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지구 반대편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만난다

6일 에스토니아호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 “간담회 100여 명 참석… 현지 반응 뜨거워”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이 20여 년 전의 ‘또 다른 세월호 참사’ 에스토니아호 참사 피해 유가족을 만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이를 시작으로 영국 힐스버러 참사, 지난해 파리 테러 등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경험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며 국제적 연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4월16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문제를 알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미수습자 수습 등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3일 독일로 출국했다. 이들은 6일까지 독일에 머문 뒤 7일부터 바티칸 공화국, 벨기에, 영국, 프랑스를 거쳐 오는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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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4일 오전 416연대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독일 교민이 함께 뮌헨 마리안 플라츠 광장에서 거리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416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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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마리안 플란츠 광장을 지나가던 독일 시민 및 교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거리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416연대 제공

‘고 유예은양 아빠’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고 김시연 양 엄마’ 윤경희씨가 유가족 대표로 함께했고 416연대에서는 한우리교회 목사인 박승렬 416연대 상임운영위원과 박현주 간사가 동행했다.

‘에스토니아호 참사’는 1994년 9월27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출항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해 전체 승선자 989명 중 85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시신 650여 구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웨덴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인양을 포기하고 바닷속에 콘크리트를 부어 선체 전체를 매장하려 했으나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항의로 중단됐다. 국제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진상조사를 시작했으나 유가족들은 인양하지 않고 조사한 것은 불충분하다며 반발했고 이후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다.

현재 독일 베를린을 방문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현지 시각 오후 5시(한국 시각 7일 0시) 기자간담회와 함께 에스토니아호 참사 유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호 피해자 유가족 재단(The foundation for Estonia Victims and Relatives, SEA)의 대표인 레나트 노드와 마리 노드씨가 이날 간담회에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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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독일 뮌헨을 방문한 ‘고 유예은양 아빠’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고 김시연 양 엄마’ 윤경희씨가 현지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416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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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4일 오전 뮌헨 마리안 플라츠 광장에서 열린 거리캠페인에 독일 시민이 참여한 모습. 사진=416연대 제공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세월호 판박이’라 불렸던 에스토니아호 참사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가운데 에스토니아호 참사 유가족 대표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반박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럽방문 행사를 준비한 백가윤 416연대 국제팀 간사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조선일보가 에스토니아는 (참사로) 사회분열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식으로 세월호와 비교해서 보도했고 조선일보와 실제로 인터뷰를 한 레나트씨가 이를 알고 굉장히 기분이 안좋았다며 와서 직접 해명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년 10월1일 ‘에스토니아號 침몰 20년… 스웨덴國王 “갈등 겪었지만 화합 일깨운 세월”’ 기사에는 “에스토니아호의 피해 당사국·당사자들은 어떤 20년을 보냈을까. 인내하고 양보하면서 성숙하게 사고를 수습했을까, 아니면 우리처럼 갈등하고 갈라졌을까”라고 적혀 있다.

나아가 조선은 지난해 4월3일 지면을 통해 에스토니아호 참사 수습의 경우 에스토니아는 비용 문제로 인양을 포기했으며 조사위원회 인원 구성 조건에 ‘유가족 참여 불가’가 적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보도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과 유가족의 특별조사위원회 참여를 요구한 것을 에스토니와 사례와 기계적으로 대조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비판받은 바 있다.

에스토니아 피해자 유가족 재단은 이에 대해서도 6일 간담회 자리를 빌려 반박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간사는 “조선일보는 정부 얘기만 실어 ‘인양하지 않고 시멘트만 부어서 추모공원을 조성했다’고 적었지만 실상은 유가족의 반대로 추모 공원을 못 만들고 자갈만 부어둔 상태”라고 지적했다.

독일을 방문한 416연대와 가족협의회는 매일 현지인 간담회와 거리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인터뷰, 기자회견 등 현지 언론인과의 만남 자리도 총 6회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6일 현지시각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베를린 티어가르텐에서 브란덴부르크문광장까지 행진 후 헤어만 광장에서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백 간사는 “해외 캠페인은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이 끝난 후 독일 언론 슈피겔지 수잔네 쾰블 기자의 사회로 현지인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 영화 상영과 함께 추모 공연, 유가족과의 대화로 진행될 예정이다.

백 간사는 “지난 5일 독일 보훔 유가족 간담회에는 참여자가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며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참석하기도 했다.

영국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은 오는 11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고 파리 테러 참사 피해자 및 유럽 재난 피해자 단체와의 만남은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힐스버러 참사는 1989년 4월15일 영국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수많은 관중이 몰리면서 경기를 보던 96명이 압사해 사망한 사건이다. 416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당시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며 팬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결론내렸고 언론도 희생자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면서 “유족과 (당시 경기를 했던) 리버풀 팬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지속했고 결국 2016년 4월26일, 27년 만에 법원은 해당 참사의 원인이 팬들의 잘못이 아닌 경찰의 과실치사라고 평결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