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문건 공개직후 유대균 검거 “놀라운 미스터리”

시신 확정→유대균 소재의심→체포? “부자연스러워…갑자기 일사천리” “의심점 확인하다 검거한 것”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국정원이 세월호 증축 등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이 공개된 직후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를 체포했다고 밝혀 유씨의 검거시점 자체가 의문을 낳고 있다. 당시는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유병언씨가 맞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당일이다. 때문에 유씨 사망 발표 직후 정체된 사건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유씨를 체포했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25일 오후 7시였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유씨와 유씨 도피를 도운 박아무개씨를 검거했다고 경찰청 또는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을 통해 밝혔다. 여러 언론에 1보가 보도된 시점은 오후 7시15~21분 사이였다(조선일보 7시15분). 검찰과 경찰이 유씨를 검거한 시점인 오후 7시에서 불과 10여 분 사이에 언론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 시점은 국정원이 세월호 증개축 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기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에 의해 공개된 직후였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25일 오후 5시경부터 언론에 이를 공표했으며, 이에 대한 뉴스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 유대균 검거 소식이 나온 것이다. 또한 지난 21일 밤 유병언 추정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만인 25일 오전은 국과수에서 유병언의 시신이 맞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유병언의 시신이 맞다면, 더 이상 도피할 동력을 잃은 유대균씨가 ‘자수’하는 방식으로 잡혔다고 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것이 확정됐다는데 아들이 계속 도피하다 검거됐다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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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대균씨와 박아무개씨가 검거되는 CCTV 영상중 일부. 인천경찰청이 제공한 것.

ⓒ연합뉴스

박 의원은 “더구나 변사체가 유병언이라는 확정을 지은지 며칠 사이에 일사천리로 유대균의 은신처를 확보해 검거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그 이전엔 잡지 못했느냐”면서 “유병언 시신의 의혹만큼이나 자연스럽지 않은 사건”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렇게 수차례나 닦달했을 때는 왜 못잡았는지, 왜 갑자기 유병언의 죽음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은신처를 확보한 뒤 검거했는지, 유병언의 사망을 확인하기 전에는 왜 몰랐는지, 왜 하필 그 직후에 확인했는지 이 모든 과정은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미스터리”라고 강조했다.

구원파 내부에서도 이 같은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원파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렇게 딱딱 맞춘 것인지 놀랍다”며 “유대균씨 소재의 경우 경찰이 사전에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딱 맞춰서 검거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전부터 유대균씨 행방을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는 소문은 무성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이상한 사건이며, 자연스럽지 않은 수사”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증축부터 국정원이 처음부터 개입됐으며, 침몰당시 (선원들이) 맨 먼저 전화해준 곳도 국정원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바로 그날 수사팀이 잡았다고 하면 국민들이 믿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의심을 갖고 수사하던 중 주소지와 전기요금 청구서가 안맞아 의심이 커져 그날 검거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동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월호 사건과 국정원 문건이 관련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며 “그렇게 시점을 따지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연관시키면 다 이상하게 된다. 우리는 유병언과 유대균을 잡고자 앞만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양 대장은 사전에 소재파악이 됐는지에 대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소재에 대해) 확인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며 “확인해보니 의심점이 있어서 (그날)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장은 “그동안 쌓아둔 자료가 방대해 주변인물과 가족까지 넓혀서 수사를 하다보니 주소지는 안성인데, 요금청구지는 용인으로 나오는 인물의 소재지를 자세히 확인해보니 의심점이 더 많아 현장에 인원을 증원하고 검거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에 어느 정도 소재를 파악해놓고 검거시점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양 대장은 “우리에겐 조율할 시간도 없었다”며 “오전 10시부터 계속 인원을 증원하고 지원받는 등 일련의 과정이 급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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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이 촬영한 유병언 추정 시신발견 장소.

경찰이 유씨와 함께 현장에서 붙잡힌 박아무개씨의 신원과 얼굴, 실명을 모두 언론에 공개해 사실상 유대균 검거보다는 박씨에 대한 호기심을 낳는 뉴스가 방송과 지면을 뒤덮은 것도 의혹을 낳고 있다.

구원파 관계자는 “이것으로 사건을 덮어버렸다”며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국정원의 연루 의혹 등 사건의 진상규명이 핵심인데, 언론이 참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이번에도 새삼 느낀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도 “언론이 그렇게 선정적으로 본질에 관계없는 흥미본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인격을 파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형사상 그렇게까지 죄를 받아야할 인물인지에 대한 판단없이 젊은 여성을 민낯으로 까발리는 것이야 말로 법치주의,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언론의 행태 뿐 아니라 정부나 검찰 경찰의 태도 역시 오십보 백보”라고 질타했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취재협조도 어느 정도 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동재 광역수사대장은 “그 전부터 박아무개씨는 공개수배한 인물로 얼굴도 이미 공개돼 있으므로 우리가 언론에 가리라 말라,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못된다”며 “일차적으로 공개수배된 인물이라는 것일 뿐이고, 우리가 사생활을 노출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양 대장은 다만 “언론이 궁금해하는 팩트만 알려준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사람 데리고 조사한 것도 아니고, 검거한 뒤 검찰로 인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씨 검거 직전 국과수가 시신으로 판명한 유병언의 시신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직접 전남 순천의 시신 발견 현장을 다녀온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신이 유병언의 시신이라는 국과수 발표는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동네 마을 주민이나 심지어 최초 신고자 박원석씨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특히 현장 보존이라는 기본도 무시한 채 풀을 베어 버린 것만으로도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이 촬영한 유병언 추정 시신발견 장소 부근에 있는 개 두마리.

박 의원은 “시신 발견 현장에서 20여 미터 지점 밖에 안되는 곳에 있는 민가에 개 두 마리가 있었는데도 개들이 시체가 있는지를 모르고, 그 민가에 있는 주민이 (매실밭) 옆에 고추밭과 수박밭이 있어 매일 출입했을 때도 고추밭으로부터 불과 3~4미터 거리에 사체가 있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며 “여름에 시신이 부패됐다면 그 냄새가 나야하지만 개도 안짖고, 까마귀 등 동물도 안모이니 의문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112 신고 대장과 면사무소 업무일지, DNA 수사결과는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잘못된 수사로 신뢰를 얻지 못했으니 수뇌부를 교체해서라도 신뢰를 회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도 “어떻게 유병언의 시신이라는 것이 딱 유병언이라고 확인할 수 있을 만큼만 부패하고, 사인은 딱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부패했는지 참으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몸통을 덮기 위한 수사과정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양동재 인천 광역수사대장은 “수사를 두달 가까이 해와 자료가 축적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던 단계여서 그런 것”이라며 “유대균과 유병언을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일 뿐, 위에서 압력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