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왜 가해자가 아닌가, 업무시간에 무슨 사생활?”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 “10시14분에 올린 부재중 전화 한 통”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이사요? 다들 했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사 간 사람들이 그래요. 꿈속에 나온다는 거예요. 왜 이사갔냐고. 아주 멀리 가버리던가…”

세월호에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와의 인터뷰는 2일 오후 안산 고잔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이날 박종대 씨는 수현군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마련된 영화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시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로 가야했다. 수현군이 쓴 버킷리스트 엔 “ADHD 공연 20회 하기”가 있었는데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 시절부터 했던 밴드다. 8명의 멤버 중 단원고로 진학한 수현군과 친구 네 명은 모두 세월호를 나오지 못했다.

특조위에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을 신청한 이가 박종대씨다. 박씨는 “조사 신청서에도 그렇게 썼다.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며 “그런데 4월 16일 최초 보고 들어간 10시경 부터 오후 5시까지는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공무원이기에 당연히 근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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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 사진=이치열 기자

“대통령은 그날 특별한 외부 일정도 없었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사생활이 아니라 업무시간 내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식의 보고를 받고 어떤 식의 지휘를 했는지를 논하는 것은 피해 유가족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자꾸 본인들이 나서서 사생활, 사생활 하는데 정말 무슨 사생활을 말하는건지 궁금하다. 뭐가 그렇게 뒤틀리고 꿀리고 해서 그렇게 ‘사생활을 얘기하면 안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저는 사생활을 얘기한 적이 전혀 없다”

-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조사를 신청한 취지를 말씀해달라.

“그 날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로 달려갔다. 전원구조 뉴스를 보고 살아있는 아이를 데려오려고 우리는 진도를 향해 죽음의 질주를 했다. 가는 도중에 ‘전원구조는 오보’란 소식을 들었다.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는데 구조자 명단에 아이 이름이 없었다. 아이의 이름이 잘못 적혔을 거다. 그렇게 믿으면서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없었다. 어떤 가족 분이 ‘지금 팽목항으로 190명이 탄 배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다시 팽목항까지 질주했다. 누군가 울면서 ‘190명이 탄 배가 들어오는 일은 없대요’라고 했다. 진도체육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렸지만 저녁이 다 되도록 아무도 현재의 상황과 구조 계획에 대해 얘기해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다음날 오후가 되서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을 했다.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하겠다, 이 자리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한달 후엔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런데 6월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가 바뀌었다. 특별법 제정에도 반대하고, 특별법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을 제정했다. 특조위 설립을 차단했고 유족들을 미행하고 거대언론과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유족들을 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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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대씨가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나중에야 알았다. 대통령이 사고당일 해야 될 고유 업무를 방기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청와대가 해야 할 재난 통제 지휘에 뭔가 잘못된 건 틀림없는 사실인데, 그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죽었다면 명쾌히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을 막는 걸 보면 그 분(대통령) 사생활이 아니라, 정상적 업무가 아닌 심대하게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닌가. 그래서 조사를 신청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조사받는데, 왜 우리만 안되나?

지금 세월호 유족들과 특조위는 ‘가해자 박근혜’ 논란으로 또다시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에 의해 여론몰이를 당하고 있다. 스스로 빠져나온 생존자를 제외하곤 단 1명도 구조받지 못한 세월호 참사후 ‘성역없는 진상규명’이란 국민여론이 특조위를 만들어냈지만 여당과 언론은 특조위가 국민 세금을 축낸다거나 정치놀음에 빠져있다는 등 출범 당시부터 특조위 무력화에만 주력해왔다. 공중파를 비롯한 거대 언론은 세월호 참사의 조사대상인 해양수산부 등 정부가, 독립기관인 특조위 내의 여당측 인사들과 파견 공무원들에게 행동지침을 전달하고 은밀한 협의 채널을 운영해 왔음을 보여주는 해수부의 문건이 폭로됐을 땐 입을 다물거나 여야 논란으로 축소보도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문서 양식에 있는 ‘가해자’란에 박근혜라는 대통령의 이름이 적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언론은 심각한 국기문란이라도 발생한 듯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 조사신청서에 ‘가해자 박근혜’라고 규정했다고 여당과 언론이 소란스럽다.

