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단원고 졸업식 참석 안 한다”

가족협의회 입장 발표 “생존 학생들 마음 다치지 않도록… 세월호 흔적 지우려는 명예 졸업식도 불참”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유족들 및 피해자들의 모임인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단원고의 졸업식을 앞두고 5일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014년4월16일의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학생 250명(실종상태 4명)은 살아있었다면 올해 봄 단원고를 졸업할 예정이었다.

이날 가족협의회는 ‘단원고 졸업식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글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원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축하받으며 졸업해야 할 생존학생들이 졸업식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려 마음을 다치면 안되기에 의사표현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족협의회는 “아직 현철이, 영인이, 다윤이, 은화와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이 돌아오시지 못했는데 우리 아이들만 먼저 졸업을 시킬 수는 없다.이들이 모두 돌아오신 후에 졸업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이들이 모두 돌아오신 후에 함께 의논해 수령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졸업식 불참 사유를 밝혔다.

▲ 2014년 7월 16일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도보행진. 사진=이치열 기자.

▲ 2014년 7월 16일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도보행진. 사진=이치열 기자.

가족협의회는 “어른들의 잘못이 빚어낸 끔찍한 참사에서 어렵게 스스로 살아나온 75명 생존학생들의 졸업을 정말 축하드린다”고 밝힌 뒤 “참사 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잘 버텨내 준 아이들이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아가려고 한다. 참사로 인해 받은 상처에 참사 후 이 사회가 강요한 상처까지 안고 버텨온 아이들이 대학과 직장 등 사회 일선에서 이겨내야 할 일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먼저 간 친구들을 잊지 않고 성실히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따뜻하게 지켜봐주시라”고 당부했다.

가족협의회는 단원고가 1월초로 예정한 희생학생들만의 명예졸업식도 “세월호참사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 강행하는 ‘명예졸업식’”이기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가족협의회는 “졸업식을 다른 학교와 달리 1월 초에 하는 이유는 졸업식 후 416교실을 정리하고 리모델링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여전히 단원고등학교는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등학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어떠한 새로운 교육을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커녕 지난 11월에 생존학생들을 데리고 갔던 해외봉사연수에서 고열이 나는 학생을 관광일정을 소화시키며 방치하고 부모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가족협회의의 입장 발표 전문.


 
<단원고 졸업식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

1월 12일, 단원고등학교 단원관에서 하는 졸업식과 관련해, 이미 오래 전부터 희생학생·교사 가족들은 단원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왔습니다. 다만 마땅히 축하를 받으며 졸업해야 할 생존학생들이 졸업식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려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에 이러한 의사표현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졸업식이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하시고 있고, 일부에서는 졸업식 즈음에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주시고 계십니다.

이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혼란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저희 416가족협의회 희생학생·교사 가족들의 뜻을 정리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생존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특히 어른들의 잘못이 빚어낸 끔찍한 참사에서 어렵게 스스로 살아나온 75명 생존학생들의 졸업을 정말 축하합니다. 참사 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잘 버텨내 준 아이들이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참사로 인해 받은 상처에 참사 후 이 사회가 강요한 상처까지 안고 버텨온 아이들이 대학과 직장 등 사회 일선에서 이겨내야 할 일들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십시오. 그리고 먼저 간 친구들을 잊지 않고 성실히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따뜻하게 지켜봐 주십시오.

2. 희생학생·교사의 가족들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현철이, 영인이, 다윤이, 은화와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이 돌아오시지 못했는데 우리 아이들만 먼저 졸업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모두 돌아오신 후에 졸업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이들이 모두 돌아오신 후에 함께 의논해 수령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단원고등학교와 경기도 교육청은 ‘명예졸업식’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단원고등학교와 경기도 교육청은 스스로 반성을 하는 의미에서도 마땅히 이분들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며 조속한 인양과 수습을 적극 도와야 합니다.

또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참사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 강행하는 ‘명예졸업식’에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 졸업식을 다른 학교와 달리 1월 초에 하는 이유는 졸업식 후 416교실을 정리하고 리모델링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미 교육청이 유가족들이 동의를 하기 전에는 416교실을 일방적으로 정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단원고등학교는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등학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어떠한 새로운 교육을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커녕 지난 11월에 생존학생들을 데리고 갔던 해외봉사연수에서 고열이 나는 학생을 관광일정을 소화시키며 방치하고 부모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귀국 후 또 다시 응급실에 실려간 후에야 부모가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 등 세월호참사 당시 학교가 했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원고등학교는 여전히 세월호참사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세월호참사 이후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세월호참사 지우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416가족협의회는 이러한 단원고등학교의 현 상황에 대해 매우 분노합니다. 우리는 이미 단원고등학교가 세월호참사를 교훈 삼아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416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우리는 졸업식에도 참석할 수 없습니다.

명예는 졸업장에 활자로 새긴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희생학생·교사의 명예는 단원고등학교와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뀌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어낼 때 비로소 드높여지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단원고등학교와 경기도 교육청은 세월호참사 이후 새로운 교육이 무엇인지, 그러한 교육을 단원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현할 방안을 찾아내기를 촉구합니다. 그것만이 세월호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경기도 교육청과 단원고등학교가 262명 단원고등학교 희생자들의 영령 앞에 사죄하는 길입니다.

2016년 1월 5일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