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 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전원 구조’ 오보 후 ‘유병언 괴물’ 만들고 단식하는 유가족 좌빨로 매도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16일 사람보다는 돈을 싣고 항해하다가 바닷속으로 침몰해 버린 건 비단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언론의 무책임·선정성·편파·반인권 등 총체적 문제와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언론의 ‘양심’은 여전히 가라앉은 채 ‘보도 참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세월호가 더 이상 언론의 ‘감성 팔이’ 대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년 언론이 만들어낸 상처와 추악을 다시 떠올렸다. 되새긴 기록으로 우리가 잊은 기억을 펼친다.

저널리즘의 바닥, “탑승객 전원 구조” 오보 

‘기레기’(기사+쓰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지난해 한국 언론의 최악의 보도는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4월 16일 사고 발생 2시간 여 후인 오전 11시부터 11시 반까지 모든 언론이 속보 경쟁을 하며 “학생 338명 전원 구조” 오보를 쏟아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송통심심의위원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학생 전원 구조 오보 경위’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강당에서 누군가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말한 것을 MBC(11:01)에서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고, YTN과 채널A(11:03)는 이를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 보도했다. 이어 뉴스Y·TV조선(11:06), SBS(11:07), MBN(11:08), KBS(11:26)가 자막과 앵커멘트 등을 통해 연달아 오보를 냈다.

감사원 감사 자료를 보면 경기도교육청이 YTN 보도를 근거로 11시 9분과 25분 두 차례에 걸쳐 38개 언론사에 ‘학생 전원구조’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고 언론사에서 이를 재차 보도해 오보가 확산·재생산됐다.

게다가 이날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이것도 오보였다. 중대본은 이후에도 수차례 수정 끝에 탑승인원 476명, 생존자 174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최종적으로 세월호는 476명이 탑승해 172명이 구조된 것으로 집계됐다. 296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 <세월호 보도…저널리즘의 침몰>에서 “결론적으로 속보 경쟁에 휘말린 언론사들이 팩트 확인 과정 없이 받아쓰기식 보도경쟁에 나섰다”며 “역으로 관계부처 또한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또 다시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온 국민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실종된 윤리, 어뷰징 경쟁에 보험금 계산까지

탑승객 가족들이 애가 타는 상황에서 언론은 속보 경쟁에 더해 검색어 장사를 노린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 전송) 기사를 대량으로 내보내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세월호 관련 검색어가 계속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자 일부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기사가 검색어에 걸리게 하기 위해 세월호 침몰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뉴스스탠드에 뉴스를 제휴하는 언론사들에 협조요청 메일을 보내 “국가적 재난사고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편집에 대한 항의 및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을 정도였다.

특히 사고 발생 당일 오후 이투데이는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라는 제목의 기사와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생겼다~잘 생겼다”> 등 이번 사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를 내보내 누리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사 중에선 MBC의 보험금 보도가 한 극단을 보여줬다. MBC는 16일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 ‘“두 달 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 추후 보상 계획은?’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5000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300여 명의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종자 생환과 현장소식에 집중해야할 공영방송이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건 ‘일반적인 정서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질타를 받았다.

부끄러운 민낯, 현장취재 없이 정부발표 받아쓰기

사고발생 후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투입돼 구조·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언론의 필수적인 검증 부실은 오보로 이어졌다.

YTN은 17일 “오늘 낮 12시 반쯤부터 공기주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밝혔고 SBS는 “해경은 아침 7시 정도부터 전문업체가 세월호 선체에 산소공급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배 안의 생존자를 기대하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해양수산부는 산소공급장치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소 공급장치도 아예 없던 시점에 언론은 이미 산소공급이 시작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국가재난주관방송 KBS도 오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KBS는 18일 오후 4시30분 자막을 통해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그러나 해경은 즉각 “시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YTN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은 잠수부들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대본이 ‘선내 진입 성공’에서 ‘실패’로 정정하자 언론은 허겁지겁 ‘실패’라는 자막을 올렸다.아울러 연합뉴스는 24일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로부터 욕설을 듣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1분1초가 아쉬운데 ‘다이빙벨’ 괴담 공방

조류나 유속에 관계없이 20시간 이상 연속 잠수 작업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던 ‘다이빙벨’ 장비도 사고 초기 투입되지 못하고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투입된 후 교대 인력 부족으로 작업이 중단됐다.