“지금은 신청서 양식이 바뀌었는데, 제가 신청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양식에 사건관련자라고 해서 피해자란과 가해자란이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애가 집에 와있지 않을까… 그런 걸 느낀다. 역시 없구나. 그 후부터는 사건 관련한 서류만 들여다본다. 추석날 아침에 눈물 흘리며 신청서를 썼다. 피해자란이 있길래 아들 이름을 썼고 전화번호엔 ‘없음(사망)’이라고 양식에 맞춰서 썼다. 가해자란엔 조사 대상이 현직 대통령 관련이니 박근혜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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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대 씨가 제출한 조사신청서의 표지. 원래 공문서 양식에 ‘가해자’란이 존재한다.

-  가해자라는 규정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나?

“제가 쓴 건 아니지만, 저는 그 분(대통령)을 가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10시에 사고 보고가 됐다고 하고, 그럼 대통령은 대응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구조가 잘 되고 있는지,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그런 걸 잘 지휘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랬다면 골든타임 내에 저는 한 명이라고 구조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형사소추 될 수는 없겠으나, 직무를 유기한 게 사실이라면, 어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만약 스스로 깨끗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국민 앞에서 다 드러내놓고 밝히면 되는 거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조사받았다고 하지 않나. 왜 대통령은 조사하면 안되나.”

- 최근 대법에서 세월호 침몰원인을 과적이나 조타 미숙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년 반이 지났지만 침몰원인조차 사라져버린 셈이다. 구조 실패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도 별로 없다.

“구조와 관련한 각 상황실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통신 내용을 보면 고위직에 대한 의전과 청와대에 생존자 숫자를 보고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가라앉고 있는 배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에 대한 구조 부분은 전혀 뒷전이었다.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이 하나도 없다. 검찰은 이 부분에 면죄부를 다 줘 버렸다. 특조위 기간에 이 부분은 반드시 밝혀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박종대 씨는 인터뷰 당시 항적과 관련한 용어라든가 ‘솔로노이드 밸브’ 같은 전문적인 용어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 역시 4.16 참사 이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다. “사랑하는 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공부라기 보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주워먹었다”고 했다. 아이의 죽음을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젠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삶이다. 집에 가도 아이의 방을 빈 채로 남겨둬야 하는 거고. 우리 아들의 책상 위에서 공부하고 있다. 영정 사진이 책상위에 놓여 있는데 사진에 눈을 맞추지 못한다. 원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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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수현 군의 캐리커쳐. 작가:류은아.

4월 14일 저녁 박종대씨는 수현군이 수학여행을 가기위해 짐을 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철이 바뀔 때마다 아버지와 산행을 하거나 갈대숲을 보러 다니고, 서로 팔베개를 해 줄 정도로 다정한 아들이었다. 박씨는 15일 아침 평소와 같이 수현군을 안고 ‘잘 다녀오라’고 했다. 참사 당일 10시 14분에 전화벨이 잠깐 울리다가 딱 끊어졌다고 했다. 10시 17분 물이 찬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안에서, 수현군은 마지막 전화를 아버지에게 걸었던 것이다. 복원한 휴대폰에선 ‘엄마’라는 두글자의 문자메시지만 발견됐다.

덧붙이는 글: 세월호 특조위가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해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공중파와 종편을 비롯한 다수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한다거나, 대통령을 ‘가해자 박근혜’로 규정했다는 등 극심한 여론몰이 중이다. 당초 유족들과 국민여론 다수가 세월호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고 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지금 수사권,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당일 청와대의 업무 내용을 조사하는 것조차 “위헌적”이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에서의 형사소추는 기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소권 자체가 없는 특조위의 조사가 위헌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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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수현 군과 박종대씨가 함께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