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슈퍼맨’ 만들기… 지방선거 ‘구세주’ 되나

[이슈분석] 유병언 체포에 기대 대결 구도 극대화 세월호 원흉 해결사 이미지 구축하나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희대의 도망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정부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그의 검거 여부가 6.4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흉을 잡았다”는 프레임을 형성하면서 정부의 책임론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은 18일째 검경의 대대적인 추적 작전에도 신출귀몰한 도주가 계속되고 있다.

언론은 이미 유 전 회장을 ‘슈퍼맨’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수사당국이 밝혀낸 유 전 회장의 행적은 순천에 머물고 있다는 정도이다.

지난달 29일 유 전 회장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발견했지만 나흘 동안 해당 차량은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주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새벽에는 차로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유씨의 은신처를 놔두고 측근을 체포하려다가 놓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2일 <유병언 검거 언제 하려고 이러나>라는 제목의 시론을 통해 “검찰은 유씨를 쫓고는 있지만 계속 허탕을 쳐 답답함만 키우고 있다”며 “검찰의 유씨 검거 작전은 뒷북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검찰의 정보와 수사 능력에 대한 신뢰가 깨질 위기”라고 혹독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는 “세월호 참사로 유가족과 국민이 겪는 고통을 이들은 언제까지 외면하려고 이러는 건가”라며 “검찰은 더 늦기 전에 유씨를 하루빨리 검거해 법의 존엄한 심판을 받게 하고 그의 도피를 도운 세력도 끝까지 찾아내 엄벌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TV조선은 <귀신 곳할 노릇 유병언 미스터리>라는 리포터에서 “지난달 25일 검찰은 유씨가 순천 별장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받고 들이닥쳤다. 유씨의 것으로 보이는 노인용 옷가지 등이 남아 있어 은신처라고 확신했다”며 “그런데 감식 결과 정작 유씨의 지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소지품은 있는데 객관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 순천을 중심으로 한 수색은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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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전 회장의 수배 전단지

언론보도에 맞춰 유 전 회장의 신속한 검거를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도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에 정부가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먼저 보상해주고 이후에 사고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하루빨리 유병언을 검거해서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물론 은닉 재산을 모두 확보해야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의 주요 피의자인 유병언 일가의 도피행각은 우리나라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조속히 검거돼야 하겠다”며 “유병언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은 각종 의혹과 불법, 그리고 비호세력들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이것들을반드시 밝혀내서 국가와 국민을 우롱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이런 사람들이 발 붙이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 전 회장을 쫓는 공권력의 무능함을 비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공권력을 따돌리는 세월호 참사 원흉의 존재를 극대화하면서 추적자와 도망자의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여러 복합적인 책임 문제가 얽혀 있다. ‘관피아’들의 규제개혁 문제, 과적 등 법 위반 문제, 해경의 대응 등이다. 한 사람의 검거로 세월호 참사 책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다.

도망자와 추적자, 그리고 범법자와 법질서 수호자라는 대결 구도 속에 박 대통령이 신속한 검거를 지시하고 있는 것은 마치 유 전 회장을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정부가 ‘원흉’을 제거한 해결사의 이미지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6. 4 지방선거 직전 그의 검거 소식이 들릴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유 전 회장의 ‘몸값’을 최대한 불리고 난 뒤 최대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점에 그의 검거 소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시나리오도 있다. 지방선거 직전이나 당일 유 전 회장이 체포되면 온통 방송이 그의 소식을 다루면 세월호 심판론 국면을 전환하는 효과가 선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월호 심판론에 맞서 보수층의 결집도가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심판론을 희석시키고 보수층이 적극 투표장에 나온다면 여권이 선거 판세를 엎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 전 회장의 검거는 지방선거 직전 사활을 걸어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반면, 유병언 회장이 잡힌다면 오히려 정권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원파가 유 전 회장을 검거하려고 하는 것은 정부의 실정을 덮기 위한 것이고 종교 탄압이라고 몰고 가고 있는 가운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악연’을 물고 늘어지는 배경도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유 전 회장이 검거되면 5~6공을 거쳐 사업을 성장해온 과정 중에 얽힌 기득권 세력과의 관계가 터지고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언론매체가 유병언 전 회장을 사회적 퍼블릭 에너미(공공의 적)로 만들고 5억원의 사나이 등 재미있는 요소가 가미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라는 싸늘한 민심의 평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유 전 회장의 신원을 다 파악해놓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가설은 살아있지만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거나 당일 잡히는 것은 타이밍이 늦었다.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고 있는 것이 문제로 합동 수사팀이 영웅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