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보낸 우리, 엄마·아빠 삭발까지 보게됐다”

세월호 참사 형제자매들 첫 공식행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 요구”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우리는 결국 아빠엄마의 삭발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잔인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사 이후 1년 동안 그 모든 상황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러웠던 형제자매는 우리를 4월 16일 이후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도록 외면하는 정부를 보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제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섭니다.”

세월호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이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식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형제자매 73명은 5일 오전 광명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시행령 폐지 △언론의 진실보도 △안전사회 건설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 등 총 네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이들은 지난달 27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정부 시행령안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파견 공무원 42명 중 9명이 해양수산부, 8명이 해경”이라며 “우리의 형제자매를 구하지 못했고 실종자 가족의 외침을 외면하는 해경와 해수부는 오히려 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임에도, 조사를 총괄하는 주체가 되는 일을 우리는 절대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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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진도 팽목항에서 단체 삭발을 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이어 이들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수많은 악플을 만들어냈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가족들의 몫이었다”며 “우리는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에 더 접근하기 좋은 환경에 있었고 그래서 좋지 않은 여론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보도로 우리는 세금도둑이 되기도 하고 빨갱이가 되기도 하고 선동꾼이 되기도 했다”며 진성성 있는 언론 보도를 요구했다.

이들은 1년만에 공식 행보를 보이게 된 것에 대해 “수많은 악플과 유언비어, 비난에도 우리는 조용히 있었다. 거리로 나서는 형제자매의 모습이 다시 아빠엄마의 걱정이 될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죽이지 않을 것이며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엄마아빠의 동료가 돼 진실에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형제자매를 잃은 우리는, 부모님마저 잃게 될까 항상 두렵고 무섭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4월 16일 이후 다른 한국 사회로 변화하기를 기대했고 형제자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랐으나 우리의 이런 노력과 아픔을 비웃기라도 하듯 3월 28일 시행령이 입법 예고됐다”며 “4월 16일 이후 17년을 함께 한 내 단짝 친구는 1년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그 이유가 궁금하고 철저한 규명으로 진상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형제자매들을 대표해 발언한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 학생 언니 서현(23)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형제자매들이 모임을 가져왔는데 그 자리에서 이제는 나서자고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성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부모들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