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7시간 조사 착수하니 특조위 해체?

세월호 특조위 ‘고사 작전’ 들어갔나… 예산축소, 기한연장 거부로 무력화 가능성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의 조사개시를 결정한 후 청와대와 여당의 특조위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 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을 규명하기 위한 ‘사고 관련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 대응사항’ 등에 대한 조사를 두고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것이며 대통령에 대한 모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컨트롤타워의 업무 내용이 왜 ‘사생활’에 해당하는지엔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염두한 듯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당은 더 직접적으로 “특조위 해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날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초법적, 정략적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침몰 원인과 전혀 상관없는 대통령 행적 조사에만 열을 올려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불법적 행태”를 하고 있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효대 의원(새누리당)도 “특조위가 특별법 취지를 훼손하고 위법사항을 계속하면 특조위 해체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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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기자회견을 연 세월호 특조위 여당측 차기환(왼쪽부터), 황전원, 고영주 위원. 사진=포커스뉴스

7개월간 예산도 안 주고 이제와 특조위 탓?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여당의 비협조적 태도로 파행이 계속돼 왔지만, 현재 세월호 특조위를 비난하는 여권인사들은 이같은 ‘파행’이 세월호 특조위의 직무태만인 양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측 특조위원인 이 헌 부위원장은 “특조위가 지난 9월 중순 세월호 피해자로부터 진상조사를 위한 신청을 받은 지 2개월이 넘도록 예산도 없고 세월호 인양에 지장이 있는 수중조사에만 몰두할 뿐이고 단 한 명의 조사대상자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러나 올해 1월 임기가 시작된 세월호 특조위에, 상임위원 임명장 수여를 3개월간 늦추거나 예산 배정을 무려 7개월간 늦추는 등 진상규명 작업을 지연시켜 온 것은 다름아닌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입법취지와 다른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이른바 ‘유승민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여당측 위원들이 세월호 특조위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 본격적인 행동전을 개시한 19일에 폭로된 해수부의 비밀 문건을 통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문건에서 “특조위 관련 주요 현안 중 BH 조사 관련 사항은 적극 대응”하며, “여당추천위원들이 소위 의결과정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추천위원 전원 사퇴의사 표명(부위원장 주재 기자회견 등)”할 것을 명시했다.

또한 “여당 추천위원이 전원 사퇴하더라도 특조위 위원 구성상 의결행위에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위원회의 구성 및 의사결정상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함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이나, 특조위 활동기간과 관련해 “현행 특별법상 특조위 활동기산일인 “위원회 구성일”로 해석 가능한 ‘임명장 수여일(3.9)’을 고수”하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성역없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에 밀려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와 특조위 내 여당 인사들과의 비밀 채널 운영 등, 사실상 특조위내의 여당측 위원들과 파견 공무원들이 부 방침대로 움직여 온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공언과 달리 정부여당이 특조위에 대한 ‘해체’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조위를 해체하려면 국가존속 등의 명분을 앞세워 특별법을 폐지해야 하는데, 이는 절차적으로도 복잡한데다 그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특조위 해체’라는 구호를 내걸고 특조위가 이념적,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등의 비난을 하면서 실제로는 예산 삭감이나 활동기한 연장 거부를 통해 특조위를 사실상 ‘고사’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해수부 문건에도 활동기간과 관련해 “특조위 활동기산일인 ”위원회 구성일“로 해석 가능한 ‘임명장 수여일(3.9)을 고수’”하라거나 “활동기간 연장기간의 최소화 도모” 등이 적시돼 있다.

실제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특조위 전원의 즉각 사퇴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특조위 예산 반영 금지를 요청한다”면서 “야당이 요구한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논의 또한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