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3만’ 촛불, 도심서 행진 “박근혜도 조사하라” 울려퍼져

서울도심 ‘행진’ 중 경찰과 대치, 일부 연행…“은화야, 민지야, 다윤아 …제발 돌아와”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청계 광장에 시민 3만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24일 오후 6시부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 행사가 서울 청계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모인 시민은 주최 측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8000명)이었다.

이번 대규모 촛불 집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대통령을 포함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촉구 △천만 시민의 진상요구 서명 등을 목표로 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박근혜도 조사하라’, ‘골든타임 뭐했나’, ‘박근혜 퇴진’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진실을 밝혀라” “특별법 제정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사회를 맡은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다시 촛불을 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우리에겐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이지만 실종자 가족에게는 힘겨운 일주일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담화문에는 실종자를 위한 말이 전혀 없었다. 가족이 원하는 것은 실종자 구조, 책임자 처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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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 모인 3만여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구조와 박근혜 대통령까지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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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앞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로를 따라 수백명의 경찰병력이 인도와 차도 사이를 가로 막고 서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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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에 참석한 시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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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으로 향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 행렬 옆으로 수백명의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촛불집회에는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 등 세월호 참사의 일부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참석했다. 유씨는 “티끌만큼도 잘못한 게 없는데, 제 아이는 앞에 없고 전 이 자리에 서 있게 됐다”며 “지금의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다.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 용지를 전달 받으며, 유씨는 “전국에서 이렇게 서명을 전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기로에 서있다. 대한민국을 우리 아들, 딸들이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연설이 끝난 후, 유씨와 광장에 모인 시민 3만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모든 가족이 함께 진도 앞바다에서 이름을 부르면 다음날 아이들이 나오더라. 함께 불러주시면 좋겠다. 은화야, 민지야, 다윤아, 지현아, 현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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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6시부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후 7시 40분경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길환영 KBS 사장 퇴진을 위해 파업을 결의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조합원들도 참여했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공영방송 KBS가 사고 초기 제대로 보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사사건건 KBS 보도에 개입하고 해경 비판 리포트를 막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권 본부장은 “KBS는 이미 청와대의 시녀, 권력의 시녀가 됐다. 그러나 간부, 직원, 기자, 피디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싸우고 있다”며 “다음주 수요일까지 길환영 사장이 나가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권 본부장이 연설을 하고 있을 6시 40분께, 청계 광장 내부에서 MBC 기자들이 쫓겨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시민은 MBC 촬영팀에 “MBC, 저것들 나쁜 X들이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또 다른 시민은 “제발 MBC는 여기서 나가세요”라고 질타했다. MBC 촬영팀은 시민과의 실랑이 끝에 철수했다.

‘가만히 있으라’ 추모행진 청소년 제안자 양지혜씨는 “추모행진에 참여할 때마다 날씨가 좋았다. 더는 그 친구들과 같이 걸을 수 없어 슬프다”며 “친구들의 죽음이 더 슬픈 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유예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을 죽게 한 사회의 시스템이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도록 분노하고 행동하겠다. 앞으로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더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승에서의 싸움은 함께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청계 광장에서의 집회를 마친 이들은 7시 40분부터 현재까지 서울 도심을 행진 중이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권영국 민변 변호사를 필두로 한 이들은 청계광장에서 시작해서 보신각, 탑골공원 4거리, 퇴계로2가 교차로, 한국은행, 을지로입구역을 돌아 세월호 시민합동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까지 행진했으며 9시55분 현재 경찰과 대치중이다. 경찰은 세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일부 인사를 연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