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타실 검은물체는 모자? 황당 답변

[세월호 청문회 14일-4신:6시] 123정장 “9시30분에 TRS로 상황보고 했는데 기록에 없어”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김진 특조위원은 감사원과 검찰에서 전혀 언급된 바 없는 세월호 조타실에서 들고 나온 ‘검은 물체’에 대해 추궁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바 있는 이 ‘검은 물체’는 박한결 3등 항해사와 조준기 조타수와 함께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인 박상욱 경장이 승객구조가 급박한 상황에서도 조타실로부터 들고나온 것이다.

한겨레가 확인한 영상을 보면, 다른 선원들이 해경 123정으로 옮겨 탄 뒤에도 조타실에서 있었던 두 승무원과 해경 박 경장은 조타실 주변 갑판에 남아 이 두 개의 물체를 다루고 있다. 또한 조준기 조타수와 박 경장은 주변에 123정과 고무단정이 있음에도 바닷물에 뛰어들어 일반 승객과 함께 구조된다.

김경일 정장과 이춘재 증인, 박상욱 경장은 이 물체와 관련해 “처음 본다”고 답변했다.

이 검은 물체와 함께 있었던 박 경장은 “조준기 씨와 바다에 뛰어든 해경이 맞느냐. 왜 같이 옮겨 타지 않고 바다에 떨어졌느냐”는 질문에 “조류에 밀린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에는 조류로 인해 배가 크게 흔들리거나 하는 정황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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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욱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경장은 이 물체에 대해선 ‘처음 본다’면서도 ‘옆으로 굽혀서 무엇을 했느냐’ ‘구명조끼로 갈아입는 것은 언제 봤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선 자세하게 답변했다. 그는 ‘왼손에 검은 물체는 무엇이었냐’는 질문엔 “모자다”라고 답변했다. 모자를 벗고 구조작업에 임했다는 것이다.

김진 특조위원은 박 경장이 지난 6월 항소심 재판에서 이들 조타실 승무원들과 관련 “저는 맹세코 승객인 줄 알았다”는 진술을 한 사실을 전하며, ‘저렇게 남아서 바다로 뛰어드는 행동을 하는 저 사람까지도 승객인 줄 알았느냐’고 지적했다.

참사현장에 최초 도착해 현장 지휘를 했던 123정 김경일 정장은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 정장은, 해경 수뇌부가 대부분 면죄부를 받은 가운데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이날 청문회에 수의차림으로 출석했다.

그는 9시 30분 40도 이상 기울어진 세월호의 선체 상황과 승객들이 선내에 있다는 상황보고를 TRS로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TRS 교신기록엔 123정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보고 뿐 다른 보고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김 정장은 “그 쪽 지역이 당시 난청지역이 많았다. 저는 (상황보고를)했다고 했는데 기록에 없었다”고 말했다. TRS 보고는 해경본청과 서해해경청, 목포해경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다중무선통신으로 김 정장의 진술대로 상황보고가 실제 있었다면 해경 수뇌부 등 기존 관련자들의 혐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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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이 위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정장은 ‘본청 유 모 과장과 통화한 걸 TRS로 착각한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은 아니다. 시간이 다르다”며 재차 자신이 상황보고를 했다고 강조했다. TRS기록 상으로는 9시 44분에 보고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해경에 대한 책임 수위는 9시 44분의 상황까지를 김경일 정장이 모두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장완익 특조위원은 “123정은 현장에 도착해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퇴선방송을 하지 못해 승객들이 갑판으로 나오지 못했다. 헬기 소리가 들리는데도 선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세월호 상황도 모르는 채 달려갔기 때문에 당연히 구해야 할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123경정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책임을 떠넘겨 버린 목포해경, 서해해경 책임자, 구조 담당자들이 오히려 더 큰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