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직원 “국정원이 주로 밥을 샀고 저도 샀다”

[2신:2시40분] “국정원, 사전보고 안해서 불쾌하게 생각”… 인천항 CCTV도 국정원 요구로 설치

장슬기,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2일차 청문회에선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관계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가 있었다. 국정원과 잦은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난 김재범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접대 사실을 부인했고, 본인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서에 대해서조차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박종운 특조위원이 청해진해운 내부 문서에 나온 접대 관련 기록을 제시하자 김재범 기획관리부장은 “점심 자리가 여객터미널 주변에서 먹다보면 서로 얼굴을 마주친다”며 “국정원에서 주로 밥을 사게 되고, 저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의 여러 결제서류와 보고문서에 미팅과 접대 기록이 있음에도 그는 “우연히 만나서 그런 것”이라며, ‘약속을 잡고 접대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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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부장은 참사당일인 4월16일 국정원 직원에 문자 보고를 한 것 이외에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이날 특조위원이 제시한 통화기록을 본 뒤 “기록이 나와 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기억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16일 아침 9시 33분과 38분 두차례 문자를 보낸뒤, 국정원 직원 하○○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각각 2분1초와 14초간 통화했다.

‘나미노우에(세월호) 도입관련 업무담당 연락처’라는 청해진해운 문서의 ‘운항관리규정심의’ 항목에 국정원 서○○ 실장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그는 “저는 서씨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말했다.

김재범 부장은 ‘다른 선사 직원들에 의하면 증인이 국정원 담당자였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국정원 담당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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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범 청해진해운 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정원, 사전에 보고를 안해서 불쾌하게 생각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도입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허가를 얻지 못해 수개월간 취항이 늦춰진 바 있다. 특조위에선 당시 청해진해운이 국정원으로부터 ‘괘씸죄’로 찍혀 한달간 대기점검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해진해운측은 이 대기점검을 위한 엔진 가동과 승선 등으로 매 항차당(주3회) 5백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해무팀의 홍○○ 대리는 “국정원에 (세월호가 일본에서 입항한다는)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인사를 갔더니 국정원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고 진술했다.

국정원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던 김재범 부장도 다른 직원의 업무보고서에 “국정원 사무실에 김재범 부장과 다녀왔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오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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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치열 기자

“2월 초순경에 세월호 출항과 관련해서 언론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전 홍보가 되어야 손님도 유치하고 화물도 유치할 수 있어서, 박기청 상무에게 물어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데 이런 보도가 먼저 나가면 되느냐’고 굉장히 불쾌히 생각했다는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찾아가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성희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수첩에서 나온 기록도 논란이 됐다. 이성희 본부장은 국정원의 보안측정 사흘전인 2013년 3월14일 일지에서 “세월호 면허나다? 세월아 네월아 1개월간 점검?!! 손톱밑에 가시는 언제 빼냐?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라고 적어놓았다.

이에 대해 이성희 본부장은 “제 생각입니다만 세월호가 인천에서 한달 이렇게 계속 (대기점검을)하니 뭐 때문에 그런가 해서 제 나름대로 감정적으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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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수첩에서 나온 기록.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인천항 카페리부두의 경비비용을 청해진해운이 떠맡고 있는 부분도 의혹으로 지적됐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도입 당시 국정원의 요구에 따라 인천항 카페리부두에 7천여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한 바 있다. 또한 월 500만~600만원 가량의 보안경비도 부담하고 있다. 특조위가 제시한 청해진해운의 ‘항만시설 보안경비와 관련 비용 부담주체 조정요청’ 공문에 의하면 제주항, 부산항, 목포항, 완도항, 녹동항, 삼천포, 인천항 일부는 모두 해양항만청이나 해운조합, 항만공사 등이 보안 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유독 청해진해운 만이 인천-제주선 카페리부두의 경비를 대고있는 것이다.

김재범 부장은 ‘보안경비를 왜 청해진해운이 지불하느냐? 다른데도 그런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그래서 납득을 못하겠다고 (관계기관에)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종운 특조위원이 ‘국정원이, 항만청이나 IPPT(인천항여객터미널)가 하는 걸 떠넘긴거나 똑같죠?’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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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치열 기자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이 포함된 것은 청해진해운이 자의적으로 넣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홍○○ 대리는 “보안점검을 받고 나서 운항관리규정 초안을 총무쪽과 저희(해무팀)쪽이 같이 상의해서 만들었다”며 “2월 19일경 초안이 나갈 때는 없었는데 최종안이 나갈 때 그게 있었다”고 진술했다. 청해진해운이 만든 운항관리규정 초안의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엔 당초 국정원이 없었는데 관계기관과 협의과정에서 국정원이 보고계통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