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잠수사 “철문이 구부러져, 살기위해 부순 것”

JTBC 탐사 프로, 민간 잠수사 조명…세월호 잠수사 대리운전해야 하는 나라, 영웅을 범죄자 취급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18일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을 조명했다.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봤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민간 잠수사들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해경의 재촉으로 무리한 잠수를 시도해왔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는 감압실에서 쓰러졌다 심폐소생술로 겨우 깨어났다. 부상을 입고 현재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민간 잠수사 김순종씨는 왼쪽 어깨 골괴사로 인공관절을 삽입했다. 세월호 후유증이다. 허리 통증도 심각해 현업 복귀가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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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JTBC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은 이들에 대한 보상·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치료비 지원이 중단됐다. “부상은 입었지만 장애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또 다른 잠수사 이상진씨는 여전히 잠수를 시도하면 세월호 아이들이 떠오른다. 새로 시작한 잠수일도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작업을 하다보면 수중에서 아이들 생각이 나고 그런 것이 없어져야 내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도 골괴사가 진행되고 있다. 민간 잠수사 25명 가운데 18명이 부상, 11명이 현업 복귀가 불가능한 상태다.

JTBC는 해경의 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했다. 해경은 사고 직후 정조시간에 잠수하지 않았다. 민간 잠수사 안길필씨는 “해경은 사고 초기 세월호 사진조차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들은 해경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세월호 선체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해경이 포기한 구조는 민간 잠수사들의 몫이었다. 2014년 4월19일 선체 안으로 잠수사들이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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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JTBC

민간 잠수사 황병주씨는 “사람이 잡히기 시작했다. 진짜 비명을 지르며 ‘이런 XX들’ 이렇게 소리쳤다”며 “막상 내 눈으로 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다 살 수 있던 아이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죽었을까”라고 말했다.

강유성씨는 “(아이들의) 발가락을 먼저 만졌다. 그 감각이 아직도 느껴진다”며 “온갖 장애물들을 헤쳐 놓고, 아이가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가슴팍에다 아이의 얼굴을 묻었다. 꼭 안아야 했다. 어디라도 부딪히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민간 잠수사 조준씨는 “(세월호 안에) 철문이 있었는데 그게 완전히 구부러져 있었다”며 “아이들이 탈출하기 위해 맨손으로 부순 걸로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든 (문을) 깨서 탈출하려고 저항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살기 위해 온 몸으로, 천장이 돼버린 벽을 뚫었을 것”이라며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꺾인 아이들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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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김문수·남경필 전현직 경기도지사,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올 때면 민간 잠수부를 무리하게 투입시켰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중으로 (잠수사들) 투입시키세요”라는 해경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민간 잠수사를 범죄자로 몰았다. 지난해 5월 세월호 구조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 사망 책임을 또 다른 민간 잠수사 공우영씨에 돌린 것이다. 해경이 작업 현장 총괄 책임을 쥐고 있었지만, 검찰은 민간 잠수사들의 맏형 공씨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공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지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 나섰는데, 정말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반면 해경 간부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임근조 당시 해경 상황담당관은 국민안전처 중앙해양특수구조단장,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민간 잠수사들의 심리치료를 맡은 정신과의사 정혜신 박사는 “누구에게나 눈앞에서 생명이 거둬지는 모습은 트라우마가 될 수밖에 없다”며 “너무나 끔찍한 죽음을, 가장 근접해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민간 잠수사 황병주씨는 다시 구조 요청이 오면 현장으로 가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래도 가겠죠. 아마 갈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으니까요. 내가 어떤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난 또다시 갈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