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요구에는 ‘배상금 8억2000만원’ 세월호 인양에는 ‘2000억 국민세금’ 강조

[비평] 재·보선 앞두고 여론 물타기하는 정부, 보수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

  pierce@mediatoday.co.kr   정철운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4월 1일, 정부와 보수언론이 내놓은 이슈는 희생자 304명에 대한 배상금이었다. 4월 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제목은 <‘세월호 배·보상’ 학생 1인당 8억2000만원>이었다. 같은 날 경향신문 1면 기사제목 <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와 비교하면 보수언론이 ‘8억2000만원’을 강조한 배경을 알 수 있다. 조선과 동아의 경우 천안함 사건 희생자 보상금보다 세월호 희생자가 보상금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당장 세월호 가족과 돈 문제를 연계시켜 진상규명이란 사안의 본질을 희석하고 시민의 시선을 지엽 말단으로 돌리려는 시도이자, 유족을 고립시키려는 타자화 전략(경향신문 4월 3일자 사설)이란 비판이 나왔다. JTBC <뉴스룸>은 1일 “배상은 정부의 고의와 과실의 범위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데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4월 2일,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배상 및 보상 문제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삭발에 나섰다. 3일자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이 같은 세월호 유가족의 삭발식 현장을 1면에 담았으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 1면에는 삭발식과 관련한 기사가 없었다.

심지어 주요 신문방송에선 배·보상금 출처의 상당수가 세금이 아니라는 지적도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JTBC의 경우 3일 보도에서 “배상금 지급은 먼저 정부 예산으로 진행되지만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된 뒤 정부는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대략 500억~1000억 원 선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실제 세금으로 지급되는 배상금은 400억~900억 원”이라고 예측했다. 한겨레가 3일 “굳이 이 시점을 택해 국가가 거액을 지원하는 양 발표했으니 그 저의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배경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행진하는 참여연대 회원들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면서 울분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배상금 액수를 들먹이면서 유족들을 모욕하면서 동시에 유족들이 반대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1주기를 10일 앞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JTBC <뉴스룸>은 6일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서 일각에선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을 놓고 유가족이 삭발 농성에 들어가는 등 크게 반발하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반면 KBS는 6일 <뉴스9>에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로 세월호 인양을 둘러싼 각종 소모적인 논란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박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기존 정부의 입장보다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이 1주기를 맞아 국민화합차원에서 유가족을 배려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에 대한 ‘존중’보다는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인양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2%가 세월호 인양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관련 정부 대응에도 국민의 66%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 상황에서 보수신문의 대응은 빨랐다. 7일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은 세월호 인양에 최대 2000억 원이 국민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인양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인양한다고 해서 실종자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인양에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며 “세월호 수습에는 총 6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돈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같은 날 사설에서 “인양 과정에서 시신 훼손과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인양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인양 입장을 밝히고,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론조사를 통해 인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언론이 인양 여론의 악화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요 언론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는 식의 태도 같다. 진상규명을 정치적 이해로 치부하고 빨리 참사 수습국면에 들어가길 바라는 입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