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눈물의 삭발 “그깟 돈, 니나 처먹어라”

[현장] “언론이 배·보상으로 도배, 가족들 요구 묵살… 시행령 폐기·세월호 인양이 먼저”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17년 동안 다윤이를 키우면서 우리 다윤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아빠 머리 깎는 거였어요. 그걸 오늘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실종자들은 이보다 더 깜깜한 바다에 있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홉 명의 실종자를 꺼내줍시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아버지 허흥환씨)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가족들이 준비된 의자 위로 나란히 앉았다. 의자에 일렬로 앉은 아빠 엄마들의 코끝이 빨갰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삭발을 하기 전에 엄마아빠들이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삭발이 시작되기 전, 가족들은 아이들 이름을 다 같이 불렀다. 자신의 아이 이름이 불리자 부모들은 이를 악물었다.

삭발이 시작되자 목 위로 두른 노란색 천 위로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졌다. 노란색 천에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 온전하게 인양하라’는 두 가지 요구가 적혔다. 다윤이 아빠 허흥환씨가 두른 천 위로도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다윤이는 아직 진도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352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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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진도 팽목항에서 단체 삭발을 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세월호 1주기를 열흘 남짓 앞두고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단체로 삭발을 했다. 삭발식에는 단원고 희생학생 가족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 생존학생 가족, 희생일반인 가족, 화물피해기사 등 52명이 함께했다. 이 중 48명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명은 같은 시간 진도 팽목항에서 삭발을 했다.

피해 가족들은 지난 달 30일부터 광화문에서 정부 시행령 폐기 등을 요구하며 ‘416시간 집중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갑자기 단체 삭발까지 하게 된 데는 지난 1일 정부의 배·보상 기준 발표 때문이다. 이후 언론은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이 1인당 8억20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는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피해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단원고 2학년6반 호성이 엄마 강부자씨는 “진실을 밝혀달라는데 그 돈 한 푼 주면서 옜다 먹어라(하는 정부)”라며 “니나 처먹어라. 난 내 새끼 어떻게 갔는지 똑바로 알고 죽어야겠다”고 말하며 울음을 삼켰다. 강씨가 입은 검은색 티셔츠에는 ‘기다림의 끝에 네가 있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박래군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가족들이 요구하는 건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 하려고 하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는 것과 세월호 온전하게 인양하라는 것, 단 두 가지”라며 “그때 갑자기 정부가 배·보상 기준을 발표했다. 어제 오늘 언론은 배·보상으로 다 도배됐다. 가족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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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진도 팽목항에서 단체 삭발을 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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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족들은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포하기 전까지는 배보상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참사 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말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이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려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돈으로 희생자와 피해가족들을 능욕하는 정부가 진정 대한민국 정부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족들은 배보상 논의에 쏠린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강부자씨는 “여기 기자들 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오늘만 많이 오셨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대변인도 “언론이 얼마나 잘 안 알려주면 가족들이 외신이라도 한 번 타보려고 기네스북에 오를 거대촛불, 이런 것도 한다”며 “제대로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가족들은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오는 4일부터 5일까지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5일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1차 긴급 집중촛불대회를, 11일 오후에는 2차 집중촛불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