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원인 ‘암초’ 단정 못해…여객선 대응 ‘중대과실’

선체 외관 암초 충돌 흔적 보이지 않아…사고 초기 잘못된 대응으로 희생 늘었다는 지적도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과 관련해 암초에 의한 충돌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선체의 외관 모습 등을 따져볼 때 섣불리 암초를 원인으로 지목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조난 신고를 보냈고, 좌현으로 기울어져 2시간 만에 가라앉았다.

애초 조난신호를 보냈을 때 충분히 승객 대부분을 구할 수 있다고 봤지만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고 빠른 속도로 물이 차오르면서 희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구조된 사람들은 사고 당시 무언가에 충격을 받아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져 가라앉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강인환(57)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다 몰려버려 방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었다”며 “측면으로 기울어져 한 60도 이상 기울었다가 순식간에 90도로 기울어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좌현 쪽에 충격을 받아 선체가 기울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선체에 충격을 준 물체가 암초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못하고 있다.

TV 생중계 화면을 보면 선체 바닥에 암초에 부딪힌 파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사고 당시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6000여톤의 여객선이 순식간에 기울어졌다는 점,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충분하고 파고가 높지 않다는 점 등 일반적인 암초 사고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짙은 안개로 인해 암초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해 암초지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장소가 전자해도상 수심 27~32미터 서남해안 수심보다 20미터 낮은 암초 지대라고 파악하고, 출항시간이 늦었던 세월호가 정상 항로를 이탈하면서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재범 청해진해운 부장은 “안전항로를 평소 운항하는 것과 비교해 다소 이탈했는지 파악해봐야겠지만 크게 이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그렇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교중 전 해난구조대장은 YTN에 출연해 “항로를 설정할 때 해양수산부 인가를 받는다. 그 항로는 굉장히 안전한 항로다. 지름길을 택한 건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진 전 대장은 “암초에 정면으로 부딪힌 경우는 저렇게 되지 않는다”며 선체 좌현 쪽에 암초가 걸려 선체가 찢어지면서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면서 배가 가라앉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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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21일부터 취항해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된 세월호(6825t급). ⓒ연합뉴스

해군 장교를 지내고 컨테이너선 항해사를 했던 신상철 대표(서프라이즈)는 “사고 원인이 암초라고 하면 부딪힌 흔적이 구멍이 나올 정도로 터져 나와야 하는데 화면상으로는 발견할 수 없어 단언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침수가 되면 얼마만큼의 손상에 따라 물의 양이 달라지고 침몰 수위가 달라진다. 현재 드러난 사진과 화면상으로 보면 암초에 손상된 선체 하부를 발견할 수 없다”며 “선체 중앙이나 선저 후부에 손상을 입어 암초 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배 밑바닥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사고로 희생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여객선 측의 대응을 지적했다. 구조된 사람 가운데 방송에서 객실에 머무르라는 내용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침수 사고시 메뉴얼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1시간이 넘는 시간 침몰하는 동안 라이프 자켓(구명 조끼)을 첫 단계로 입도록 하고 간판에 올라오도록 방송을 하고 끊임없이 독려를 해야 하는데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대한 과실”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침몰돼 여객선 격실에 있는 남아있는 승객에 대한 구조 작전과 관련해서도 “공기를 선실에 주입하는 시스템인 에어덕트(AIRDUCT)가 천장에 집중돼 있는데 배가 뒤집혀 가라앉았기 때문에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이 에어포켓(선내에 남아있는 공기)에 머리를 내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대서양 침몰 선박 중 3일 동안 에어포켓에 머리를 내밀고 생존한 사례가 있다. 현재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어진 상태로 봤을 때 공기가 있는 곳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에어포켓마다 공기를 다 소진하면 질식하게 되는데 잠수부를 빨리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