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상 시나리오 속에 ‘악마’가 있다

[토론회] 세월호 1년 “권력 가진 이들은 처벌 안 받고 실무자들만 처벌”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9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연속토론회에서 “국회 국정조사, 검찰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심판원 조사 등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직도 왜 세월호 사고가 참사로 바뀌었는지 왜 국가는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여전히 제기하는 의혹은 뭘까.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적된 화물과 급격한 변침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는 최대 화물 적재량인 1077톤의 2배 정도의 화물을 과적했다. 대신 배의 안전과 직결되는 평형수, 청수(식수 등), 기름 등을 기준보다 적게 실었다. 평형수는 배가 흔들리는 경우 오뚝이의 추와 같이 배 가장 밑바닥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평형수를 뺀 것이다. 평형수는 선원들 사이에서 ‘생명수’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선장은 선실을 이탈해 침실로 가버렸다. 항해는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맡겼다. 조타수는 선박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키의 조작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당시 조타수는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원하는 대로 변침이 되지 않자 당황해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 대각도로 돌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자 선수는 급속히 좌현쪽으로 기울었다. 과적된 화물 역시 급격하게 쏠렸고 세월호는 더욱 더 좌현 측으로 기울게 됐다.

 

122623_145736_030

▲ 세월호 침몰 구조현장 모습

1. 검찰 수사의 한계, 가상의 시나리오

여기까지가 검찰의 수사결과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추정’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박주민 변협 세월호특별위원회 변호사는 “검찰이 발표한 원인은 가상 시나리오다. 합리적일 수는 있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선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결론을 도출했다. 조영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도 “특히 최근 세월호 선원에 대한 재판에서는 외부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인양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세월호 관련 재판들을 기록한 <세월호를 기록하다>의 저자 오준호 작가는 “침몰 원인이 조타과실이라면 이 조타과실이 어떤 구동원리를 통해 침몰로 이어졌는지 봐야한다”며 “공간 자체를 눈으로 보고 검증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작가는 이어 “가령 64개의 CCTV가 확인됐다는데 선체에 더 많은 CCTV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인을 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2. 왜 단순 실무자들만 처벌하나

검찰 수사에 따르면 세월호는 안전규제를 전혀 지키지 않고 운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해진해운이나 선원들의 개인적인 불법비리로 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가족들은 좀 더 큰 문제를 지적한다. 무엇이 청해진해운과 선원들에게 안전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주었는지를 봐야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세월호는 241회 왕복 운항하는 동안 139회나 과적운행을 했는데 이를 단순히 실무자들만의 탓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된 의문은 더 이어진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노후선박 사용연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세월호는 운항될 수 없는 배였다. 또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날, 해양수산부는 선장의 휴식시간에 1등 항해사가 선장을 대신해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런 규제 완화는 누가 주도했고 그 과정에 해운업계의 로비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오준호 작가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로워지고 현장에서 기술을 다룬 사람만 처벌받았다”고 꼬집었다.

 

122623_145737_046

▲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이 선체에서 탈출하는 이준석 선장을 구조하는 모습. 사진=해경 동영상 갈무리

3. “뛰어내리게 유도해봐” 명령에도 구조 안 했다

구조와 관련한 의문은 차고 넘쳤다. 먼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부실관제다. VTS는 연안 지역을 오가는 선박들에 대한 관제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진도 VTS 근무자들은 수백명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관할 수역에 진입하면서 진입보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또 세월호가 항로를 이탈해 표류하는 순간에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진도 VTS근무자들은 사고발생을 통보받고 세월호와 약 30분간 교신을 했지만 이런 정보를 구조팀에 전하지 않았다.

사고접수 이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목포해양경찰청 소속 123정이다. 사고접수 후 약 40분이 지난 오전 9시 35분께다. 그런데 123정은 도착하자마자 세월호의 선수 방향으로 항했다. 일반적으로 여객선의 경우 승객들이 머무는 선실의 출입구는 선미에 있으며 선원들이 머무르는 곳이 선수쪽이다. 조영관 변호사는 “사고 현장에 10시 9분에 도착한 어업 지도선이 도착 직후 선미로 다가가 승객 구조활동을 하였던 것과 비교할 때 123정의 구조활동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123정의 이상한 행동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오전 9시 57분께와 10시 5분께 목표해양경찰서장은 123정에 이렇게 말했다. “정장, 그러면 다시 한 번 침착하게 방송해서 반대 방향 쪽으로 뛰어내리게끔 유도해봐. 지금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따라 나오니까 방송해서 방송 내용이 안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한 번 해보세요.” 그러나 123정장은 끝까지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다.

4. 어디에도 없는 국정원과 청와대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국정조사와 검찰 조사,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지만 가족들이 제기하는 이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난해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약 90일간 열렸지만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간 힘겨루기만 하다가 끝났다. 청문회는 열지도 못했다. 조영관 변호사는 “그나마 국정조사 의의라고 할 수 있다면 약 2주 동안 22개 관련기관에 대해 기관보고를 받은 것이 전부”라고 평가했다.

검찰 조사 역시 비슷하다. 검찰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해운업계 비리 등 구조적 비리에 대해 언급은 했으나 단순히 직접 관련자의 비리 혐의를 나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조영관 변호사는 “그나마 감사원 감사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문제점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조사했지만 감사대상을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에 한정해 실제 많은 의혹이 있는 국방부, 국정원, 청와대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