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직원에 음란물 영상까지 보낸 국정원 요원

기획관리부장 휴대폰에 ‘국정원’ 소속만 12명…보고계통상 관계로 보기 어려워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부적절한 관계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 김 아무개 씨의 휴대폰 포렌식 수사자료에 따르면, 김 씨의 휴대폰 주소록에 소속이 “국정원”으로 표시된 인물이 총 12명에 달했다. 국정원 요원의 신분에 대한 정보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국회에도 공개되지 않는 “국가 기밀”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일개 연안해운업체인 청해진해운 직원이 어떻게 12명이나 되는 국정원 요원의 연락처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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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의 휴대폰 주소록에 ‘국정원’으로 표시된 12명의 연락처

이외에도 청해진해운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국정원 서ㅇㅇ실장”의 이름과 전화번호 역시 휴대폰 주소록에 있었는데, 다만 김씨의 휴대폰 상에는 소속이 “기무사”로 표시돼 있었다.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인 김씨는 지난달 29일 청문회장에서 서○○을 아느냐는 질문에 “저는 서씨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선 ‘나미노우에(세월호) 도입관련 업무담당 연락처’라는 청해진해운 문서의 ‘운항관리규정심의’ 항목에 “국정원 서ㅇㅇ실장”이 적시된 것과 관련해, 국정원이 세월호 도입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특조위원들의 추궁이 있었다.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국정원 관계자 12명 가운데 정ㅇㅇ씨는 국정원 실장으로, 나머지 11명은 ‘국정원 동해항만’, 국정원 등으로 저장돼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국정원으로 저장된 12명에게 통화를 시도해본 결과 9개의 번호는 결번이었고 3개의 번호는 신호는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미노우에(세월호) 도입관련 업무담당 연락처’에 나와있는 “국정원 서ㅇㅇ실장”(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 휴대폰엔  “기무사”로 저장)은 통화가 이뤄졌는데,  자신은 기무사 소속이며 국정원에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 씨는 “당시에 제가 저 항만(인천 국제여객터미널)에 파견나가 있었다”며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과는 “업무협조상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의 주소록에 있는 국정원 정ㅇㅇ실장 그리고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국정원 요원  하ㅇㅇ씨를  “(인천근무)당시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 하 아무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과 17일 양일간 청해진해운 직원 3인에게 총7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참고기사: 세월호 참사 직후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7차례 의문의 통화) 이번 취재에서는 국정원 요원이 카카오톡을 통해 청해진해운 김 아무개 기획관리부장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정원으로 저장된 12명 가운데 A씨는 2014년 1월18일 오후9시15분경 카카오톡으로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에게 음란물 동영상을 링크하면서 “한번 같이 갑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인 19일 정오 경에는 “오늘 점심은 초밥으로”라는 메시지와 함께 역시 동영상 링크를 보냈는데, 이 링크 주소를 클릭해보니 두 명의 나체 여성이 등장해 몸 위에 초밥을 올려놓고 음란행위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청해진해운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내부 문서들에 의하면 2014년 1월20일 “국정원 미팅”이 있었다. 18일과 19일 국정원 요원이 이들 메시지를 보낸 의도가 접대 요구는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음란물 링크를 보낸 국정원 요원은 2013년 12월25일부터 2014년 2월27일까지 지속적으로 수십차례에 거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들이 단순히 ‘퍼다나른’ 글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메신저 기능상 상대방을 지정해서 보내야 한다는 점과 그 내용이 아주 친밀한 사이에서도 민망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국정원 직원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과의 관계, 세월호 핵심 의혹으로 떠올라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관계가 의혹의 대상에 오른 것은 2014년 5월 세월호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참사 후 석달여가 지난 2014년 7월 복원된 세월호 선내의 노트북 속에선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세월호의 보안측정에만 참여했을 뿐 청해진해운과는 다른 어떤 관계도 없다고 부인해왔다. ‘해양사고보고계통도’ 역시 국정원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이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16-17일 청해진해운 직원 3인(기획관리부장, 해무팀 대리, 물류팀 차장)에게 7차례 전화를 걸어 세 차례 통화한 사실, 참사 발생 수년전부터 잦은 접촉을 해왔고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해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세월호 선사와 국정원의 관련성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참고기사: 청해진-국정원, 10여차례 “접대” “정기모임” 문서 나와)

지난 2차 청문회에선 세월호 도입 당시 입항 사실을 미리 보고하지 않아 청해진해운이 국정원의 눈밖에 났고, 이로 인해 한달간 보복성 ‘대기점검’을 받았다는 증언과 함께, 해양사고보고계통도가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하에 만들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이 보안측정을 위한 일시적 접촉이나, 단순히 해양사고보고를 위한 비상연락망 차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정황이 계속 드러나면서 이후 이같은 유착관계의 배경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