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언제 기울었는지 세월호 항해사는 알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지켜본 항해사들, 구조 대응-교신 수칙 ‘엉터리’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어디 가서 배 탄다고 말을 못 하겠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켜본 항해사들의 하소연이다. 이번 사고는 ‘뱃사람’에게 큰 충격을 줬다. 구조 대응 메뉴얼이나 교신 수칙 등 항해 중 지켜야할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진 것뿐 아니라 항해 경험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항선을 타고 있는 J씨는 이번 사고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대기하라’는 선원들의 지시사항이라고 밝혔다. 외항선에서는 일명 ‘퇴선 훈련’이라는 것을 매주 하는데 라이프자켓(구명 조끼)는 원래 배 밖으로 나와서 입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배안으로 물이 들어올 경우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부력으로 몸이 떠오르면서 오히려 배안에 갇혀 꿈쩍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구명조끼 착용 상태로 대기하라는 지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들이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일면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J씨는 “배를 타는 사람한테 구명조끼를 밖에서 입는 것은 기본인데 이를 모르고 있다면 뱃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구조 대응 메뉴얼을 보면 침몰 위기시 배안의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상갑판 등 ‘집결지’를 알려주고 안내하는 것도 기본 수칙에 해당된다는 것이 항해사들의 증언이다. 항만청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침몰사고 유형과 대처 방안을 담은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선원들은 교육을 받고 있는데 세월호의 경우 이 같은 교육이 전무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고에서 대처라고 할 만한 행동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외국에 입항을 하게 되면 소화 장비부터 구난 장비까지 제대로 구비돼 있는지, 정상 작동하는지를 꼼꼼히 점검하고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출항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도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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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복원력 상실이라고 추정되는 침몰 사고 원인도 결국 무사안일 때문에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J씨는 “배의 기름탱크는 좌현, 우현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에만 신나게 때서 균형을 잃을 수 있는 것도 침몰 원인으로 고려해볼 수 있고, 짐을 잘못 실어 한쪽으로 기우니까 발라스트(평행수)로 맞춘 것일 수도 있다. 당초에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처음부터 중심을 맞춰서 짐을 실어야 하는데 이번 침몰 사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늘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냈다.

세월호가 진도 해역을 진입하고 빠져 나갈 때까지 진도VTS와 진입보고 등 교신이 없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J씨는 “‘해무 진도, 해무 진도’ 이런 식으로 배가 싣고 있는 짐과 승객수에 대해 항해 신고를 하게 돼 있고 권역을 빠져 나갈 때는 ‘수고하시라’고 한마디로라도 하게 돼 있다. 외항선의 경우 기름양과 윤활유 재원까지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1등 항해사를 지냈던 C씨(32)는 “항로를 지날 때 보고를 하지 않으면 관제센터에서 불러야 하는 게 원칙인데 이번 사고는 진도VTS가 근무태만을 한 것이 맞다”며 “배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거나 하면 관제센터에서 정보가 뜨기 때문에 물어봐야 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표류를 했는데도 관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는 진도가 아닌 제주관제센터에 12번 채널을 통해 침몰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교신했는데 모든 선박이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하는 16번 채널을 이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12번 채널로 맞췄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번 사고의 진상은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들의 진술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에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씨는 “여객선의 경우 비행기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항해자료기록장치(Voyage Data Recorder·VDR) 설치 강제 규정이 없다. VDR이 있으면 조타실 대화 내용 녹음이 24시간 자동 업데이트 저장돼 있고, 레이더상 항적 기록도 저장돼 있기 때문에 사고 규명이 쉽지만 세월호는 설치가 안 돼 있어 항해사들의 진술에 따라 사고 규명이 달라질 수 있다. 항해사들은 언제부터 5도, 10도 씩 배가 기울고 항해를 했는지 알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함구하면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