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레이더 세월호 항적 700~800m 끌어올렸다?

김지영 ‘인텐션’ 감독, 최종 결론 파파이스서 공개 “끌어내리니 해양조사원 해도에 딱맞아” 합참 “확인 중”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세월호가 병풍도 서방을 거쳐 표류하던 위치를 나타낸 해군의 레이더 항적이 실제보다 700~800m 동북쪽으로 끌어올려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1년5개월여 동안 세월호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영화 ‘인텐션’의 김지영 감독은 지난 15일 밤 방송된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에 출연해 앵커(닻)에 의한 침몰설을 자신의 최종결론으로 소개하면서 이 같은 항적 조작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우선 지난 2014년 정부가 내놓은 해양수산부 AIS상의 세월호 항적도와 해군이 진성준 의원에 제출한 레이더상의 항적이 모두 실제 세월호의 위치와 맞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참사 당일 오전 9시16분에 제주해경청 상황정보문자시스템에서 “세월호 현재 위치 정확히 송신바람”이라고 하자 목포상황실에서 “34도10.24분, 123도57.29분”로 답변한 것이 제시됐다. 이는 이 시각 세월호가 병풍도에 접근해 회전했음 입증하는 것(사진 참고)이라고 김 감독은 밝혔다. 김 감독은 정부 발표 AIS 항적과 450m가 차이가 난다(정부 항적보다 서쪽으로 450m)고 설명했다.

이후 세월호가 표류해 조류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던 상황에서의 항적 역시 정부 발표보다 서쪽이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당시 진도VTS 교신파일을 보면, 진도VTS 담당자가 표류해가던 세월호의 좌표를 ’34도10분, 125도57분’이라고 부르자 이미 현장에 도착해있었던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은 이를 수정해 다른 좌표를 언급했다. 문 선장은 당사 “정확한 위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배가 계속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들물에. (북위) 34도11.4분, (동경) 123도57.3분”이라고 밝혔다. 이는 진도VTS가 부른 좌표보다도 약 340m 아래쪽일 뿐 아니라 정부가 최종적으로 발표한 AIS 항적보다도 200여 m 서쪽인 위치이다.

▲ 세월호가 표류중인 2014년 4월16일 9시16분 목포상황실이 확인해준 좌표(4표류좌표). 이미지=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세월호가 표류중인 2014년 4월16일 9시16분 목포상황실이 확인해준 좌표(4표류좌표). 이미지=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이 세월호가 표류중일 때 정확한 좌표를 수정해서 불러준 교신내용. 이미지=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갈무리

▲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이 세월호가 표류중일 때 정확한 좌표를 수정해서 불러준 교신내용. 이미지=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갈무리

 

 

이를 두고 김어준 진행자는 “진도VTS 교신기록상에서 진도VTS는 엉뚱한 항적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김지영 감독은 “진도VTS 교신을 듣던 문예식 선장이 자기 배에 있는 알파레이더를 보고 실제 세월호의 항적을 알려준 것”이라며 “사고 당일 아침에 부른 세월호의 위치이기 때문에 (추후 발표한 정부 항적보다) 정확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국 정부의 항적도가 가짜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예식 선장이 CNN과 인터뷰에서 세월호가 급회전했을 때의 위치를 자신이 찍은 지도를 제시한 것을 보면, 정부가 제시한 AIS 항적 뿐 아니라 해군이 제시한 레이더상의 세월호 항적과도 크게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 선장이 지목한 세월호가 회전한 위치는 병풍도에 훨씬 가까운 곳으로 해군의 레이더 항적보다 약 700~800m 서쪽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해저 지형이 입체적으로 묘사돼 있는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에 해군레이더 항적을 끌어내려 맞춰보는 시도를 한 결과 정확히 해저지형과 세월호의 항적상 움직임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의 항적을 통째로 문 선장이 찍은 세월호 급회전 위치(기준점)까지 남서방향으로 (약 700m) 평행이동시켰더니 급격하게 꺾인 해저지형이 나타나거나 수심이 깊을 경우 나타나는 항적상의 속도 변화 등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세월호의 앵커(닻)에 의해 침몰했다는 가설을 침몰원인의 결론으로 제시하면서 이 같은 항적상의 근거를 제시했다. 해경이 세월호 선원을 구조하는 과정이 담겨있는 영상에 나타난 하얀 물체에 대해 김 감독은 방송에서 일종의 종이뭉치이며, 이 종이뭉치는 세월호 조타실에 설치된 에코사운더(음향측심기)에서 출력한 15cm의 와이드 기록지 뭉치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해군 레이더상의 항적을 입수해 언론에 공개한 진성준 의원실은 합동참모본부에서 불러준대로 좌표를 수기로 작성한 뒤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빨간색 원)와 해군레이더상 세월호 항적(갈색), 정부(해수부) AIS 항적.

▲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빨간색 원)와 해군레이더상 세월호 항적(갈색), 정부(해수부) AIS 항적.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담당 비서관은 1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합참이 열람을 시켜줘서 담당자가 불러준 좌료를 받아적은 것이며, 약 5초에서 10초 단위로 (좌표를) 보여줬다”며 “그 밖에 (추가로) 궁금한 것은 구두(전화통화)로 확인했으며, 그 데이터(엑셀파일)를 언론에 제공해 (현재의) 해군 레이더 항적이 구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감독은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항적은 이미 조작된 흔적이 너무 많이 드러난 반면, 해군이 진성준 의원 비서관에게 열람시켜 준 것이 더 신뢰할 수 있다”며 “둘라에이스 문예식 선장이 11km 근방에서 세월호의 표류과정을 지켜보면서 메모한 것을 해도에 기록해둔 좌표까지 해군 레이더상의 세월호 항적을 약 700m 끌어내려와 맞춰보면 놀랍게 일치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해저지형의 산맥에서 날카로운 곳이나 볼록 튀어나온 곳에서 꺾이면서 속력이 줄어드는 것은 그 지점에서 (끌어내려진 앵커가) 해저지형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해군 레이더 항적을 진성준 의원에 제공한 합참은 항적을 실제 위치로부터 700m 가량 옮겼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태 합참 총괄장교(중령)는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 내용은 보고 확인을 했으며, 현재 부서에 의견을 물어보고 의견이 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항적을 통째로 끌어올렸는지 여부에 대해) 진성준 의원에 자료를 어떤 경위로 제공했는지부터 확인해보고 있다. 다른 의문점이 무엇인지 그 내용은 알지만 해군과 합참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 해군 레이더 항적과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해군 레이더 항적과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해군 레이더 항적을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로 끌어내린 후 항적.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해군 레이더 항적을 둘라에이스 선장이 찍은 세월호 회전 위치로 끌어내린 후 항적.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갈무리

▲ 입체적인 해저지형이 표시된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에 해군레이더 상의 세월호 항적을 약 700m 남서방향으로 끌어내려 표시한 상태.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갈무리

▲ 입체적인 해저지형이 표시된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에 해군레이더 상의 세월호 항적을 약 700m 남서방향으로 끌어내려 표시한 상태.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