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에 없고 유튜브에는 있는 세월호 청문회 생중계

지상파 3사 생중계는커녕 단신 축소 처리… “아이들 시신에는 그렇게 카메라 들이대더니, 진실 규명은 외면”

김유리·강성원·차현아·정민경 기자 yu100@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청문회가 참사 이후 1년8개월 만에 열렸으나 대부분 언론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생중계는커녕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고 드러난 의혹조차 축소 보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부터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하 세월호 참사 당시 직책),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 및 세월호 생존자 등이 증인·참고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1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1차 청문회는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이후 처음 실시된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다. 앞선 두 차례의 공식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해양경찰청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 해경 수뇌부의 지휘 실패 책임과 TRS녹취록을 비롯한 기록 조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성과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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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옥(맨 왼쪽)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 등이 15일 서울 중구 YWCA에서 열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 둘째날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를 속출하며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언론의 보도는 여전히 미흡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보도채널 2곳에서는 청문회가 진행된 이틀 동안 현장 생중계 방송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정교과서 추진 담화나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진행한 민관합동 규제개혁 회의 등을 동시 생중계하면서 관영방송이라는 비난에 전파 낭비 논란까지 빚었던 걸 감안하면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세월호 청문회에 지상파 3사가 담합적인 침묵을 지키는 건 수상쩍다.

특조위 구성이나 예산 배정 보도,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조사 등 세월호 관련 사안 마다 언론은 가족대책위의 진심을 외면했다. 이런 보도 태도는 이번 청문회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문회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곳은 드물었다.

14일 하루 동안 KBS는 뉴스12, 뉴스7 등에서 1분20초 분량의 세월호 청문회 리포트를 각각 내보냈다. 청문회 첫날 쟁점에 대한 정리였다. 하지만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20초 단신으로 묻혔다. 여당 추천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청문회가 열렸고 ‘의인’ 김동수씨가 자해를 시도했다는 멘트가 전부였다.

MBC 이브닝뉴스는 청문회 개회와 채택된 증인, 여당 추천 위원 불참 소식 등을 포함한 단신 기사로 처리했다. 뉴스데스크는 김씨의 자해 사건을 추가했으나 여전히 단신에 그쳤다. SBS 8뉴스는 리포트를 배치했으나 김씨의 자해 사건을 중심으로 다뤘다.

다만 SBS의 온라인 전용 콘텐츠인 ‘비디오머그’와 심야뉴스인 나이트라인은 부실 대응을 지적당한 해경의 변명이 김씨의 분노를 폭발시켰다는 맥락을 포함했다. 비디오머그는 김씨가 세월호 참사 후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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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14일 서울 중구 YWCA에서 열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보도채널인 연합뉴스TV는 청문회 쟁점을 훑거나 김씨의 자해 시도를 각각 단신으로 처리했다. 역시 보도채널인 YTN은 14일과 15일 리포트를 배치하면서 김씨의 자해시도 보다는 초기 대응이 부족했다는 세월호 특조위의 청문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세월호 청문회를 왜 생중계 해야하나?”

보도 편성 등 책임을 진 언론사 데스크들은 대부분 미디어오늘 취재에 ‘왜 생중계를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KBS는 정부의 공식기념식이나 그에 준하는 행사, 특히 청문회의 경우는 여야 합의해 요청하면 중계를 검토한다는 중계 원칙을 가지고 있다. SBS 관계자는 “생중계를 별도로 해야 할 이유가 있나. 뉴스에서 다루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MBC 사측은 취재를 거부했다.

다만 연합뉴스TV 관계자는 “생중계 여부를 결정하는 특별한 매뉴얼은 없고 상황에 따라 내부에서 판단한다”며 “초반에 쟁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현장이 주로 생중계 대상이 되는데 청문회는 쟁점 자체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생중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세월호 청문회 축소 보도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축소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KBS 한 기자는 “여당 추천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청문회라 윗선에서 보도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제대로 된 리포트를 보도했다면 좋았겠지만 낮 시간대 다른 뉴스에서 리포트가 나가 정색하고 문제 제기하기에는 어려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 관계자는 “데스크들은 세월호 이슈 자체를 지나간 이슈로 취급하고 있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회자되지 않는다”며 “특조위 구성 때부터 점차 기사 가치가 낮아진 흐름 속에서 청문회가 열려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전국을 뒤흔든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첫 청문회를 지상파 3사와 종편이 모두 외면한 것은 문제”라며 “특히 단신으로 처리한 뉴스데스크는 충분히 문제제기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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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 아빠 김영오씨.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 SBS본부 관계자는 “세월호 이슈 자체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피로도가 높아져 굳이 생중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방송 뉴스 특성 상 ‘그림이 되는’ 사건사고 보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자해 소동을 중심으로 보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4일과 15일 청문회 시작부터 끝까지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팩트TV 사례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시민의 주요 관심 대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팩트TV 관계자는 “세월호 청문회 생중계에 대한 관심은 14만명이 모였던 지난 1차 민중총궐기(11월14일)에 대한 관심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생중계 뿐만 아니라 다시 보기도 관심이 뜨거웠다”고 귀띔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장훈 가족대책위 진상규명분과장은 “우리 아이들이 시신으로 올라올 때 카메라를 들이대던 언론사들이 우리에겐 2차 가해자나 마찬가지인데 청문회마저 외면할거면 도대체 언론은 왜 있냐”며 “드라마나 웃기는 코미디 프로만 만들면 그게 방송사냐”고 항의했다.

“아이들 시신에는 그렇게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장 분과장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이주영 의원까지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이런 청문회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가족과 보수단체의 충돌 모습만 보도할까봐 우리는 그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이를 악 물고 참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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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참사특조위가 1차 청문회를 연 15일 서울 YWCA 건물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은 “가족특위에서도 방송 3사에 협조요청을 했는데 이 중요한 청문회를 외면한다는 것은 언론이 압박을 받고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정신이라는 게 있을 텐데 이런 사안을 다루지 않는 게 원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 소식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극성을 부렸던 언론이 세월호 청문회를 생중계는커녕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세월호를 은폐하려는 국가권력의 음모에 가담하는 꼴”이라며 “일반 대중에게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켜야할 의무와 영향력을 가진 지상파가 세월호를 일종의 금칙어처럼 다루는 것은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이어 “세월호를 과거 일로 치부하고 피로감을 준 언론사가 이제와 뉴스 가치가 낮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세월호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사안으로 사고를 복기하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보도하더라도 단신으로 취급하거나 자해 사건만 담는 등 거의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상황을 시시콜콜 전하던 언론이 이번 특조위는 왜곡을 넘어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