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급변침 이전부터 이상징후 많았다”

[인터뷰] 세월호 다큐 ‘인텐션’ 김지영 감독 “신고 전 ‘침수’ 증언, 외부 충격 가능성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이 본격 개시되면서 세월호의 침몰원인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4개월 동안 세월호 침몰원인을 조사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조사 내용을 틈틈이 인터넷한겨레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공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개한 항적이 틀렸다거나 선수(뱃머리) 좌현 난간에 외부 충격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고 선원 탈출 과정에서 의문의 검은 물체가 사진에 찍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모두 김 감독이 밝혀낸 새로운 의혹이다.

김 감독은 내년 1월 새로운 해석을 포함한 침몰원인 결론을 공개한 뒤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1일 김 감독을 만나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 내용의 문제점과 세월호 침몰의 진상조사가 어디까지 이뤄져있는지 들어봤다.

김지영 감독은 “애초 역사 다큐 ‘백년전쟁’ 1부 번외편 공개 후 이승만의 양자가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바람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중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며 “지난해 6월 조사가 끝난 뒤 7월 말 쯤 김익한 명지대 교수를 만났더니 ‘세월호 사건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으니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10분짜리 짧은 유투브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이를 수락한 것이 계기”라고 전했다. 짧은 영상 제작을 하는 데엔 휴머니즘을 소재로 하는 것이 수월한데도 침몰원인이 궁금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당시는 세월호 항적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자료가 계속 뒤집혀지다가 거의 마지막 자료를 내놓을 무렵이었다.

또한 김 감독은 전자공학과 출신인 점도 침몰원인 쪽으로 다큐를 제작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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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다큐 ‘인텐션’ 김지영 감독

김 감독은 심상정 의원실이 입수한 진도VTS 관제 영상(레이더 영상+AIS 항적)의 위치변화 데이터(COG 값)에서 세월호가 마지막 5분 동안 지그재그로 항해한 것을 발견하면서 김어준 총수와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공대’(전기공학과) 출신인 김어준 총수가 김 감독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했다는 것. 그동안 똑바로 항해하다 급변침했다는 것이 정부 발표 요지였으나 지그재그로 이동한 항적을 발견한 것이 의문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조류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6800톤급 선박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좌우로 변침하려면 5노트(9.26km/h) 이상의 조류가 있어야 하나 당시엔 1.5노트도 안 되는 남동 조류였다.

무엇보다 세월호가 급(우)변침 후 4월16일 오전 8시51분25초부터 선수방위각이 245도에서 정지한 채로 북쪽으로 표류했다는 해수부 발표 내용이 거짓임을 밝혀낸 것이 조사활동의 분수령이 됐다고 한다. 김 감독은 “헤딩 값(선수방위각)이 가짜라는 것이 CNN 영상에서 확인됐다”며 “245도 각도로 표류했어야 할 세월호(9시15분)가 이미 한 바퀴(360도) 돌아간 상태였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또한 선수 좌현 난간이 안쪽으로 휘어져있는 충돌흔적과 선원들이 나올 때 조타실에서 검은 천에 싸인 미상의 물체를 들고 나온 것 등을 발견한 것이 계속 원인조사를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 감독이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의문점들은 주로 급변침하기 이전에 벌어진 이상징후들이었다. 당일 오전 7시5분경 놀란 승객이 배 앞쪽을 보면서 뛰쳐나오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또한 김영붕 청해진해운 상무가 메모(주권방송이 입수)에서 “배 앞부분 충격 있었다”고 기재한 것도 의혹을 더한다. 이밖에도 침수에 대한 여러 증언이 있었다. 생존자인 임아무개씨 부부의 자필 진술서에 “남편이 기관실 선원으로부터 ‘일지 쓰려고 올라가던 참에 기관실에 물이 찼다’는 말을 들었다”는 자필진술서와, 김영붕 청해진해운 상무가 메모에 “08:50 침수보고 접수”라고 기재한 것 등이다. 단원고 교감의 전달사항에도 “8시50분 배가 이상하다, 8시55분 ‘갑자기 좌현으로 기움, 침수발생’”으로 기재돼 있다. 또한 당시 학생들이 아침 7시35분경 식사하던 중 “배가 휘청거렸고 밥 먹을 때 국이 기울어져 있었다”고 증언한 영상도 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세월호 선수 좌현 난간(레일) 충돌흔적. 9시44분32초 해경 촬영 사진. 그래픽=김지영감독

▲ 세월호 선수 좌현 난간(레일) 충돌흔적. 9시44분32초 해경 촬영 사진. 그래픽=김지영 감독

 

▲ 김영붕 청해진해운 상무의 메모. 주권방송 입수.

▲ 김영붕 청해진해운 상무의 메모. 주권방송 입수.

당일 오전 9시2분 목포해양경찰서 상황보고서에도 신고내용이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하는  세월호가 침수 중”이었으며, 9시19분 서해해경청 상황보고서의 신고내용도 동일했다. 첫날 해경이 브리핑할 때도 침수라는 말을 썼으나 검찰이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침수라는 말은 빠져있다.

