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400억’, 유가족 절규 뭉갠 숫자의 마술

[비평] 세금 지원 없고 교통사고 수준 넘지 않아… 정부 책임 규명 없이 물타기 의혹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세월호 침몰사고 1주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는 대신 배‧보상액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보수 언론은 금액을 머리기사 제목에서 부각해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일 1면 <‘세월호 배‧보상’ 학생 1인당 8억2000만원>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에게 1인당 평균 8억2000만원, 교사 11명에게 평균 11억4000만원이 지급된다”며 “사고를 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정부가 지급하는 배상금, 국민성금으로 지급하는 위로금, 보험사가 지급하는 여행자 보험금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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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일자 3면.

조선은 이어 3면 전체를 ‘세월호 피해 보상’ 기사로 메웠다. <세월호 賠‧補償 1400억… 유족 치료비 등 500억은 별도>, <청해진 財産 3300억 중 담보대출이 2000억 경매서 제값 다 받아도 1300억 밖에 안돼>, <성금 1288억원… 과거 사고 땐 60~70%를 위로금으로 지급> 등이다.

스트레이트 기사 배치를 통해 독자에게 의도적으로 특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인데, 성금과 청해진 재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배‧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신문은 “확정된 배상금은 단원고 학생이 4억2000만원 안팎, 교사가 평균 7억6000만원, 일반인이 1억5000만원에서 6억원가량으로 결정됐다”며 “과거 대형사고 희생자에 대한 배상금보다 금액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1면과 3면을 통해 숫자를 강조했다. 3면 제목은 <단원고 학생, 배상금 4억2000만+위로금 3억+보험금 1억>이다. 중앙은 “지금 이 시점에 보상금 얘기를 꺼내는 게 맞지 않다. 일단 배를 인양하고 진상규명을 한 뒤에 보상을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유가족의 입장을 전했으나, 인양에 대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수 있다”며 정부 관계자 멘트를 통해 우려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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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일자 3면.

방송은 어땠을까. 지난 1일 지상파 방송들도 배상 규모를 앞다퉈 내보냈다. KBS가 반발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담긴 했지만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정부의 배·보상액 확정액을 중심으로 뉴스를 구성했다.

KBS ‘뉴스9’은 <세월호 배상‧보상 확정…학생8억여 원>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단원고 학생이 받게될 1인당 전체 수령액은 8억여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며 “배상금 4억2천여만원에 국민성금 등으로 지급하는 위로지원금 3억 원과 여행자 보험금 1억 원을 합친 액수”라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도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에 대해 단원고 학생의 경우 평균 4억2천만원, 교사는 7억6천만원, 이외의 실종자나 희생자는 1억5천만원에서 6억원 사이를 배상하기로 했다”며 “배상금에는 각각 위자료 1억원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국민성금 1천288억 원과 여행자보험금이 추가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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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SBS 1일자 보도.

SBS ‘8뉴스’는 리포트 <‘세월호 희생’ 학생에 8억2천만 원 지급>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고, 뉴스 말미에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위자료를 교통사고와 같은 수준인 1억 원으로 정한 것과 학생들의 미래 수익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계산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배·보상액 확정이 지닌 의미와 문제점을 짚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반면, 경향신문은 진상조사와 인양 대신 배상금부터 발표하는 행태를 지적하면서 여론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진상조사 요구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향은 2일자 1면 제목을 <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라고 뽑으며 “정부가 세월호 도입과 운항‧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재정에서 나가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월호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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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일자 1면.

경향은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은 한 푼도 없는데다 보상액도 여타 교통사고 수준을 넘지 않는다”며 “정부가 희생자에 대한 보상안을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경향은 “단원고 학생 피해자 1인당 지급되는 8억2000만원은 배상금, 위로지원금, 여행자보험을 모두 합한 액수”라며 “순수 배상금은 4억2000만원인데 일실수익(월소득에 장래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이 3억원이다. 통상적인 교통사고와 사업재해 관련 손해사정 계산으로 구한 액수라 특혜를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JTBC 뉴스룸은 1일 기자 멘트를 통해 “배상은 정부의 고의와 과실의 범위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데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냈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가의 잘못이 정확하게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배상은 피해자 중심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정부가) 배상이나 보상의 기준을 정하고 통보한 것”이라는 박주민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