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구원파, 기자들 ‘막무가내 취재’ 논란

조선일보 기자, 구원파 신도 집 갔다 ‘무단침입’으로 신고 당해…과열된 취재경쟁

이재진·조윤호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언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책임 문제를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로 확산시키면서 과열된 취재경쟁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700여명은 28일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침몰의 책임은 물론 선장을 구원파로 몰아 구원파를 사고를 초래한 범인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묻지마 보도’가 오보를 넘어 엉터리 가상소설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오보로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청해진해운 직원 상당수가 구원파라는 보도다. 구원파 신도들은 이준석 선장은 구원파 신도가 아니며 청해진해운 직원 중 구원파 신도는 10%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구원파 교리 중 한번 구원받으면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없으며, 이것이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기들만 먼저 탈출한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식의 보도 역시 오보로 지목했다. 구원파 신도들은 “구원받은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교리는 어느 기독교에도 없다. 교리를 살펴보지 않은 일방적 보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많은 언론이 유병언 전 회장과 구원파에 대해 집중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과열된 취재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자금이나 비리를 추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와 무관한 구원파 신도들의 집이나 가게까지 찾아가 무리한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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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여의도 KBS 앞에서 언론의 구원파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 도개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무단침입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날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무단침입을 했다는 사람은 조선일보 기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집에 머물고 있던 이모(24, 여성)씨는 ‘수상한 사람’이 10미터 정도 떨어진 별채에서 치매로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도둑으로 생각해 현관문을 잠궜다. 하지만 ‘수상한 사람’은 이씨가 머물고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흔들더니 급기야 베란다 창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두려움에 이씨는 소리를 지르고 현관문을 통해 뛰쳐나간 뒤 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 결과 ‘수상한 사람’은 조선일보 기자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기자가 이씨의 집을 찾은 것은 이씨의 아버지인 금수원의 영농조합대표 이모(55)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인근 주민들은 ‘조합 대표 이모씨가 유씨가 주도하는 구원파의 높은 간부’라고 했다”며 이씨가 대표로 있는 영농조합이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은닉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모 조선일보 기자는 “얌전하게 이씨의 퇴근시간에 맞춰 올 수도 있었지만 너무 나이브하다고 생각했다. 민간인 입장에서는 집에 들어가 기다리는 것이 과격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으로 국가적 관심 대상이고 이씨가 구원파의 핵심간부라고 해서 할머니의 허락을 받고 집에서 기다리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여성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여성이 놀란 부분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사과드리지만 구원파도 여론전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모 씨는 “우리 가족이 무슨 죄인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기네들 취재 목적을 위해 인권까지 무시하며 범법행위를 한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씨는 자신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 최모 기자를 고발했다. 이씨는 사건 당일 새벽 병원에서 진정제를 맞아야 할 정도로 불안한 심리 상태에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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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앞에서 열린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집회를 한 방송사 카메라기자가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일부 기자들은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 서울교회 근처, 구원파가 세운 신협이 운영하는 식당에도 여러 차례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의 한 직원은 “지난 27일 어떤 기자가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식당에 들어와 녹음기가 달린 마이크를 내밀고 ‘조합원이냐, 신도냐’라고 물어보고,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며 “그래서 한 손님이 ‘조합원이든 교회 사람이든 그냥 돈 내면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다른 기자가 불쑥 식당에 들어와 안쪽 방에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가기도 했다. 기자들이나 언론사 차량들이 근처에 죽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자들이 몰려오고 난 뒤부터 신협 사람들이 와서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오전 근무만 하라고 했다. 월급을 줄이겠다는 말 같은 건 없었지만 경영에도 피해가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