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조선일보→새누리당” 세월호 뒤흔들고 있다

전방위적인 신상털기 정황 속속…“진상규명 때는 더 심해질 것”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국정원과 일부 언론이 세월호 관련 인물에 대해 전방위적인 신상털기를 한 정황이 나오면서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뒷조사 의혹의 불씨를 당긴 것은 국가정보원이었다. 지난달 21일 국정원 직원이 서울동부시립병원 김경일 원장을 찾아가 김씨의 주치의인 서울동부시립병원 이보라 의사에 대해 물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실제 국정원 직원은 동대문 지역을 담당한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이보라 의사의 정당활동 경력을 문제 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세월호 특별법 변수였던 김영오씨 이혼 경력 등에 대해 비방이 제기되고,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의사의 국정원 사찰 의혹이 나오고 난 뒤 이씨의 정당 활동이 명시된 언론보도까지 누군가 계획을 짠 것처럼 진행됐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보라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동부병원으로 김씨를 이송한 것을 두고도 “이 과장의 정치색이 세월호 집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단체들과 맞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으로 평소 진료활동을 해왔고 세월호 참사를 보고 농성장을 찾아 김씨의 주치의가 됐던 이보라 의사 입장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김씨의 건강을 살핀 ‘나쁜 의사’가 돼버렸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당일인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이 이보라 의사의 신상정보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동부병원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일하고 무슨 직함을 가지고 있었는지 현황, 계약직이지만 공무원신분으로 당원 및 당대의원 신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공무원법 위반이 아닌지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이 김경일 병원장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자료를 요구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병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찾아왔던 사실과 면담 내용을 이보라 의사에게 알리면서 사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보라 의사의 정당활동을 문제 삼은 기사에서 김경일 원장에 대해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라고 지목했는데 김경일 병원장에 대한 자료 요구 역시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인지하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정황을 보면 세월호 관련 인사들의 전방위적인 뒷조사가 ‘국정원-보수언론-새누리당’으로 연결되는 커넥션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김영오씨에 대한 뒷조사 역시 새누리당이 개입된 정황이 있다. 유민이의 외삼촌이라고 알려진 윤모씨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김영오씨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고, 관련 내용이 기사화를 통해 비난 여론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목되기도 했다. 하 의원 측은 댓글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고 윤씨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접촉하려고 한 사실을 알렸고 관련 내용이 기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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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와대는 응답하라,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세월호국민대책회의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세월호 관련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변질시키려는 모습도 보인다.
하태경 의원은 세월호 가족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아 “아직 세월호 사고의 원인에 대한 수사당국의 최종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은 범죄피의자’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이를 온라인상에 확산시키는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법조인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무책임한 행위이자 정치적 공세에 다름 아니다”며 변호사 자격 박탈을 주장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세월호 유족을 향한 도를 넘은 비방 게시물을 수집해 고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철승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을 향한 요구가 가망성이 없고 김씨의 건강을 걱정해 단식을 중단하라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며 “하태경 의원이 특정 변호사를 거론하며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그렇게까지 할 만한 사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새누리당의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면서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 요구 여론을 잠재우고 싶은 건지 초조하게 해서 항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상털기)이런 것들이 도대체 할 성격인지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대통령이 앞장서 위기를 타개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정부와 여당에 역할을 요청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풀 의지가 없고,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들어갈 때 오히려 방해할 우려까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