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세월호 탈출 교사를 ‘의상자’로 묘사”

10일 세월호 유가족 항의에 ‘생존 교사’ 리포트 삭제…TV조선 기자는 유가족에게 사과

정철운·이하늬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부터 학생들을 놔두고 탈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교사를 TV조선이 ‘의상자’로 묘사했다가 해당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들은 10일 단원고를 찾아 TV조선 보도경위를 물으며 항의했으며 기사를 쓴 TV조선 기자는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TV조선은 6월 9일 오후 <뉴스4>에서 ‘말 못할 고통…단원고 생존 교사들’ 리포트를 내보냈다. 해당 리포트는 “배가 기울던 긴박한 순간, 단원고 2학년 10반 이애련 선생님은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달려갔습니다. 닫힌 선실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갑판으로 떨어졌고 이때 구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선생님은 골반이 골절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생존 교사들은 부상보다 사고 당시의 충격과 제자들과 동료 교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 속에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제자들을 구하려다 골반이 골절된 의상자(다른 사람에게 처한 급박한 위해를 구하려다 다친 사람)로 이애련 선생님(52, 수학)을 묘사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확인한 결과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117196_131039_509

▲ 6월 9일자 TV조선 ‘말 못할 고통…단원고 생존 교사들’ 리포트 온라인 화면 갈무리. 현재 해당 리포트는 삭제된 상태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애련 선생님은 골반이 골절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유가족들 가운데는 이애련 선생님을 두고 ‘제자를 놔두고 제일 먼저 배에서 빠져나왔다’며 원망하는 이도 있다. 이 때문에 2학년 10반 사망학생 부모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TV조선 보도 이후 안산 단원고로 찾아가 보도경위를 물으며 항의했다. 이들은 기사를 쓴 TV조선 기자와 대화를 요구했다.

결국 TV조선 이 아무개 기자와 배 아무개 기자가 단원고를 찾아갔다. 10일 밤 단원고·유가족·TV조선·경기도교육청의 4자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 과정에서 TV조선 기자는 유가족에게 오보를 두고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TV조선 보도에 항의하며 단원고를 찾았던 세월호 유가족 40여명은 11일 새벽 4시 이후 안산 분향소로 이동했다.

단원고 2학년 10반 학부모 A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단 (TV조선 기자가) 사과는 했다. 가족들은 공개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법적대응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TV조선은 너무 뻔뻔했다. 기자들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데 거기(조선일보 및 TV조선) 높은 사람들한테 전화하면 아무 말도 안 하고 무시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TV조선 이 아무개 기자는 ‘어떻게 취재했느냐’는 질문에 조선일보 5월 22일자 사설과 5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썼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22일자 사설 <꼭 기억해야 할 단원고 선생님들의 마지막 순간>에선 이애련 교사가 ‘훌륭한 선생님’으로 묘사된다.

5월 21일자 기획면 ‘살신성인 교사들’ 기사는 “이애련 교사는 사고 당시 4층에서 아이들을 구하고 있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여학생들은 ‘이애련 선생님이 아이들하고 객실에 있다가 안 열리는 문을 여는 순간 밖으로 떨어져 갑판을 통해 구조됐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해당 기사를 쓴 엄 아무개 기자 또한 단원고로 내려와 취재원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TV조선 측은 해당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117196_131040_4917

▲ TV조선 이 아무개 기자가 참고했다는 조선일보 5월 21일자 11면 기사.

단원고 2학년 10반 학부모 B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4반과 10반 선생님은 다치지 않았다. 확실히 둘 다 오보다. 그런데 왜 의상자가 되서 인터넷에 떠다니나”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B씨는 “10반 선생님이나 4반 선생님은 우리가 그렇게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줬다. 우리는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진실이 알고 싶다”고 말한 뒤 “TV조선 보도를 보고 생존교사 인터뷰를 했다거나 근거가 있는 줄 알고 기자를 불렀다. 근거를 보여 달라고 하니 복사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여주더라.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기자라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자기들 멋대로 여기저기 베껴서 쓰는 게 무슨 기자냐. 진짜 기자는 발로 뛰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지. 게다가 TV조선과 조선일보는 같은 회사 아니냐. 자기네 회사 이전 글을, 그것도 검증되지 않은 글을 베껴 썼다는 건 기자도 아니고 언론사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TV조선 측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정정보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사과를 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문제가 된 TV조선의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