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사찰 의혹 “이장, 주민, 옆 동네까지 캐물었다”

정읍시 사찰 의혹으로 시끌벅쩍 농민회도 경위 파악 중…국정원 또다시 논란 속으로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국가정보원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정치개입 논란으로 홍역을 치루면서 국정원 정보관(IO)의 기관 출입 제한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놨던 국정원이 이번엔 세월호 참사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영오씨를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폭로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사실로 확인됐다. 김씨의 주치의인 서울동부병원 이보라 의사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김모 병원장을 찾아와 캐물었다는 것이다.

김모 병원장은 병원을 찾아온 국정원 직원을 기관장 회의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말했고, 지난 21일 오후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힌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는 특별법 제정을 놓고 첨예하게 여야가 다투고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김영오씨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상징과 같은 인물이고 40일 넘게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단식 농성의 위험성과 별개로 김씨가 단식을 계속하든 중단하든 그의 존재는 특별법 제정의 변수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 직원이 김씨의 주치의에 대해 캐묻고 세월호와 정부 대응,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찰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 측은 병원으로 직원이 찾아간 것과 관련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소한 국정원 직원이 왜 김모 병원장을 개별적으로 방문했는지부터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벌써부터 국정원이 이보라 의사의 신상정보를 활용해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의 과거 이혼 경력과 뒷조사에 버금가는 양육에 대한 비방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세월호 희생자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정치 공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국정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참사 당일 세월호 사고 내용을 어떻게 전달받았고, 대응했는지 속시원하게 밝힌 게 없다. 국가최고정보기관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미숙한 대응을 벌였거나 미심쩍은 행위가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국정원은 세월호 내부 문건을 통해 세월호의 실소유주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김씨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방문하고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여당도 김씨의 목숨만은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세월호 가족들과 면담을 했다. 목숨을 걸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김영오씨는 국정원 입장에서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일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위험부담’을 무릎쓰고 직접 뒷조사에 나섰다는 것을 거론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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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 치료 모습. 사진=박준수 제공

김씨의 출생지 고향에서도 뒷조사 의혹으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김씨의 출생지인 정읍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통해 김씨의 가족사항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정읍시 농민회도 관련 소문이 확산되면서 의혹을 접수해 경위를 파악 중이다.

농민회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근 김씨의 출생지인 ○○면 ○○리 동네주민들과 마을이장, 마을이장의 배우자, 그리고 우리 농민회 회원인 옆동네 주민까지 김씨를 알만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김씨와 알고 지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굉장히 많이 파악했다고 들었다”면서 “동네 행정 쪽에서 전화가 와서 문의를 했다고 하는데 왜 굳이 이런 시기에 김씨가 떠난 고향 주변 사람들에게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원 측에서 지시한 게 아니냐는 그런 말도 계속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증언대로라면 단순히 행정기관에서 김씨의 가족관계를 물은 게 아니라 김씨를 알고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김씨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읍시 행정지원관 측은 “우리도 관련 뉴스를 보고 알아봤는데 시에서 지시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면사무소에서 김영오씨의 출생지와 관련해 실제 이쪽 마을 출신인지 알아봤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애초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김씨의 가족사항 등을 물어봤다는 증언도 바뀌고 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25일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이장에게 전화해 “김영오씨가 마을에 사는지 안 사는지, 가족이 누가 있는지, 출생지로 돼 있는데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는데 하루 뒤 면사무소 관계자는 “뉴스에 김씨 얘기가 나오길래 제가 직접 궁금해서 알아본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정읍시 현장에 파견해 김씨의 가족사항 등을 물었던 경위를 조사하기로 한 것도 뒷조사 의혹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측은 이보라 의사의 병원장을 찾아간 것에 대해서는 “그런 직원이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고, 정읍시 출생지 조사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