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류, 금니10개, DNA 40일…유병언 ‘사체’ 미스테리

경찰 발표 의문점 해소 안돼…초동수사 문제, 정황증거, DNA 확인 시점 등 관련 의혹 쏟아져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경찰이 순천지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DNA 감정 결과가 40일 만에 나왔다는 점, 시기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쯤과 겹친다는 점, 변사체 발견 시기 유 전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증거가 쏟아진 점 등 수사 당국이 해명해야할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유 전 회장의 사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부터 시작해 여러 가상 음모론이 나오면서 수사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순천경찰서는 22일 오전 9시 브리핑을 통해 지난 6월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부패가 된 변사체 신고를 접수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력 과학수사팀이 현장을 감식했지만 부패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고 광주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전날(21일) 저녁 경찰청으로부터 유병언 전 회장의 DNA와 국과수 감정결과 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유병언 전 회장의 은거 지역을 중심으로 도주로를 차단하고 정밀 수색을 벌였지만 검거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 전 회장의 주요 은거지라고 봤던 순천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유 전 회장이라고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은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유병언 전 회장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 급히 다른 정황 증거들을 부랴부랴 확인한 모습도 보였다.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문 채취의 경우 변사체의 부패 정도가 빨리 진행돼 상태에서 변사체가 발견되고 하루 뒤인 6월 13일 좌측 손가락을 잘라 컵에 담가놓고 일주일 뒤인 18일 1차로 채취를 시도했다. 하지만 융선이 나타나지 않아 실패했고, 6월 22일 다시 열가열법을 통해 지문채취를 다시 시도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유 전 회장의 지문이라고 최종 확인한 것은 DNA 일치 통보를 받은 7월 22일 새벽이었다. 경찰은 오른쪽 두번째 손가락에서 지문을 채취해 유 전 회장의 지문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문 채취 확인 시점과 DNA 채취 확인 시점이 우연치 않게 겹친 셈이다.

DNA 검사는 변사체 발견 후 40일 만에 이뤄졌는데 수사 당국이 일부러 DNA 검사를 미뤄 발표 시점을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시신이 80% 진행된 상태였고 확실한 DNA 검사를 위해 대퇴부 뼈를 절단해 DNA를 감정했다고 밝혔다. 뼈에서 채취한 DNA 검사는 40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혹여 변사체를 유 전 회장으로 강력히 추정하고 있었다면 DNA 검사와 일치 확인이 빨리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만 하다.

변사체 발견 당시 80% 정도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지만 5월말까지 순천 별장 송치재에 머문 것으로 확인된 유 전 회장이 5월말이나 6월 초에 사망했다면 최대 10일 안팎 사이(5월말에서 변사체 발견 시점인 6월 12일)에 어떻게 부패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신 부패에는 계절, 온도, 습도, 질환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40일 정도 DNA 채취가 늦춰질 정도였는지는 다시 한번 검증해야 될 부분이다.

법의학자 박종태 교수(전남대)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변사체 시신에 부패 뿐 아니라 곤충이나 구더기로 인한 사후 손괴가 심하다고 들었다”며 “중요한 것은 부패되고 사후 손괴된게 아니라 DNA가 매칭이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남겼다.

박 교수는 대퇴부 뼈를 통한 DNA 검사가 40일이 걸렸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해 “경찰이 사후 손괴로 인하 부패가 심해 DNA가 안 나오지 않았을까 걱정했을 것”이라며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라고 짐작을 못했고 서두를 일이 아닌 상황에서 신원불상의 시신으로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일반조직은 DNA가 파괴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가벼운 뼈인 갈비뼈의 경우 2주 정도 걸려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대퇴부 같은 두꺼운 뼈는 3~4주 정도 걸릴 수 있다. 유전자 분석이 늦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견된 변사체에서 유 전 회장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황 증거들이 나왔지만 경찰은 유 전 회장을 특정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변사체 특징을 보면 사체에 금니 10개가 발견됐는데 수사 당국이 유 전 회장의 사체라고 염두에 뒀다면 충분히 유 전 회장의 신체적 특징을 조사해 대조해볼 수도 있었다.

현장 발견 유류품에는 유 전 회장의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스쿠알렌 빈 병과 함께 유씨가 작성한 설교집 제목인 ‘꿈 같은 사랑’이라는 글귀가 인쇄된 천가방도 발견됐다. 유류품을 정밀하게 감식했다면 충분히 유 전 회장을 특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에서 ‘꿈 같은 사랑’을 검색하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저자로 돼 있는 책을 판매하는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컷뉴스

유류품에서 신발과 점퍼가 고가였다는 점도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특정할 수 있을만한 정황증거였지만 사체 발견 당시 경찰은 이를 간과했다. 유류품의 특이점을 파악한 것도 DNA 검사 일치 통보를 받은 21일 저녁이었다. 변사체에서 부패로 인한 신원 파악이 어려울 경우 중요한 정황증거는 유류품인데 고가의 의류를 착용했다는 것은 변사체의 특이사항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경찰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겠다면 변사체 발견 장소를 중심으로 CCTV 등 동선을 파악하겠다고 했지만 왜 경찰이 대대적인 대규모 작전을 펴면서 한창 유 전 회장을 쫓고 있을 때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의문점이다. 변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지난 5월말까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송치채 인근 별장으로부터 2~3킬로 밖에 떨어지지 않는 지점이다. 특정 장소에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났다면 해당 장소를 중심으로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검거 작전 당시 경찰은 송치재 주변을 총 55회에 걸쳐 연인원 8천 11명을 투입해 정밀 수색한 바 있다. 또한 송치재 주변 구원파 관련 부동산 등 143곳에 대해서 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수색 목표는 유병언 씨 은신 장소를 찾는 것이 수색의 목표였다”며 “동굴, 폐간, 창고 이런데, 조금 접근하면 구원파 관련 대지 그런데 있는 건조물을 대상으로 했는데 (6월)12일 발견된 장소는 처음부터 용의자 선정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해명했다.

최초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던 박모씨(77)의 진술도 중요하다. 박모씨의 신고 접수를 받은 이후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우형호 서장은 초동수사 실패를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완벽하지 못했다는 건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향후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루머’를 강력히 차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월호 참사 원인에 이어 또다시 입막음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찰은 항후 계획과 관련해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재부검을 할 예정이라면서 밝히면서 동시에 ‘선제적 대응으로 불필요한 의혹 확산 차단’ 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여론은 세월호 참사 100일에 맞춰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나온 배경을 강력히 의심하고 있다.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유 전 회장의 사체 소식에 음모론적 시각을 거두지 못하면서 수사 당국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사체라는 발표를 최종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믿을 수 없고, 타살 혐의 역시 면밀해 조사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유 전 회장의 검거를 강력히 반대했는데 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는 의혹도 나온다. 구원파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구원파는 사체 주변에 빈 술병이 나온 것에 대해 유 전 회장은 전혀 입에 술을 대지 않는다며 유 전 회장의 사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유족들은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특별법 제정 여론 확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유 전 회장의 사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 역시 유 전 회장의 사망에 초점을 맞춰 흘러가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유 전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공소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재산 처리와 같은 법적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