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두 달,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장마·태풍에 불안한 실종자 가족, 생계 막막한 유가족 584명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두 달이 지났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각 분야에서 모든 것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직 12명의 실종자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해경은 해체됐지만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은 진상규명 대신 유병언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남은 가족들의 생계 역시 막막한 문제이다.

봉사자 붙잡고 “언제까지 있을거냐”

‘설마’하던 6월이 왔다. 이달 말 장마와 태풍이 시작되면 수색은 더 어려워진다. 권오현 세월호 단원고학생 가족대책위 총무는 “어제(16일) 팽목항에 다녀왔다”며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니 잠수에 어려움이 있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63일째인 17일, 실종자 12명은 아직 바다에 있다. 단원고 학생 6명, 교사 2명, 승무원 1명, 일반인 3명이다.

날이 갈수록 실종자 수색은 더뎌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20명이었던 실종자는 한 달이 더 지났지만 12명에서 줄지 않고 있다. 한 달 동안 고작 8명의 실종자만 수습됐으며 지난 8일 이후로는 간간히 들리던 수습 소식도 멈췄다. 지난 16일에는 수색활동에 참여한 잠수사들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잠수사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기본적인 식비조차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 유가족이 대신 내주기도 했다. 현장 잠수사는 “(임금) 준다는 소리는 보름 전부터 했다. 정부에서 준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준다는지 모르겠다”며 “밥 먹는 것도 회사에서 대신 내주고 있다. 돈이 없으니 밀린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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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체육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안한 가족들은 지난 16일 오후, 다시 팽목항 등대 앞에 섰다. “영인아, 얼른 돌아와. 현철이 손잡고 꼭 같이 와. 이제 돌아올 때도 됐잖아.” 모자를 눌러 쓴 엄마는 아이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실종자 가족 법률 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실종자 학생 어머니들이 (이름을 부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자원봉사자 김지은(25)씨는 “가족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마지막으로 남는 가족이 될까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밥을 받을 때도 항상 조금만 달라고 하는 걸 보면 그냥 끼니를 때우는 수준 같다”며 “무기력하고 체육관 내부만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병언 검거, 조용히 하면 안 되나요?”

세월호 침몰 사고 최종 책임자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일까. 검찰은 한 달 가까이 유 전 회장 검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씨에게 걸린 현상금은 각각 5억 원, 1억 원으로 애초 정해진 금액의 10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유 전 회장과 일부 신도들의 도피행각은 실시간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심지어 ‘유병언 여신도’ 보도가 반복되면서 선정성까지 나타난다.

지난 달 31일 한 실종자 가족은 유병언 도피 생중계 보도를 보며 “뉴스에서 유병언 좀 안 봤으면 좋겠다. 유병언과 여신도 관계를 우리가 왜 알아야 하냐”며 “조용히 잡으면 안 되는거냐. 오히려 도망다니라고 생중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병언은 나쁜 놈이지만, 세월호처럼 오래된 배를 운항할 수 있게 해준 국회의원들이 더 나쁘다”며 “기자들은 그런 걸 알아봐야한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의 지적대로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수사와 보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정부 책임론을 비켜가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진상규명과 관련해 어떤 책임 있는 행보도 보여주지 못했다. 두 달 동안 가족들이 던진 질문은 한결같았다. 왜 정부는 그 시간 동안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가.

책임자 처벌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유임 역시 논란거리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사고와 함께 해운업체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 장관은 경질대상 1순위로 꼽혔다. 이 장관은 “사고수습이 마무리되면 장관으로서 져야 할 책임에 합당한 처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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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9일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생계 막막한 유가족, 584명

단원고 학부모 A씨는 아이를 찾았지만 생업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 생업으로 복귀하긴 했으나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는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 하는 중에 세월호 침몰 장면이 떠올라 일에 집중이 안 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는 판단에 휴직계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은 진상규명, 장례지원 등을 위해 직접 ‘뛰고’ 있다. 광주에서 열리는 공판에도 누군가는 가야한다. A씨는 “다른 가족들이 발 벗고 천만인 서명운동이다 뭐다 나서고 있는데 혼자 일할 수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 처한 유가족은 가족대책위 상근자만 30명, 비상근으로 활동하는 분이 10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생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미디어오늘이 17일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한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은 6월15일 기준 584명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중 휴업휴직지원금을 신청한 가족은 438명, 특별취업성공패키지에 지원한 가족은 146명이다.

휴직 중인 A씨 역시 휴업휴직지원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4월 16일 기준으로 3개월 동안 매달 12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특별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실직자만 해당되고, 최대 3개월 12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휴업휴직지원을 받다가 실직하는 경우, 기간을 고려해 지원금이 나온다. A씨의 경우 7월 15일까지 휴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활동이 다음 달까지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려면 적어도 1년, 최대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자리나 그 이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