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못 건졌는데 단원고 교실 치우나

신입생 들어오면 교실 부족, 희생자 가족들은 반발… 교육청 “교실 없어진다고 기억하지 않는 것 아냐”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희생자(지난해 사건 당시 단원고 2학년)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내년부터 어떻게 할지를 놓고 희생자 가족들과 교육청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청이 ‘당사자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의사 정도만 밝힌 채 책임을 회피해 희생자 가족과 재학생 가족 간 다툼으로 번졌다는 비판도 있다. 21일 현재 세월호 참사 발생 554일째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단원고 교실 문제를 책임지고 조속히 해결하라”며 “단원고 교실을 중심으로 추모와 새로운 교육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현재 3학년인 세월호 생존학생들과 함께 사망·미수습된 학생들에 대해 내년 2월 명예졸업식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추모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실을 학습공간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원고에 신입생이 들어올 경우 일반교실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단원고에 체육관이 건립 중인데 이곳에 추모공간을 만들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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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교실. 희생된 학생들의 교실은 ‘명예 3학년 교실’로 바뀌었다. 책상 위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물건들이 놓여져 있다. ⓒ 포커스뉴스

하지만 희생자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원고 교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되새기고자하는 시민들, 교사, 학생들에게 공간”이라며 존치를 주장하며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출범한 이재정교육감이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기억 교실’로 보존을 요구하는 곳은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 등 총 11개 공간이다. 현재 단원고 3학년인 생존 학생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교실이 아닌 특별교실을 리모델링해  4개 교실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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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교실 존치를 주장하는 포스터. 사진=416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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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교실 존치를 주장하는 포스터. 사진=416가족협의회

이들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들어오면 교실이 부족해진다. 희생자 가족 측은 건물을 증축하는 등 대안을 달라고 했지만 교육청은 ‘당사자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재학생 측은 현재도 재학생들이 특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내년에 신입생이 들어온 뒤에는 따로 추모공간을 만들고 교실은 복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학생 학부모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단원고 정상화 책임자는 경기도 교육청이다. 희생자 가족 측은 신입생들의 학습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재학생과 희생자가 대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교육청이 제일 급하다”며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 정상화의 맥이 끊기게 된다”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아프기 때문에,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데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교실에서 희생 학생들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교실은 친구가 그리운 학생들이 조용히 찾아 과자하나 올려놓을 수 있는 곳, 유가족에게는 자식에게 편지도 쓰고, 대화하는 위로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교실이 없어진다고 한명한명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관점의 차이가 너무 달라 대화가 어렵지만 최대한 합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