이에 대부분의 언론이 다이빙벨 투입을 ‘실패’로 단정하며 다이빙벨 조기 투입을 주장한 민간업체 대표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고,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는 이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오늘도 촛불은 타오르고

자비를 들여 사고 현장에 장비를 가져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종편 방송사들은 ‘괴담의 주인공’으로 폄하했고 MBC와 한겨레까지도 다이빙벨 논란을 루머로 규정지었다.

하지만 사고 초기 해경도 다이빙벨의 유용성을 인정해 또 다른 민간 다이빙벨 장비 투입을 준비했다는 사실과 구조당국이 에어포켓의 존재 유무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공기주입 쇼’를 벌인 점, 무인 잠수로봇 투입 실패 등 정부의 총체적 구조 실패 문제를 언론은 ‘다이빙벨 논란’으로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초기에 논쟁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다른 다이빙벨을 가지고 오면서 결국 시간만 끌었다”며 “과학적으로 빨리 결정할 수 있는 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유병언 괴물’ 만들기에 검찰 따라 ‘호들갑’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언론 보도는 유병언으로 시작해 유병언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 전 세모그룹 회장의 추격전이 방송과 지면을 통해 펼쳐졌고, 언론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유병언으로 모았다.

언론이 유병언을 본격적으로 주목한 것은 지난해 4월 21일, 검찰이 유병언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이후 언론의 유병언 관련 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정작 사건 초기 검찰은 유병언 신변확보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언론은 ‘유병언 괴물’ 만들기에 시선을 모았을 뿐, 검찰의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특히 방송은 사건의 본질적 문제를 거론하거나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유병언 보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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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호위무사’ 박수경  고 유병언씨의 장남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은 ‘신엄마’ 신명희씨의 딸 박수경씨가 검거되자 종편 등 많은 언론은 박수경씨의 ‘미모’와 사생활에 주목했다. 사진은 박씨가 지난해 7월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경찰철 광역수사대로 압송되는 모습.    ⓒ연합뉴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이 지난 13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보도 내용분석을 통해 본 문제적 재난보도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특히 TV조선의 ‘유병언과 구원파 수사’ 보도는 214건에 달했다. ‘유병언과 청해진해운 수사’ 보도는 34건이고 ‘사고 후 결과 및 조치 보도’ 항목에 해당하는 방송기사 중 유병언 관련 보도는 총 1296건 중 534건(41.2%)이나 됐다.

연구팀은 “참사 발생 후 사회구조의 대규모 변화가 논의 됐지만 언론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공하거나 확산시키기 보다는 유병언 또는 이와 관련한 내용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의문의 박근혜 7시간, 질문을 잃은 언론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고 이를 추적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도 없다.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데 서면보고를 하느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위치는 알지 못한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 ‘행방불명 미스터리’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러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국내 일각의 소문을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7시간의 진실’에 대한 국내외의 궁금증은 국가 원수 모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사실 산케이 기사의 주된 내용은 앞서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쓴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풍문)> 칼럼에 관한 것이었다. 최 기자는 가토 전 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어떤 정치적 의도로 내 칼럼을 산케이 보도와 같은 걸로 몰아가는 상황이 진행됐다”며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경없는 기자회’까지도 성명서를 통해 “국가재난 시 대통령 일정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공공의 이익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 질문한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김영오씨 아빠 자격 논란에 색깔론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46일 동안 단식을 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보수언론의 ‘흠집 내기’ 보도도 유가족들의 인권을 짓밟았다.

이들 언론은 김씨가 ‘고(故) 유민양의 아빠로서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음해성 보도를 했지만 일부를 제외한 다수 언론은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MBC 등 방송은 되레 논란을 확산시키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 25일 기사 <유민 外家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돼”>에서 “(김씨가)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렸을 적) 그때는 애들을 돌보지 않더니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익명의 유민양 외가 인사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도 이날 관련 내용을 5면 <유민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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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조선일보는 27일 <김영오, 농성장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 대신 시립동부병원으로 간 이유는>과 28일 <김영오 주치의(서울동부병원 이보라 과장)는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이라는 기사에서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의사의 정당 활동 등을 근거로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에 대한 사생활 논란을 사실 보도로 정리해야 할 공영방송 MBC 역시 25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이혼 뒤 외면” “사랑 각별했다”>를 통해 외려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수언론이 유민아빠의 사생활까지 파헤치면서 논란을 확산하는 데에는 세월호가 정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진상요구를 외면한 채 보수정권 확성기를 자처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 폭행사건 빌미,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투쟁으로 매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수십 일을 단식하면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된 특별법 요구에도 외면하던 언론은 지난해 9월 유가족과 대리운전 기사 간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유족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사생활’ 취급하던 언론이 유가족득과 이들을 돕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캐는가하면 일부 잘못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며 세월호 관련 부정적인 여론 확산에 혈안이 된 것이다.

