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문건, 국정원이 유출했나”

청와대·새누리당 등에 보고하고 감시하면서 특조위 활동 방해… 1주기 다가오는데 정부는 묵묵부답

장슬기 기자 | wit@mediatoday.co.kr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내부자료의 청와대·정부여당 등에 보고한 사실에 대한 입장과 참사 1주기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특조위의 내부문건을 공무원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해양수산부), 경찰(방배경찰서)에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은 “지난 20일 특조위 내부 자료가 부당하게 유출됐다”며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된 특조위 실무지원단 공무원이 ‘세월호 특조위 임시지원단 업무 추진상황’ 자료를 직접 만들어 보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지난주 일주일 활동내용이 시간별, 날짜별로 정리돼 있고, 이번 주와 다음 주 계획까지 기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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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내부문건이 담당 공무원에 의해 청와대, 여당, 해양수산부, 방배경찰서에 유출됐다. 사진=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이번 내부문건 유출 사건은 지난 1월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당시)가 특조위 사무처가너무 비대하다며 ‘세금도둑’이라는 막말을 쏟아낸 사건과 연관된다. 당시 특조위 설립준비단의 파견공무원이 짜깁기 된 문건을 김재원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달했고, 이 문건을 언론에 배포해 비판을 받았다.

이석태 위원장은 “특조위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특조위의 출범을 늦추고 조직과 예산을 축소해 활동을 방해하는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800만 시민들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 4조는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며 위원회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대책회의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은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조위 내부문건이 청와대·정부·여당 뿐 아니라 방배경찰서에도 흘러갔는데 과연 방배경찰서인지, 국정원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있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책임을 지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 독립성을 훼손하면서 사사건건 개입한 증거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특조위 실무지원단 공무원이 주간업무보고를 첨부해보낸 메일에 따르면 ‘방배경찰서’가 받는사람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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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내부자료의 청와대·정부여당 등에 보고한 사실에 대한 입장과 참사 1주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대책회의 이태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행사들이 선거 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차일피일 미루고 (유가족들의) 순수한 뜻(세월호 인양, 진상규명·책임자처벌)을 훼손하려고 한다”며 “천암함이 침몰됐을 때는 즉각 인양하고 예산을 들여 국민들을 상대로 (안보)교육까지 하면서 세월호 특조위 구성조차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4·16가족협의회와 대책회의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되는 올해 1월 1일에 맞춰 특조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조위는 지난달 17일 직제와 시행령(안) 등을 정부에 보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황은 없지만 정부가 답변을 내놓지 않는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정부에서 독자적으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특조위 조직과 예산을 축소한다면 국민 여론에 호소하며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조위는 시행령(안)에서 입법 취지 및 특별법에 규정된 업무내용등을 고려해 직원 120명(민간 70명, 공무원 50명) 배치, 예산 192억원을 책정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24일은 세월호 참사 343일째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정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에 대한 검토를 마쳐놓고도 인양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고의적인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인양이 더 미뤄지면 4·16 2주기가 끝나고 특조위 진상조사가 후반부에 이르러도 인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청와대와 정부는 특조위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4·16가족협의회와 대책회의는 4·16 1주기 계획도 발표했다. 오는 30일부터 4월 16일까지 세월호 인양과 특조위 출범 촉구를 위해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416시간 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4월 4일부터 5일까지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범국민도보 행진도 계획 중이다. 4월 11일부터 19일까지는 범국민집중추모주간으로 정하고 4·16 1주기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화문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참사 1주기인 4월 16일에는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과 전국 각지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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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현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는 안산단원고등학교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안산단원고등학교 교사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씨 등 9명이다. 사진=장슬기 기자

현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는 안산단원고등학교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안산단원고등학교 교사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씨 등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