급격히 기울어진 원인도 의문이다. 한 승객은 소파에 있다가 순식간에 미끄러져서 바다에 빠졌으며, 소파에 있다 미끄러져 난간에 부딪힌 승객은 갈비뼈가 부러졌고, 어떤 학생은 방에서 문을 통과해 날아가서 복도를 지나 다른 방 벽에 부딪혔다는 증언을 했다고 김 감독은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순식간에 이런 기울기를 나타내려면 외부에 충격이 있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는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박에서 자신의 위치를 전송하는 시스템인 AIS 신호가 세월호 사고 전후 꺼져있었다는 증언과 실제 정부 발표 AIS 데이터엔 켜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검증 대상이다.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은 8시50분 세월호의 AIS가 꺼져있었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 선장은 9시7분 구조요청을 받았을 때도 세월호 AIS가 꺼져있었다고 JTBC 탐사플러스에서 증언한 바 있다. 진도VTS 교신파일을 보면, 세월호 선원이 “저희가 육안으로 확인하는데 AIS를 볼 수 없는 상황인데 본선 선수에 있는 빨간 탱커 같은데 선명이 뭡니까”라고 교신한 것으로도 나와 있다. 자신이 AIS를 끄면 상대편 배의 선박 이름도 시스템에서 사라진다. 9시28분 드래곤에이스 선에서도 “세월호 AIS가 사라졌습니다. 침몰된 것 같습니다”라고 교신했다. 문제는 해수부 발표 항적 데이터엔 정작 이 시간대(8시50분 이후, 9시7분 이후, 9시28분대, 9시46분대)에 AIS가 모두 켜져 있었다는 것이다.

김지영 감독은 1년여의 조사를 통해 세월호가 앵커(닻)가 원인이 된 급변침과 쏠림으로 침몰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침몰 중일 때 선수 좌우에 붙어있어야 할 앵커 가운데 좌현 앵커가 9시32분경 촬영된 사진엔 나타나있지 않았으나 3분여 뒤 헬기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다시 등장했다. 다시 등장한 앵커가 변색된 점을 볼 때 해저를 긁고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감독은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이 사고지점(대변침지점)이 정부 발표 지점보다 병풍도에 훨씬 가까운 곳이라고 CNN 인터뷰에서 밝힌 점도 그 이유로 들었다. 이곳은 수심이 22m 지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가설이며 다른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다.

▲ 단원고 교감의 자필메모. 사진=김지영감독

▲ 단원고 교감의 자필메모. 사진=김지영감독

 

▲ 세월호 침몰 당일 오전 해경의 상황보고서. 사진=김지영 감독

▲ 세월호 침몰 당일 오전 해경의 상황보고서. 사진=김지영 감독

김 감독은 의문을 제기한 성과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는 영상 등을 통해 정부 발표가 조작됐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진 이들에게 확신을 줬다”며 “계속 관심을 갖고 볼 수 있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침몰 진상조사의 방향에 대해 김 감독은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며 “의혹이 아니라 확정할 수 있는 것들을 공식화 하는 것, 그게 한 발 전진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침몰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을 오는 2016년 1월 초 파파이스에서 공개한 뒤 해외 영화제 출품용 다큐멘터리 ‘인텐션’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작자는 김어준 총수이다.

한편,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한 박상욱 경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반박했다. 김 감독은 123정이 후진한 이유가 ‘조류 때문’이라는 박 경장 주장에 대해 “과거 김경일 123정장이 ‘컨테이너가 무너질 것 같아 엔진을 걸어 후진 명령을 내렸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며 “조류 때문이라면 수면에 떨어뜨려놓은 휀더(선박 보호를 위해 측면에 부착한 고무소재)와 구명벌은 왜 그대로 있는지, 왜 123정에서 밧줄을 풀면서 후진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9시32분 촬영된 세월호 선수 쪽. 선수 좌현의 앵커(닻)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픽=김지영 감독

▲ 9시32분 촬영된 세월호 선수 쪽. 선수 좌현의 앵커(닻)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픽=김지영 감독

 

▲ 앵커를 사용했다가 침몰했을 것이라는 가설. 그래픽=김지영 감독

▲ 앵커를 사용했다가 침몰했을 것이라는 가설. 그래픽=김지영 감독

 

▲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이 CNN과 인터뷰에서 지목한 세월호 사고지점(대변침지점). 정부발표보다 병풍도쪽에 붙어있다. 그래픽=김지영 감독

▲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이 CNN과 인터뷰에서 지목한 세월호 사고지점(대변침지점). 정부발표보다 병풍도쪽에 붙어있다. 그래픽=김지영 감독

박상욱 경장이 스러스트 컨트롤박스 위에서 박한결 3등항해사와 구부린 채로 무언가를 꺼내드는 영상을 두고 “정신을 놓은 박한결의 다리를 올려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감독은 “영상을 보면 다리를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검은 무언가를 올린 뒤 손짓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저것은 박한결의 다리가 아니다”라며 “다시 123정이 접안 한 뒤에야 박한결의 다리를 올려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준기 조타수와 바다에 뛰어든 뒤 붙잡은 것이 검은 모자라는 박 경장의 증언에 대해 김 감독은 “그러면 123정이 후진했을 때 모자를 쓴 채로 손에 들었던 검고 길쭉한 무언가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감독은 “추후 조사를 통해 증인들의 위증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지에 도착한 해경123정이 후진하는 장면. 123정이 조류에 밀렸다는 박상욱 경위의 주장과 달리 휀더는 그대로 떠있는 모습. 해경영상 갈무리=김지영감독

▲ 현지에 도착한 해경123정이 후진하는 장면. 123정이 조류에 밀렸다는 박상욱 경위의 주장과 달리 휀더는 그대로 떠있는 모습. 해경영상 갈무리=김지영감독

 

▲ 김지영 감독이 21일 미디어오늘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지영 감독이 21일 미디어오늘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