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들은 잊혀지는 게 두렵다

10명의 실종자, 172일의 기다림… 주말마다 팽목항 찾는 ‘기다림의 버스’ 행렬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실종자 다윤이의 어머니 박은미씨(44)는 지나 어머니와 함께 4일 점심 무렵 진도체육관 뒷산에 올랐다. 빠르게 산을 오르는 지나 어머니와 달리 다윤이 어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박은미씨는 몸이 불편하다. 3년 전부터 신경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는데, 세월호 참사로 병이 악화됐다고 한다. “우리는 끝까지 버티는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해” 박은미씨가 말했다. 그는 “1~2주에 한번 씩 진도체육관 뒷산에 오른다”고 했다.

지나 어머니(51)는 등산 중 기자들에게 양육에 대해 말하다 지나 얘기를 꺼냈다. “똑같이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나중을 위해 절약하며 아이가 먹고 싶다는 거 보고 싶다는 거 못하게 하는 엄마가 있다. 반면 무리해서라도 집 사고 애들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엄마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그는 “나는 애가 원하는 거 제대로 못해주는 엄마였다. 딸을 그렇게 잃고 보니 많이 미안하고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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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윤이 어머니 박은미씨가 한국독립PD 협회 소속 이승구 재난전문PD와 함께 진도체육관 뒷산에 오르는 모습.

이날 등산의 화젯거리는 자연스럽게 전날 있었던 ‘기다림의 버스’행사로 이어졌다. 박은미씨는 “어제 많은 사람들이 팽목항에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기다림의 버스’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실종자 유가족 위로를 위해 준비한 진도 방문 행사다. 개천절엔 1000여명의 시민들이 팽목항에 모였고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콘서트도 열었다. 박은미씨는 덧붙여 말했다.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체육관에서 만난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도 ‘기다림의 버스’에 감사를 전했다. 유백형씨는 ‘기다림의 버스’가 “매주 와서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참사 100일 때와 어제 사람들이 많이 왔다”며 “사람들이 잊지 않고 계속 와주는 게 제일 고맙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참사가 잊혀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 사실은 진도체육관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416TV’ 촬영을 위해 체육관을 방문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는 “5월 이후 처음 진도체육관에 왔는데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많이 줄었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언론이 그 수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서 허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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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 진도체육관 모습.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 10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요즘은 평일엔 5~6명이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일을 전부 다 해” 진도체육관에서 5개월 째 자원봉사를 했다는 이 아무개씨의 말이다. 이씨는 “주말에는 그나마 1박2일 봉사자들이 오지만 평일에는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5개월 동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진도에 남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걱정돼서다. “실종자 가족들 정말 안됐다. 지현이 부모님은 지현 양을 늦둥이로 낳았다고 한다. 그것도 독녀로 애지중지 키웠단다. 현철이는 4대 독자였고…한 사람 한사람 사정을 들어보면 눈물이 난다” 그는 “일 하다 보면 힘이 부치지만 애를 그렇게 수장시킨 가족들 심정 생각하면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고 덧붙였다.

등산 막바지에 이르러 ‘수색’얘기가 나왔다. 날 좋으니 오늘은 수색을 할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지나 어머니는 “물길은 여전히 험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오늘도 수색을 못했다”고 했다. 진도에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고 인근 지역이 태풍의 간접영향까지 받으면서 세월호 수색은 이틀째 중단된 상황이다. 박은미씨는 “날이 좋은데 수색을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유백형씨도 “남편 장례 치러주고 편한 곳으로 보내고 싶은데 가슴이 미어진다. 참사 172일 째인데 시신이나 성할지 걱정”이라며 이틀째 수색작업이 중단된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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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백형씨 남편 양승진 단원고 교사 사진. 아직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진도체육관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여야는 유가족을 배제하고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위기를 넘겼지만 실종자 가족이 진도체육관에 언제까지 머무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월호 수색은 진전이 없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세월호를 잊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에서 1000여명이 진도 팽목항을 찾았던 ‘기다림의 버스’행사는 실종자 가족에게 작지 않은 힘이 됐다.

지난 3일 기자와 함께 ‘기다림의 버스’를 탔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윤충렬씨의 말이 있다. 그는 “쌍용차 투쟁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들에게 잊혀지던 때”라고 했다. 그는 “잊지 말자는 것. 그게 위로가 되고 치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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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의 버스’ 침묵행진 모습. 10월 3일 전국각지에서 1000여명의 시민이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