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종료 직전, 증인들 거만한 태도로 ‘버럭’

세월호 유족과 청문위원들은 분통의 눈물… 김문홍 지역구조본부장 “저는 할 것 다 했다”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세월호 청문회 3일차, 증인으로 출석한 참사 책임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증인들의 입장에서 청문회를 탈없이 잘 통과했다는 의미였을까?

이번 1차 청문회의 성과는 적지 않았다. 4.16 참사 당일의 구조실패 원인에 해경 지휘부의 잘못된 지시와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것을 공개청문회장에서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감추기 위해 해경이 녹취록 기록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청와대 보고나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내부에서의 보고와는 다른 내용으로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점을 드러낸 것도 성과였다.

그러나 123정장의 뒷편에서 면죄부를 받은 증인들 입장에선, 자칫 말실수라도 하여 재수사를 초래할 상황을 만들지않는 게 성패의 기준이었을지 모른다.

이번 청문회에 임하는 증인들에겐 적정한 수위의 증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월호 참사에 직접 책임이 있는 해경과 해수부가 지난해부터 여러 비밀문건들, 예컨대 해경의 ‘수사 대비 비밀 문건’, 세월호 특조위에서의 여당측의 행동지침을 담은 해수부의 문건 등, 을 만들어왔다는 점이 드러난 바 있고. 진상규명 요구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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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중 청문위원(왼쪽)과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 및 지역구조본부장(오른쪽). 사진=생중계 동영상 캡처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주영 해수부 장관 등 주요 증인들은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게의 청문회장 증인들이 취할 만한 예상가능한 태도를 보였다. 위증은 처벌이 가능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사실여부를 검증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기에 답답함만 남을 뿐이다. 그중엔 “제가 (감사원 조사에서)진술했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뻔히 드러나는 진술거부 행위들도 있었다.

독특한 것은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다. 검찰조사에서 해경의 희생양이 된 목포해경123정을 지휘통제한 인물이다. 그는 오히려 길게 답변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문홍 서장은 청문위원이 단답형으로 질문을 해도, A4로 정리라도 해놓은 것처럼 질문과 동떨어진 내용을 반복적으로 길게 진술했다. 청문위원들과 유족들이 지칠 정도였다.

청문회 막바지인 9시 무렵.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증인들이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김문홍 서장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청문회 순서가 뒤로 밀려 오래 기다렸다고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김문홍 증인은 “위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다. 지금 제가 3일째 이렇게 (증인심문을)받고 있다”고 하자 위원장은 “증인 말씀대로 월화수 3일동안 거기 앉아계시느라 힘들 것이다. 마지막 시간이다. 좀 더 참아주시구요. 답변을 차분하게 좀 해주시라”고 당부했다.

김문홍은 청문위원장의 제지에도 “동감한다. 그런데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자, 오늘 일정도 저희 일정이 중간에 끼여있다. 아시나? 근데 저희가 (일정에) 이의를 제기하니까 우리는 마지막까지 남으라고 하고 보건복지부, 해군은 다 보내고 저희만 남아서 하라는 그 저의가 무엇이냐?”고 버럭 소리쳤다.

유가족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호중 청문위원은 “김문홍 증인, 3일동안 고생하셨다”고 그를 진정시키고 “유가족들은, 국민들은 오늘로 610일째 진실을 원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고생하신 거 안다. 우리 좀 더 고생 좀 합시다”라는 말끝에 울먹이고 말았다.

그러나 김문홍 서장의 폭주가 계속됐다. 진상을 밝히기엔 턱없이 부실했던 감사원조사에서조차 인정된 문제에 대해, 그는 인정을 못하겠다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위원은 김문홍 서장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 권고 사유, 즉 △구조세력에게 선내진입 등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였어야 한다. △구조상황에서 123정장에게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만 하는 등 현장지휘를 태만히 하였다. △탑승객 대부분이 선내에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선장을 호출하여 상황을 파악하거나 선내에 진입하여 퇴선을 유도하지 않았고 이것이 현장지휘의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이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김문홍 증인: “동의 못한다. 저는 할 것 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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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홍 서장이 고자세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은 123정장의 항소심 판결문에 적시된 재판부의 판단, 즉 ‘해양조난사고의 경우 육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비하여 훨씬 위험성이 높고 상황이 긴박하다는 점에 비추어 육상경찰이나 소방대원보다 더욱 엄격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해양경찰청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라 조난선박으로부터 (희생자수, 조난선백의 침로 및 속도 등)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하여야 하고, 탑재된 장비를 이용해 교신을 지속적으로 청취하면서 전복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퇴선여부, 구명조끼 착용여부, 선원들의 위치 등을 즉시 확인하여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저한테 물어보시는 요지만 말씀하라“ ”저에 대한 판결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문홍 서장은 조난선박의 기본적인 정보 확인 의무에 대해 “그것은 함정과 상황실에 있다. 서장한테 그걸 확인하라는 의무는 어느 조항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청문위원은 수난구호법 시행령 제5조 4항을 보여주며, 참사당시 지역구조본부장이자 상황실장이었던 증인에게 구조활동에 대한 지휘통제 의무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김 서장은 “포괄적인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지, 그 배가 넘어지고 있느냐. 거기 몇 사람이 있느냐를 서장이 파악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포괄적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이현령비현령 (의무를)다 걸면 안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참사 당일인 4월 16일 관할 목포해양경찰서장으로 지역구조본부장이자 상황실장이었다.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경위 신분의 123정장을 지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서장은 다른 해경 고위직들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감사원 징계요구 보다 낮은 ‘강등’ 처분을 받은 뒤 국민안전처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