문화제… “농성장 철거하라는 언론, 정부가 뭘 했는지 먼저 짚어야”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만약 정부가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우리가 농성을 계속한다면 우리가 나쁜 놈이겠죠. 그런데 농성 1년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요. 인양이 됐나요 시행령이 개정됐나요.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말이다. 오는 14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광화문 농성 1년을 맞아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광화문 농성장을 재정비하고 문화제를 열었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시행령 개정과 세월호 인양을 통한 ‘진상규명’이 될 때 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농성장에서 만난 김영오씨는 단식을 끝낸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 농성장을 만들고, 단식을 할 때만 해도 1년 동안 농성을 할지 꿈에도 몰랐다. 며칠 안 걸려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오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1년 농성한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2년, 3년, 길게는 10년까지 싸워야 한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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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 사진= 금준경 기자.

유가족들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갈등에서 기대감을 가졌다고 한다. 김영오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돕고자 하는 의원들은 우리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어 시행령 무력화를 막을 수 있나 기대했지만 실패해서 대단히 아쉽다. 조선시대 때 바른말을 하면 숙청당하듯 그렇게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비판여론도 적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장기농성을 계획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영오씨는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다는 거 안다. 그렇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장을 철수하면 그 순간, 우리는 잊혀진다. 지금도 찾아와주는 시민들이 많이 줄었다. 직장을 함께 다녔던 동료도 ‘이제 끝난거 아니야’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민우군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문화제에서 “우리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다. 더 많은 시민분들이 함께 해야지만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 만약 우리 대에 끝나지 않더라도, 그 다음 대에 진상을 밝히도록 많은 분들이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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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군 아버지 이종철씨(가운데)가 세월호 농성장 1주년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언론이 지속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배보상금을 전면에 내세워 유가족을 여론으로부터 고립시켰던 언론은 광화문 농성장 리모델링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박 시장, 세월호 천막 철거녕커녕 리모델링 방조하나’ 사설에서 “지금은 단식농성 중인 유족도 없고 특별법도 제정됐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9일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불법천막, 이젠 철거해야’라는 사설을 냈다.

이에 대해 김영오씨는 “농성장을 철거하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정부가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라고 이들 보수언론에게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유가족들에게 해준 건 딱 한가지”라며 “배보상금 주고 유가족들을 돈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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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의 분향소. 사진=금준경 기자.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건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이다. 아직까지 9명의 희생자를 수습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인 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세월호가 침몰한지 452일이 이났다. 언제까지 우리 딸과 실종자들을 바닷속에 놔둘 건가.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고, 또 언제까지 아파해야 하나. 국민의 힘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고 희생자들을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제에 앞서 지신밟기 행사가 있었다. 새로 장만한 농성장에 복이 깃들게 하기 위해서다. 농성장은 추모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세월호 참사 관련 전시작품들이 들어섰으며 분향소도 새로 꾸렸다. 이전처럼 간이천막이 아닌 합판으로 만든 건축물이었다. 지신밟기 행사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연대를 다짐했다. 이현주 한국민예총 사무국장은 “정부가 얼척 없는 거짓으로 진실을 감추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나서서 각자의 연장을 손에 들고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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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 리모델링 직후 지신밟기 행사를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416TV 역시 1년째 진상규명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