KBS는 지난 9월 21일 유가족들의 폭행 관련 소식과 조직폭력배 소식을 한 리포트로 묶어서 내보냈고,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 불법 보도를 제외하고 유가족들의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MBC는 사건이 발생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21일을 제외하고 4일 간 일부 유가족들의 폭행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보수신문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사건과 세월호 특별법을 엮어 정당성을 훼손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은 22일 칼럼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진상 규명이라는 ‘초심’에서 벗어나 수사권·기소권과 ‘대통령의 7시간’을 놓고 정치적 투쟁의 도구로 변질된 데는 김현 의원 같은 세력이 강경파 유족들을 떠받들며 좌파 매체-단체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철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도 자신의 칼럼에서 “세월호는 야당과 손잡고 정치화되면서 우리 사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선장·선원·청해진해운 대신 대통령과 정부 책임에만 집중한 것도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두 언론 모두 유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투쟁’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세월호 피로감, 경제에 악영향… 그만 잊자”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특별법에 수사·기소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을 입법청원했지만, 새누리당은 ‘법질서를 흔든다’는 말만 반복하며 이를 거부해왔다.

대통령은 유가족을 모른 체했고, 유가족들의 유일한 국회 창구였던 야당은 지리멸렬했으며, 유가족 일부가 폭행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그리고 세월호 유족들은 점점 고립됐다.

지난해 7월 재보궐 선거 다음날인 31일 조선일보는 <여 아닌 야 심판한 재·보선, 야 행태에 대한 염증이다>라는 사설을 실었고, 중앙일보는 <7·30 민심,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했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7·30 국민의 명령, ‘세월호 정쟁’ 그치고 경제 살려라>였다.

이후 ‘세월호를 끝내라’는 이들 언론의 주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경제위기’를 강조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다른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다. 보수언론의 유족들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 된 것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1차 합의가 나오고, 유족들이 이를 거부한 8월 7일 이후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에 경고장도 보냈던 지난해 9월 16일 MBC는 “끝없이 표류하는 정기국회, 공전을 거듭하는 여야 협상, 그사이 91개 민생·경제살리기 법안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경제활성화 조치들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무관심과 외면, 만신창이가 된 특조위와 시행령

지난해 11월 참사 200여 일만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12월 말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세월호 특별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완료됐지만, 지난 2월까지 특조위는 출범도 못했다.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세월호는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세월호를 인양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 설립을 위한 설립준비단이 출범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사무처 구성과 예산안의 규모를 두고 여야는 물론 특별조사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불거졌다. 야당은 특위가 진상규명을 하려면 사무처 및 예산의 규모를 적어도 현재 수준(125명, 241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특위의 예산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축소해야 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힐난했고, 새누리당 추천 특위 위원은 개인 기자회견까지 열어 특위가 예산 낭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위는 공전을 거듭했고 결국 야당 추천 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정부의 시행령이 통과됐다.

참사 이후 1년이 다 돼 가도록 진상 규명은커녕 특조위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데도 언론은 비판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훼방은 공방이나 논쟁으로 보도됐고 언론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세월호는 다시 한번 망각의 바다 밑으로 깊숙이 가라앉았다.

돈만 밝히는 유족들? ‘세금낭비’ 주장까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정부와 보수언론이 내놓은 이슈는 희생자 304명에 대한 배상금이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이날 1면 제목에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이 1인당 8억20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는다고 강조했고, 조선과 동아의 경우 천안함 사건 희생자 보상금보다 세월호 희생자가 보상금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당장 세월호 가족과 돈 문제를 연계시켜 진상규명이란 사안의 본질을 희석하고 시민의 시선을 지엽 말단으로 돌리려는 시도이자, 유족을 고립시키려는 타자화 전략(경향신문 4월 3일자 사설)이란 비판이 나왔다. JTBC <뉴스룸>은 1일 “배상은 정부의 고의와 과실의 범위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데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인양” 발언에 이어 정부의 배보상 안까지 보수신문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7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세월호 인양에 최대 2000억 원이 국민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수습에는 총 6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돈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했고, 중앙일보도 “무엇보다 막대한 인양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지난 2일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배상 및 보상 문제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삭발에 나섰다. 3일자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이 같은 세월호 유가족의 삭발식 현장을 1면에 담았으나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에는 삭발식과 관련한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